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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7284511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1-08-14
책 소개
목차
가을걷이로 거둔 게 가득한 마당에서/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국화 찻잔에 띄우고/ 이마를 맞댄 그대 눈동자에 비친 나를 바라보며/ 개나리꽃이 피기 시작한 시간부터/ 낙엽이 지기까지의 길고 긴/
그대의 달고 쓴 이야기를 밤새 음미하며/ 국화차를 마시고 싶어요.
---- 「그녀에게 쓰는 가을 초대장」 부분
이 시에서 시인은 사랑하고자 하는 어떤 대상을 향해 초대하는 말을 전하는 방식으로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초대장에는 봄에서 가을까지의 시간을 등장시켜 우리의 만남이 단순한 우연이나 충동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말하는 동시에 “달고 쓴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여 서로의 삶을 나누는 진지한 대화를 통해서 사랑의 순간이 가능함을 말하고 있다. 그럴 때만이 비로소 “그대 눈동자에 비친 나를 바라보”는 서로 간의 합일을 순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타인을 받아들이고 그 타인과 함께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대는/ 내 시혼詩魂의 원천이자/ 나의 텅 빈 시절의 한숨을/ 뿜어낼 수 있는 통로이고/ 내 죽은 시절의 언어를/ 부활시키는 여인이다.// 오늘따라 더욱 그대가 보고 싶어/ 이 황량한 들판에 서서/
그대를 위해 가장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어/ 사랑이란 말의 모음 ㅏ를 입김으로/ 두 번 훅 불어 하늘에 날리자/ 흘러가는 구름이 모여들어/ ㅅ ㄹ ㅇ이란 자음으로 채운다./ 하늘에 쓴/ 나의 가장 아름다운 시를/ 어디에선가 몰래 읽고/ 살포시 미소 지으며/ 저 하늘에 답할/ 그대의 숨결 소리를/ 숨죽여 기다리리라.
---- 「그녀에게 바치는 시」 전문
이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이 시는 첫 구절에서부터 사랑의 대상이 자신의 시혼의 원천임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 대상을 통해서만 “텅 빈 시절”로 표현된 삶의 허무와 “죽은 시절”이라는 절망의 시간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나를 확대하여 기존의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로 새롭게 태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랑에 이런 의미를 부여할수록 사랑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많은 노력과 기다림을 통해 가능한 일이다. 시인은 그것을 하늘에 글자를 날리는 비유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그런 노력을 통해 가장 아름다운 시를 쓰고 그것이 사랑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염원한다. 그것을 시인은 “그대의 숨결 소리를 / 숨죽여 기다리리라”라는 간절한 언어로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표영인 시인에게 시를 쓰는 행위는 나 아닌 타인을 나의 삶에 받아들이는 사랑이라는 지난한 고투를 실천하는 과정이다.
다음 시는 그 쉽지 않은 사랑의 실천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어머니는/ 당신의 양말에 구멍이 나면/ 얼핏 보아도 좀체 어울리지 않는 색깔인데도/ 기워놓고 보면 멋져 보일 것이라며/ 진작 버렸어야 했을 치마에서/ 조그만 조각 하나를 잘라내 기우셨다./ 그러시면서 늘 웃으시었다./ 어머니는/ 남편과의 인연이 구멍이 날 때마다/ 양말을 버리지 못하던 그 까닭으로/ 진작 버렸어야 했을 운명 한 조각을 도려내/ 모자이크처럼 멋지게 기우셨다./ 그러시면서 늘 행복하셨다.
- 「인연」 전문
병상에 계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쓴 시이다. 지금은 비록 병상에 누워계시지만 어머니가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운명을 바쳐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인은 그것을 구멍 난 양말을 기우시던 어머니의 이미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남편과의 인연이 구멍” 난다는 표현처럼 가난한 삶일망정 자신의 모든 노력을 통해 사랑의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하고 자신의 “치마에서 조그만 조각 하나를 잘라내”는 희생을 감내하는 사랑의 실천을 보여주셨던 것이다.
그런데 사랑의 과정이 쉽지 않은 것은 나와 대상과의 거리 때문이다.
