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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56751649
· 쪽수 : 84쪽
· 출판일 : 2018-05-25
책 소개
목차
만남
오해
선물
소풍
싸움
위로
적
초대
친구
작가의 말
리뷰
책속에서

만남
어제는 하수관, 그제는 굴다리, 그끄제는 빈집을 전전하며 잠을 청하던 떠돌이 생쥐의 눈앞에 멋지고 따뜻한 빈 개집이 나타났어요! 게다가 쥐구멍으로 연결된 주인집에는 맛있는 것도 가득했고요. ‘음식이 넘쳐 나는 주인집이 친구네 집이면 좋겠다.’라고 생쥐는 생각했습니다.
“안녕.”
“우리 집에는 무슨 일로 온 거야?”
“주인집이니 인사를 하러 왔지.”
“인사?”
“이사를 잘했다고 말이야.”
“어디로 이사를 왔는데?”
고양이가 눈을 껌벅였습니다.
“저기 마당에 있는 개집. 개가 떠난 뒤로 집이 비어 있었다지 뭐야. 그래서 내가 세를 들기로 했어. 아, 한 달 집세로 콩 세 알을 내기로 했고.”
생쥐가 주절주절 말하는 사이, 고양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거실로 갔습니다.
“인사도 나누었으니 우리 친하게 지내자.”
생쥐가 고양이를 쫓아가 말했습니다.
“왜 친해야 하는데?”
“바로 옆집에 살잖아.”
“우리 엄마가 고양이랑 쥐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했어.”
고양이가 생쥐를 내려다보며 말했습니다.
“네가 ‘쥐랑 친구가 된 최초의 고양이’면 좋잖아!”
“말도 안 돼. 우리 아빠가 쥐는 고양이 밥이라고 했어.”
고양이가 불쑥 내뱉은 말에 생쥐가 눈을 치켜뜨며 쏘아붙였습니다.
“넌 그런 끔찍한 고양이가 되고 싶니?”
“아니. 우리 집에는 맛있는 게 많아서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는 일은 없을 거야.”
“맛있는 걸 이웃과 나눈다면 쥐가 고양이를 잡아먹는 일도 없을 거야.”
선물
첫 만남 이후, 쥐는 고양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쥐구멍이 닳도록 주인집을 들락거렸습니다. 고양이는 생각보다 까칠하고 뾰족해서 ‘털 찾아 주기’, ‘수염 뽑아 주기’, ‘꼬리에 리본 달아 주기’, ‘뽀뽀로 잠 깨워 주기’ 등등 어느 방법에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지요. 도리어 생쥐가 뭔가를 할수록 고양이의 기분은 점점 나빠지는 것 같더니, 결국은 화만 돋우고 말았답니다.
“내가 프랑스 파리를 여행할 때였어.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에 갔는데, 예술가들이 줄지어 앉아 있더라고.
그곳에서 왼손잡이 화가 고양이를 만났지 뭐야! 그 고양이가 내 초상화를 그려 줬거든.”
생쥐가 들려주는 그럴싸한 이야기에 고양이는 자기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습니다.
“세계 여행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고양이였어. 대화가 참 잘 통했는데. 이건 그때 기념으로 가져온 거야.”
〔……〕
드디어 ‘선물’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선물이 너무도 작아서 눈을 바짝 대고 살펴봐야 했습니다.
킁킁 냄새를 맡고, 쩝쩝 맛을 보고, 쓱쓱 문질러 본 다음 고양이는 얼굴을 팍 찡그렸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지우개 똥’이었습니다!
“예술가의 땀방울이 담긴 선물이야. 넌 돈 주고도 못 살걸. 그걸 주워 모으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했다고.”
생쥐는 엄청 으스댔습니다.
“이게 진짜 선물이라고?”
“부담 갖지 마.”
생쥐가 의기양양하게 말했습니다.
그 모습에 고양이는 가르릉 소리를 내며 발톱을 세웠습니다. 물론 선물은 쓰레기통으로 날아갔고, 생쥐는 쥐구멍으로 줄행랑을 쳐야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