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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8545031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4-05-07
책 소개
목차
1 비범과 평범 사이
칼스루에 단상斷想 / 리스본행 야간열차와 월드뮤직 / 비범과 평범 사이 / 불안의 시대를 넘어 / 대가大家의 품격品格 / 공연의 완성 / 우리 음악의 지평을 위해 / 나의 숲을 찾아서 / 인기 유감 / 동짓달 긴긴 밤에 / 값을 봐라!
2 리스트를 아시나요
짭질받다 / 춤추는 조르바 / 네제-세갱과 조르당 / 귀 명창名唱 무라카미 하루키 / 낭만에 대하여 / 리스트를 아시나요 / 바르다가 사랑한 10월의 하늘 / 파리로 가는 작은 숲길 / 소박한 삶을 찾아서 / 단지 그것이면 충분했다 / 마스터 클래스 / J를 추억하며
3 변혁의 시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역사 속의 음악 / 청소리 / 겨울 나그네 /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일까 / 여백의 미 / 변혁의 시대 / 어디로 가오리까 / 그대들 빛이 되소서 / 편지 / 변화의 근원, 확신 / 돌아서 가는 길
4 봄날은 간다
나를 위로하는 글 / 봄날은 간다 / 슬픔에 대하여 / 가을과 음악 / 어느 가을날 / 오만 원 클럽 / 자전거 / 좌충우돌 여름나기 / 내가 사랑하는 맛집 / 통영과 청마 / 별이 지다
5 작은 기쁨에 대하여
최인호를 추억하며 / 작은 마음 / 넷플릭스와 책 한 권 / 아무튼 시리즈 / 김연수의 말과 글 / 오래된 추억 소환 / 작은 기쁨에 대하여 / 새는 죽을 때 그 소리가 슬프다 / 사벽四壁의 대화 / 여행의 매력 / 기사단장 죽이기 / 나는 걷는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머리말]
지난 십여 년 동안 써온 글 중 일부가 책으로 엮어지게 되니 절로 지난날을 반추해 보게 된다. 목표를 정해 놓고 달려갔다기보다는 어찌 보면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덧 여기에 이르렀다. 더군다나 나름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여겼지만 나의 인생은 내 의도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모든 예술가는 무릎을 꿇는 순간 그 값어치가 없어진다. 영혼의 세계, 순수의 가치 그리고 절대성에 대한 영역을 다루는데, 예술가가 쉽게 고개를 숙이면 감동을 줄 수 없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우니 우리 예술계 잘 좀 도와주세요.”라는 자세보다 우리 스스로 존재 의의를 만들고자 노력해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순수예술은 지원의 대상이긴 하지만, 그리고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지만 우리부터 예술을 진정 사랑하고 존중하며 그 가치에 대한 확신이 먼저여야 한다는 생각을 글 속에 녹여 넣으려 했다.
한국과 같은 예술 소비국가의 특징 중 하나는 관객의 눈높이가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관객의 선택은 언제나 옳지만 그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최고가 아니면 선택받지 못한다. 이런 살벌한 시장에서도 우리 예술가들은 살아남고 있다. 구미의 극장처럼 집약된 기능을 갖춘 시스템에서 일할 수 있는 터전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의 창작열은 식은 적이 없다. 다만 우리 사회가 그들을 존경하지 못할 때 그들은 더 이상 예술을 계속할 힘을 잃을지도 모른다.
독일 역시 이러한 시스템을 유지하기에는 재정적 압박이 존재한다. 이러한 위기가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들이 꿈을 마음껏 펼 수 있는, 제작극장을 유지할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인가? 칼스루에 시민들의 예술에 대한 깊은 사랑과 예술가에 대한 한없는 존경. 이런 따뜻한 마음이 예술적 힘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 ‘칼스루에 단상’ 중에서
서양 오케스트라는 수백 년의 세월을 거치며 악기별 독립적 연주와 더불어, 모든 악기를 망라한 교향악의 음향학적 합을 만들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국악관현악단 역사는 아직 일천한 편이다.
몇 년 전 독일 칼스루에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대구시 수성구와 칼스루에시와의 교류 협력차 두 명의 국악 연주자와 함께 독일을 방문했다. 당초 준비한 김병호류 가야금 산조가 독일 관객에게 혹 어렵지 않을까 하는 일부의 우려가 있어서 황병기의 침향무와 비교하며 호텔방에서 두 곡을 듣게 되었다. 그러면서 대금 연주자의 곡도 함께 들었는데 지금껏 큰 무대에서 접하던 같은 연주자, 같은 곡이 매우 다르게 다가왔다. 이전에 느끼지 못하던 음색·울림이 다가왔다. 정말 신선한 충격이라 할 만큼 새로운 경험이었으며 국악의 매력을 재발견한 기분이었다. 소위 풍류방 음악이란 말처럼 우리 음악은 기계음향을 배제하고 아담한 공간에서 가까이 들을 때 제멋이 살아난다고 느꼈다.
- ‘우리 음악의 지평을 향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