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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56753254
· 쪽수 : 108쪽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
작가의 말
육두품 주제에 11
외톨이가 된 성무 20
나리가 최치원?! 30
공을 찾으려던 것뿐인데 38
스승님의 가르침 45
축국 한판 53
나는 골품제가 싫어 60
어른들의 비밀 이야기 70
여름이 지나고 85
《육두품 아이 성무의 꿈》 제대로 읽기
리뷰
책속에서
“아찬 나리께서 어린아이를 놀리십니까?”
사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아찬인 것은 어찌 알았느냐?”
“비색 단령이니 품계가 급벌찬이나 사찬, 일길찬, 아찬 중 하나이겠지요.”
“그런데 어찌 아찬?”
“단령이 그리 고운 비단인데 다른 보석이나 장식을 달지 않았으니 분명 진골은 아닐 것입니다.”
“음, 또?”
“진골은 아니나 그 비단으로 보아 다른 품계의 눈치를 보지 않을 만큼은 된다 하겠습니다. 그래서 급벌찬, 사찬, 일길찬, 아찬 중 품계가 가장 높은 아찬이리라 생각했습니다.”
실없이 웃던 사내가 무릎을 탁 쳤다.
“옳거니! 재미있는 녀석이구나. 좋다. 보아하니 내일부터 심심할 것 같은데, 내 집에 들르려무나. 좋은 것을 알려 주마.”
사내는 제 할 말만 하고 와하하 웃으며 동산을 내려갔다. 성무는 귀신에 홀린 듯 눈만 끔벅였다. 이 넓은 서라벌에서 아찬인 것만 알려 주고 자기 집을 찾으라니. 도대체 저 사내는 누구일까?
아이들이 펄쩍 뛰었다. 진골 귀족이 골품제를 나쁘게 말하다니 기함할 노릇이었다. 무진이가 코를 쓱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그렇잖아. 우리 중에 성무가 가장 똑똑한데 골품제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 있어.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이니? 게다가 우리를 봐.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인데 그깟 골품 때문에 갈라져서 싸웠잖아. 나는 정말 골품제가 싫어.”
아이들의 표정이 숙연해졌다. 모두들 차마 입 밖으로 내어 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골품 때문에 차별받으면서도 억울하다 한 마디 못 하는 세상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도 당연한 줄 알았기에 입을 꾸욱 다문 채 속으로만 궁금해했다. 속으로만 억울해했더랬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이번 다툼으로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았다.
왜 우리는 화랑이 되지 못하는 걸까? 능력이 되어도 골품 때문에 안 되는 게 당연한 걸까? 왜 그런 걸까? 궁금하고 또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최치원을 만나 넓은 세상의 이야기를 들으며 꿈을 꾸게 된 것이다. 어쩌면 다르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