낮에는 저마다/ 색깔이 있고/ 색깔이 있는 것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은 모두/ 너무 멀리 있어/ 그리움이 된다./ 그리움을 하나 둘/ 진종일 지우다 보면/ 지워진 것들이 모여/ 밤이 된다./ 너무 멀리 있어/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것들은/ 눈동자에 고여/ 두 볼을 타고 흐르는/ 서러움이 된다
- 「그리움」 전문
이 시는 “기러기 아빠의 노래”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이 부제에서처럼 나와 대상은 멀리 떨어져 있다. 이 시에서는 그것이 물리적 거리로 상정되어 있지만 이는 비유일 뿐이고 사실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대상과의 거리를 쉽게 좁히지 못한다. 서로 간의 존재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인은 그것을 “저마다 / 색깔이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저마다의 삶의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고 또 아름답기 때문에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바로 사랑의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서로 다르고 멀리 있기에 사랑하게 되지만 또 그 거리 때문에 쉽게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이 쉽게 이루지 못한 사랑이 바로 “그리움이 된다.”
다음 시는 이 그리움의 정조를 좀 더 확대해서 보여준다.
어려서 나는/ 어느 구석에나/ 얼굴만 처박고 있으면/ 숨은 것으로 생각하고/ 숨바꼭질했다./
커서도/ 얼굴만 비 안 맞으면/ 비 안 맞는 줄 알고/ 망가진 비닐우산을 쓰고/ 비바람을 피해왔다./지금은/ 몸만 떠나 있으면/ 고국을 잊겠노라고/ 마음은 미처 챙기지 못하고/타국 땅에 와 있다.
---- 「망향望鄕」 전문
시인이 그리워하는 존재는 고국이고 고향이고 과거의 자기이다. 시인은 숨바꼭질을 통해 자기를 숨기고자 해 왔다. 자기를 버리고 타인이 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은 멀리 타국에 와 고국을 잊고자 한다. 하지만 시인은 “마음을 미처 챙기지 못”해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피하지 못한다. 비로소 자신이 떠난 고국과 지우려 했던 과거의 자신까지도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과거의 나로 회귀하여 나를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잊어버리고 있던 또는 잊고 싶었던 또 다른 나와의 만남이고 그것을 통한 나의 확대이다. 밖에 나가 있을 때 비로소 안을 더 잘 알게 되고 또 진정으로 그것을 사랑하게 되는 이치가 바로 이것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의 말 4
Preface 5
1부 별나라 꽃나라
별나라 꽃나라 12
그녀에게 바치는 시 14
세레나데 학습법 15
녹차를 마시며 17
춘천 나들이 19
그녀와 나 21
주례사 22
그녀에게 쓰는 가을 초대장 23
가을비 3 25
2부 아이들은 작은 하느님이다
돈에 대한 소고 28
아이들은 작은 하느님이다 30
희망찬 동화세상 33
그리움 35
피카소 36
베토벤의 제10 자연교향곡 37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39
종이비행기 41
3부 등산 2 : 너희의 황제가 왔느니라
나 46
구름아! 47
나는 학鶴이다. 49
백담사로 가는 길 51
여름해수욕장에서 2 53
도봉산 1 54
등산 2 : 너희의 황제가 왔느니라 55
경춘선 ITX를 타고 57
남자를 위한 돼지 찌개 요리법 59
4부 꿈속에서 살고 싶다
산인山人 64
산에 관한 단상斷想 65
고향 밤하늘 67
냇가에서 69
은행나무 71
겨울나무 2 73
강설降雪 75
풍경 1 76
꿈속에서 살고 싶다. 77
5부 인연 ―어머님의 병상에서
인연 80
들국화 81
사진을 찍으며 1 83
그 고갯길 84
유산流産 87
파종기에 90
홍대 근처 93
사진을 찍으며 2 95
6부 뉴턴 이후 ―Big Apple 뉴욕에서
망향望鄕 98
수화sign language 99
나이아가라 폭포 101
풍선을 띄우며 103
수평선 104
깃발 106
노숙자The Homeless 107
샤워를 하며 109
뉴턴 이후 111
영zero 114
7부 100원짜리 행복: 세상은 재밌다!
잔디밭에서 118
하느님의 유전자 조작 121
100원짜리 행복: 세상은 매밌다 122
대~한민국! 125
나는 하늘에 사는 신선이니라 2 128
압구정동 도읍한 인어황국 만세다 132
어느 겨울밤에 있었던 일 139
월악산 등반 142
그 산 144
8부 아, 2020년의 슬픈 뽕짝이여!
겨울나무 1 148
그녀의 생일선물 149
자연인 150
봄이 오르는 산길 151
아, 2020년의 슬픈 뽕짝이여! 153
골프연습 156
3일간의 꿈 159
귤 고르기 162
Her House 164
격려의 글30년 지기를 응원한다곽상희 168
해설아직도 사랑이 있어야 하는 이유황정산 172
독자여!표영인 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