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56752622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20-04-24
책 소개
목차
새로 이사 온 아이 • 7 / 화성 착륙 기념일 • 15 / 우리 사이의 우주 • 37 /
낯선 느낌 • 52 / 이상기류가 흐르는 저녁 • 71 / 아빠의 거짓말 • 85 / 위험한 제안 • 97 / 위대한 계획과 사소한 문제 • 110 / 예상치 못한 태풍 • 122 / 달라진 우정 • 150 / 뜻밖의 연쇄 반응 • 164 / 머피빌, 기지 밖의 세계 • 172 / 진실의 악취미 • 194 / 어쨌든 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 • 210 / 사랑한다는 것은……. • 220 / 안녕, 제임슨? 여기는 화성! • 242
리뷰
책속에서
처음에 소행성은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명왕성부터 해왕성, 천왕성을 차례차례 지나쳤다. 그다음에는 토성과 목성 사이를……. 그런데 목성과 아주 가깝게 지나쳐 갔다. 그 바람에 목성이 소행성의 중력에 이끌려 휘청댔고, 태양계의 다른 별들도 덩달아 영향을 받았다.
이때 크기가 작은 수성이 우주의 힘겨루기에서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되었다. 수성은 태양과 목성이 끌어당기는 힘을 견디지 못해 먼 우주로 튕겨 나갔다. 그때 금성을 궤도에서 조금 밀어냈다. 뒤이어 금성이 지구를, 지구가 화성을 끌어당겼다. 그 후에 지구는 빙글빙글 돌며 태양과 점점 가까워졌다. 이대로 가다간 만 년쯤 후에 지구는 지글지글 달궈진 꼬치구이 신세가 될 거라나.
이 사건은 벌써 오래전에, 그러니까 내가 태어나기 아홉 달 전에 벌어졌다. 그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잘 안다. 기온이 무섭게 치솟아 들판은 금방 황무지로 바뀌었고, 북극의 빙하는 12월에도 계속 녹아내렸다. 먼저 남극의 빙하가 반쯤 녹자 전 세계의 해수면이 3미터쯤 높아졌다. 화성 이주 정책 본부에서는 첫 해에만 지구 생명체의 49퍼센트 정도가 급격한 기후 변화로
죽음을 맞았다고 추산했다.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뉴스가 화면을 꽉 채웠다. 그러자 강당에 모인 학생들이 불편한 듯 의자에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바다에 잠기거나 사막이 되어 버린 도시, 물 부족 현상, 중서부 지역의 장마와 6단계 토네이도……. 이제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일들인데, 저 때만 해도 앵커들이 당황한 나머지 어쩔 줄 몰라 하는 티가 팍팍 났다.
“몰라. 그냥 도망치고 싶어서?”
그래, 방송국에서 자꾸 죽은 엄마 사진을 내보내는데 누가 도망치고 싶지 않을까?
“너희 엄마 일은 정말 안됐어. 힘내.”
아스트라가 웃음을 터뜨렸다.
“리플리 사람들은 다 그렇게 말하네.”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래도 너희 엄마는 멋진 분이었어.”
“흥, 지구에 있을 때는 나도 그런 줄 알았지.”
아스트라 대답에 깜짝 놀랐다. 엄마 아빠가 화성 이주 정책의 영웅이라는 사실을 못마땅해하는 아이가 있다니!
“그럼 넌 엄마가 화성에 가는 게 싫었어?”
“엄마가 핵폭발의 힘으로 날아가는 깡통을 타고 머나먼 별에 가는 게 좋았냐고? 당연히 싫었지.”
“그래도 중요한 임무를 위해서였잖아.”
“그래그래, 너희 아빠가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소행성에 부딪혀서 짓이겨지면 네 기분이 어떨지 두고 보자.”
나는 뭔가 말하려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갑자기 눈물이 와락 쏟아졌다.
아스트라가 눈을 떨구더니, 과자를 한 움큼 손에 쥐어 입 안에 털어 넣었다.
“미안. 내 말은 무시해. 그래, 난 영웅의 딸이야.”
“그러니까 아빠 말은, 어쨌든 한동안 연락하기 어려울 거란 뜻이야. 이제 끊어야겠구나. 이유는 묻지 말아 주겠니? 지금은 설명할 수가 없어. 언제 또 연락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제임슨, 아빠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것만은 꼭 알아주면 좋겠어. 올림퍼스 몬스 화산의 높이보다, 우주의 넓이보다 훨씬 더 사랑해. 우리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나는 네 아빠고, 넌 내 아들이란 걸 영원히 잊지 마.”
아빠는 고개를 푹 숙이고 깍지 낀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제임슨, 안녕! 여기는 화성.”
이게 무슨 뜻일까? 아빠는 왜 굳이 대장님까지 끌어들여 얘기를 지어내려 했을까?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