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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엑스레이

내 마음의 엑스레이

김정애 (지은이)
해드림출판사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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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엑스레이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내 마음의 엑스레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6343233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8-12-25

책 소개

김정애 수필집. 언어로 내면과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원심력의 욕망과 그 원심력을 향한 탈주의 선이 잘 형상화되어 있다. 김정애의 사십여 편이나 되는 수필은 감칠맛과 여운, 담백성과 격조 등을 충분히 담보하고 있다.

목차

책을 펴내면서- 나를 사랑하는 일 … 4

서평- 김정애의 수필 세계 권대근 교수 … 276

1부
내 마음의 엑스레이


선로 … 10
문 … 16
길 … 21
거울 … 28
엇박자 … 33
돌부리 … 37
망각주머니 … 42
늦깎이 나팔꽃 … 47
내 마음의 엑스레이 … 51
내 마음의 엑스레이 영역본
A mental X-ray … 56

2부
바람의 사연


별 … 63
걸개인형 … 68
어항 … 72
연화장 … 78
바람의 사연 … 86
내 나이가 어때서 … 92
금메달 … 98
인연 … 104

3부
수건춤


천년석탑 … 110
손톱 … 117
선희 … 121
명자꽃 … 127
Ctrl Z … 132
수건춤 … 137
손빨래 … 143
갈색 추억 … 150
곡선 … 154

4부
해거리


우로보로스 … 161
깔때기 … 165
불 … 170
한반도의 벚꽃 … 177
그림자놀이 … 183
해거리 … 190
소꿉놀이 … 196
좀비 … 203
BTS의 스토리텔링 미학 … 209

평론

자기(Self)와의 대면, 당당한 자아(Ego) … 218
보는 지점, 봐야할 지점 … 230
고통의 불만과 승화, 수필의 치유 효과 … 242
불안의 양상과 수필적 치유 … 254
의미발견과 수필의 치유효과 … 265

저자소개

김정애 (지은이)    정보 더보기
· 『에세이문예』 2012년 수필, 2013년 평론 등단 · 배리어프리 화면해설 작가 · 단편영화 시나리오 작가 · 2016년 초등교사 정년퇴직 · 윤리교육학 석사,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 『부산수필문학』 편집장 · 한국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 한국에세이 작품상 수상 · 부산수필문학 작품상 수상 · 수필집: 『내 마음의 엑스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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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아침 햇살이 달려와 눈을 찌른다. 등산모를 쓰도 초승달 같이 가늘어졌던 눈이 화들짝 배부른 상현달이 되었다. 칠이 희끗희끗 벗겨진 흰색 울타리에 나팔꽃이 한가득 피어있었다. 솜씨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카페에나 장식할 법한 세련된 정감이었다. 좁은 골목에 한쪽 귀퉁이가 기울어진 채 나지막이 웅크리고 있는 집과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채송화, 봉숭아와 함께 아빠가 매어놓은 새끼줄 따라 피는, 시골 소녀같이 소박하고 얌전한 나팔꽃이 아니다. 짙은 속눈썹에 하이힐 신고 시골로 나들이 나온 도시 처녀다. 꽃송이는 두 배쯤 컸다. 싱싱한 햇살을 받아 더 투명해진 꽃잎 빛깔은 성장(盛裝)한 여인이 동그랗게 펼쳐 든 파라솔 빛이다. 붉고 푸른 바탕에 조금 짙은 줄무늬가 방사형으로 나 있는 게 구성작가의 색채감각만큼이나 조화롭다. 흰빛이 꽃잎 가장자리나 가운데, 혹은 잎 한쪽을 물들이는 대비의 다채로움이 스튜어디스의 산뜻한 명주스카프처럼 호화롭다. 가던 길을 잊고 한참이나 넋을 잃었다. 아무리 봐도 나팔꽃 같은데 이런 화려함은 처음 본다. 씨가 맺힐 무렵 다시 찾아가 몇 움큼 씨앗을 채취해 왔다.
이듬해, 나팔꽃 씨의 우화(羽化)를 설계하며 열정이 김이 나는 솥뚜껑처럼 들썩거렸다. 발코니 난간 전체에 꽉 차도록 긴 사각 화분을 줄지어 놓았다. 엄청난 양의 흙과 거름을 구해오느라 몇 날 며칠을 어깨에 파스를 붙여가며 땀깨나 흘렸다. 햇살이 다사로워지자 여기저기에서 싹이 트기 시작하더니 금방 일렬횡대로 경쟁하듯 쑥쑥 자란다. 줄을 발 치듯 촘촘히 엮어 옥상 난간에 차례차례 묶고 다시 물탱크 위 한곳에 모아두었다. 피튜니아보다 큰 나팔꽃들이 단체 폴댄스 경연을 하는 여인네의 자태처럼 고혹적으로 매달리기 시작했다. 집 전면에 나팔꽃 커튼이 드리워지더니 이내 이 층 집 전체가 대형 나팔꽃 크리스마스트리가 되었다. 얘들은 낮에도 피어있다. 이웃 사람들은 물론 지나가는 사람들도 탄성을 올린다. 나중에 씨앗이라도 달라고 문을 두드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해 나의 여름은 화려했다.

- ‘늦깎이 나팔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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