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모어 퍼킹 타임! 1

“패트릭, 멍청하게 쳐다보지만 말고 당장 이리 와서 이 변태 새끼 끌어 내리세요.”

그 목소리가 향한 것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활짝 열린 문 앞에 서 있던 남자의 비서였다. 화들짝 놀라 이쪽으로 달려온 그가 품 안에서 나이프를 꺼냈고, 넘어진 소파를 세워 그 위로 올라가 밧줄을 끊어 냈다. 남자가 자신을 바닥에 내려놓은 순간, 니콜라스는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 때문에 제대로 설 수 없어 그의 팔을 구명줄처럼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슈트 밑으로도 느껴지는 단단한 근육의 팔을 움켜쥔 순간, 그의 표정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뿌리치지는 않았기 때문에 니콜라스가 소리 없이 숨을 내쉬는데 차가운 손이 목덜미에 닿았다.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지만, 그것은 목에 죄인 밧줄을 풀어 주려는 손길이었다.

아, 살았구나.

한 타이밍 늦게 든 자각에 뒤이어 니콜라스는 남자가 수많은 호칭으로 자신을 불렀지만, 그중에서도 변태 새끼는 처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뒤이어 깜짝 놀란 얼굴로 남자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제리의 손에 쥐어진 바지를 발견한 덕분에 그 호칭을 말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 바지 벗겨졌지 참…….
이 남자와의 악연은 시간을 되돌려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제 손으로 죽으려 한 주제에 살아 있다는 실감을 한 순간 노도와 같이 밀려드는 안도와 참을 수 없는 피로감에 까맣게 흐려지는 시야를 느끼며, 니콜라스는 마지막 힘을 짜내 입술을 달싹였다. 미안해, 레이븐. 그것이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는 그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

무너져 내리는 가느다란 몸을 얼떨결에 받아 든 채 레이븐 레드퍼드가 한없이 다정한 동작으로 눈물 젖은 창백한 뺨을 쓸어내렸다. 아니, 쓸어내리는 것처럼 닿은 그 손은 그 광경을 처음부터 목격하고 있던 사람들조차 눈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매섭게 니콜라스의 뺨을 쳐올렸다.

찰싹, 찰싹, 겨우 두어 번 내리친 손바닥 자국 그대로 금세 빨갛게 부어오를 만큼 강하게 내리쳤지만, 레이븐의 품에 안긴 니콜라스는 미동 하나 없었다. 정말로 기절한 것 같았다.

“누가 쓰레기 아니랄까 봐, 가지가지 하는군요.”

그렇게 말하며 특유의 다정한 웃음을 머금은 조각 같은 얼굴은, 균열 하나 없이 완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