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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56752295
· 쪽수 : 116쪽
· 출판일 : 2018-11-29
책 소개
목차
옆집 형과 눈이 마주치다, 찌릿!
시리우스 행성에서 온 형
머리털 나고 처음 겪는 일
매일 조금씩?
반짝이 구슬 같은 아이
그래, 한번 달려 보는 거야!
뭐, 도둑? 말도 안 돼!
불안한 행복
나쁜 일은 연달아 찾아온다
페루에서 날아든 소식
아빠의 한숨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형이 남긴 씨앗
작가의 말
리뷰
책속에서
시리우스 행성에서 온 형
여름이 시작되던 어느 날, 현성이는 학교에서 조퇴를 하고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에 가도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지도 않고 즐거운 일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느직느직 집에 들어서지요. 그런데 그날따라 왠지 옆집이 달라 보입니다. 자세히 보니 마당에 웬 젊은 남자가 서 있습니다. 할머니 집에서 살게 된 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만난 옆집 사람. 그런데 이 옆집 형, 어쩐지 심상치 않습니다. 분명 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형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리지를 않나, 현성이가 하는 생각은 또 어떻게 알고 대답을 척척 하는 건지…….
“이름이 뭐야?”
“차현성이요.”
“현성……. 밝은 별이란 뜻이구나. 내 이름은 무지 길고 어려워. 그냥 뮤라고 불러.”
나는 입속말로 형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뮤…….”
(중략)
나는 아까부터 궁금했던 걸 물어보았다.
“그런데 내 생각을 어떻게 아는 거야? 말하지 않아도 아는 거, 아까부터 이상했어.”
형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뇌파를 통해 말을 주고받는 거야, 이렇게.’
나는 눈을 크게 뜨고 형을 쳐다보았다.
‘우아, 이게 어떻게 가능해?’
‘같은 주파수끼리 통하는 뭐 그런 원리야. 서로가 같은 뇌파를 내보내어 난 네 생각을 읽고, 넌 내 생각을 읽는 거지.’
‘신기해!’
‘우리 행성에서는 이렇게 소통해.’
‘우리 행성? 거기가 어딘데?’
‘시리우스 행성.’
‘처음 들어 봐.’
‘지구인들이 마젤란은하라고 부르는 곳에 있는 작은 행성이야. 지구랑 아주 많이 닮았어.’
매일 조금씩?
따뜻한 눈으로 지긋이 바라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직나직 자신을 걱정해 주는 뮤에게 현성이는 호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틈이 날 때마다 뮤를 찾아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지요. 그림을 그리면서 보낸 하루 동안의 이야기, 남몰래 키워 온 꿈 이야기, 그리고 아빠가 자신을 할머니 집에 버리고 떠났던 그날의 이야기까지…….
잠들기 전, 나는 늘 생각한다. 아빠가 다른 아빠들처럼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할 직장이 있는 사람이라면 좋을 텐데. 그러면 새엄마랑 이혼하지 않았을 텐데. 아빠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면 좋을 텐데. 생활비를 부쳐 주겠다는 약속, 전화 자주 하겠다는 약속, 자리 잡히면 데리러 온다는 약속, 아빠가 할머니에게 한 약속들을 꼭 지켜 주면 좋을 텐데…….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빠가 날 찾으러 영영 안 오면……,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스케치북에다 아빠를 그렸다. 아빠는 돈이 열리는 나무에서 동전을 따고 있다. 새엄마는 아빠더러 뜬구름 잡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 말 뒤엔 꼭 이렇게 덧붙이곤 했다.
“시인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내 눈이 삐었던 거지.”
다음으로 나를 그렸다. 나는 멋진 차를 운전하고 있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은 모습을 그리기가 힘들어서 자동차와 사람을 따로따로 그렸다. 이 차를 몰고 아주 멀리 씽씽 달려가고 싶다.
형이 옆으로 와서 그림을 보며 말했다.
“돈이 열리는 나무야? 그런데 현성이는 걱정이 열리는 나무 같네. 걱정이 주렁주렁…….”
고개를 들자 형의 파란 눈동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으응, 그런가? 휴우…….”
머릿속에 형의 나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 현성이, 많이 외로웠겠네…….’
형의 눈빛과 목소리가 꼭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