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56750284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14-09-30
책 소개
목차
제1장 닭장
제2장 자고새
제3장 개
제4장 악몽
제5장 실례가 되는 이야기
제6장 요강
제7장 토끼들
제8장 곡괭이
제9장 엽총
제10장 두더지
제11장 개자리풀
제12장 잔
제13장 빵 조각
제14장 나팔
제15장 머리카락
제16장 물놀이
제17장 하녀 오노린
제18장 솥
제19장 망설임
제20장 새로운 하녀 아가트
제21장 일과표
제22장 앞을 못 보는 남자
제23장 새해 첫 날
제24장 방학 전 후
제25장 펜대
제26장 붉은 뺨
제27장 머릿니
제28장 브루투스처럼
제29장 편지
제30장 헛간
제31장 고양이
제32장 새끼 양
제33장 대부
제34장 샘
제35장 자두
제36장 결혼식 놀이
제37장 금고의 암호
제38장 올챙이잡이
제39장 극적인 사건
제40장 사냥
제41장 파리
제42장 처음 잡은 도요새
제43장 낚씨바늘
제44장 은화
제45장 자기 의견
제46장 나뭇잎들이 우수수
제47장 반항
제48장 최후의 말
제49장 홍당무의 앨범
리뷰
책속에서
르픽 부인은 막내아들을 홍당무라고 불렀다. 머리카락이 빨갛고 얼굴에 주근깨가 많기 때문이었다. 그때 식탁 밑에서 혼자 놀고 있던 홍당무는 자리에서 일어나 쭈뼛거리며 말했다.
“엄마, 저도 무서워요.”
“뭐? 다 큰 녀석이 어린애처럼 왜 그래! 누가 들으면 웃겠다. 어서 가서 닭장 문 닫고 와!”
르픽 부인이 대꾸했다.
“홍당무가 얼마나 용감한지는 세상이 다 알아.”
에르네스틴이 끼어들었다.
“홍당무는 세상에서 무서운 게 아무것도 없을걸.”
펠릭스도 거들고 나섰다.
형과 누나가 추어올리자 홍당무는 우쭐해졌다. 방금 전에 무섭다고 한 것이 도리어 부끄럽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홍당무는 두려움을 떨쳐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지금 당장 가지 않으면 뺨을 때리겠다고 엄마가 윽박을 지르기도 했다.
[중략] 홍당무는 얼른 닭장 문을 닫은 다음 팔다리에 날개가 달린 것처럼 재빠르게 현관으로 달렸다. 숨을 헐떡거리며 한껏 뿌듯한 마음으로 따뜻하고 밝은 집으로 돌아왔다. 진흙과 빗물에 젖어 무거워진 누더기를 보송보송하고 가벼운 새 옷으로 갈아입은 기분이었다.
홍당무는 미소를 지으며 자랑스럽게 가슴을 쫙 펴고 가족들의 칭찬을 기다렸다. 또한 가족들의 얼굴에서 자신을 걱정하며 기다린 흔적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펠릭스와 에르네스틴은 여전히 책만 읽고 있었다. 그때 르픽 부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홍당무, 이제부터 네가 매일 밤 닭장 문을 닫으렴.”
홍당무는 입을 꾹 다문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드디어 혁명이 일어났군!”
르픽 부인이 계단에서 양팔을 번쩍 들며 외쳤다.
홍당무가 이렇게 반항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혹시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방해가 되거나 한창 신 나게 놀고 있을 때 심부름을 시켰다면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홍당무는 바닥에 주저앉아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빈둥거리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자 눈을 살짝 감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꼿꼿이 들고 엄마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르픽 부인은 어찌 된 일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중략] 홍당무는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마당 한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위험한 순간이 닥쳤는데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태연한 자신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더군다나 르픽 부인이 자기를 때리는 것마저 잊었다는 사실이 홍당무를 더욱 놀라게 했다. 르픽 부인에게는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이 순간이 너무나 당황스러워 평소에 쓰던 습관마저 까먹고 있었다.
르픽 부인은 빨갛게 달아오른 송곳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아들을 쏘아보았다.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홍당무는 덥수룩한 수염에 덮인 아빠의 굳은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아빠의 입은 말을 너무 많이 한 것이 부끄러웠는지 수염에 파묻혀 숨어 버렸다.
홍당무는 아빠의 주름진 이마와 눈가의 잔주름, 마치 걸으면서 자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축 늘어진 눈꺼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홍당무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비밀스러운 기쁨과 꽉 잡은 아빠의 손,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날아갈까 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홍당무는 주먹을 불끈 쥐고 저 멀리 어둠 속에 잠들어 있는 마을을 향해 위협하듯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고는 크게 소리쳤다.
“나쁜 여자! 지독한 여자! 난 그런 당신이 정말 싫어!”
르픽 씨가 말했다.
“그만해라. 아무리 그래도 네 엄마야.”
홍당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순박하고 조심스러운 아이로 돌아가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어? 꼭 엄마를 떠올리며 한 말은 아니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