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나 인생이나

서시序詩
헌시獻詩

제1부 사람
산길 같은 인생길
홰를 치며 울어라 닭아
인간관계
바람이나 인생이나
중년 남성
중년 여인
나이 먹어 좋은 일
아내
남자의 의식 구조
여자
잉태
이순耳順
살아 있음에
아줌마
참 스승 한 분 모시고 살자
아름다운 새 생명
절뚝거리며 차는 공

제2부 마음
조금은 모자라는 듯
겨울엔 눈(雪)처럼
추년秋年도 사람이더라
마음은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6월을 보내는 마음
9월을 보내며
윤리와 도덕과 본능 사이
그 무엇
억새밭
환청
길을 거닐다
9월에는
가을편지
5월의 시詩
비가 내리네
달력을 떼어먹는다

제3부 사색
강변에서
가을비
씨앗
라일락꽃이 필 때면
아카시아꽃 필 때면
햇볕냄새
들풀 같은 정사情事를 벌이겠다
사랑은
툭
유리창
그날
새벽 꿈결에서
낙엽
묵은해여 안녕
카카오스토리
이상한 감정
마스크

제4부 산
자연은
산은 정직해서 좋다
산은 과묵해서 좋다
산은 우정이 있어 좋다
산은 장엄해서 좋다
산은
강촌 강선봉에서
월악산 영봉에 올라
제비봉에서
용봉산에 가보라
북바위산에 올라
양주 불곡산에서
단풍에 취해 물에 취해
삼악산 등선봉에 올라
여성봉女性峰
1월 산에서
2월 산에서

제5부 꽃
개나리꽃
생강나무꽃
제비꽃
비와 매실꽃
진달래, 그 그리움
벚꽃
자목련
국수나무꽃
덜꿩나무꽃
때죽나무꽃
무궁화꽃은 꽃이 아니라 혼魂이다
개망초꽃
달개비꽃
밤꽃
누리장나무꽃
까치수영꽃
노린재나무꽃
억새꽃

서시序詩

우리의 삶이 강처럼 흐르다
때론 물풀을 만나고
때론 모래톱을 만나
잠시 주춤할지라도
바다로 향한 꿈은 버릴 수 없습니다

바다,
시인이 도달해야 할 바다는
넓고 광활한 대해라기보다는
은하수별처럼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시심詩心의 바다입니다

아침 안개의 장막 뒤에서
맑고 깨끗한 얼굴로 배시시
얼굴 내미는 산야山野
청량한 새소리와 시냇물 소리
이제 막 동터오는 햇살이 부끄러운 듯
수줍게 핀 들꽃,
그리고 풀,
잎사귀,
이끼,
밤이면 달맞이꽃과
휘영청 밝은 달의 열애가 시작되는
깊은 골짝 어느 풀 섶이
바로 시인이 도달하고 싶은
시어詩語의 바다입니다

그 바다로,
그 바다로 가려고
여기 또 한권의 시집을
방주方舟로 엮었습니다
이 작은 배를 타고
시심의 더 깊은 바다로 가고 싶습니다

흐르다 흐르다
물풀에 걸리고
모래톱에 길이 막혀도
필筆의 노 젓기를 멈추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