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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8545802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5-08-04
책 소개
목차
머리말 _ 고해苦海여! 안녕
1부 추락
- 코로나19 속에 재활을 꿈꾸다 -
2021년 12월 11일~2022년 11월 8일
2부 슬픈 행복
- 휠체어 산책을 즐겼던 요양원 시절 -
2022년 11월 13일~2025년 1월 18일
3부 고통의 바다… 그리고 해탈
- 콧줄로 연명한 막바지 삶 -
2025년 1월 21일~2025년 6월 7일
저자소개
책속에서
[머리말]
송영자(1940년생) 할머니는 2021년 10월 13일 아침 쓰러졌다. 뇌졸중 증상으로 침대에서 떨어졌다. 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은 후 병원과 요양병원, 요양원을 옮겨 다니며 3년 9개월의 고생 끝에 세상을 떠났다. 사지 중 왼쪽 손만 온전했고, 내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앉아 바깥 구경을 겨우 할 수 있었다. 흡인성 폐렴을 앓은 이후에는 콧줄로 영양을 공급받았다. 이 글은 이런 병상 생활을 도운 늙은 남편의 일기다. 경황 중이라 처음 2개월간은 일기를 쓰지 못했다.
사사로운 일기를 출판한다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그걸 알면서도 왜 책으로 엮으려고 마음먹었을까. 그것은 고인이 겪은 고난이 사람의 말년에 대한 성찰의 한 사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혼자 움직이고, 화장실에 다닐 수 있는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말자는 내 다짐 때문이기도 하다. 오래 고인을 기리고 싶어 하는 유족들의 바람도 물론 이유가 될 터이다.
고인은 긴 병상생활 중 코로나19에 두 차례 감염되어 격리된 적도 있고, 오랜 병상 생활로 인한 악성 피부병으로 여러 병원을 돌며 고생했다. 두 차례나 폐렴에 걸렸고, 지병인 당뇨와 고혈압, 피부병 약을 포함한 여러 가지 약화에 시달리기도 했다.
말년 병상생활은 고통의 시간이다. 치다꺼리하는 가족들의 아픔도 크다. 생지옥이란 말은 이 경우에 적절한 표현이 된다. 많고도 많은 말년 환자들이 요양시설에서 오늘도 고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옛사람들은 천수를 누린 후 편안하게 죽는 것을 오복의 하나로 여겼다. 그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이 절실함으로 다가온다.
오늘 저녁에 영자를 만날 때 울지 않기로 단단히 마음먹었다. 그렇게라도 살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좋아지겠지. 언제나 밝은 면만 보자는 깨달음에 감사한다. 저녁에 면회를 했다. 걱정과는 달리 영자 얼굴은 좋았고, 표정은 조용하면서 평화로웠다. 꽃과 야채수, 새로 산 조끼를 안겨주었더니 좋아라 한다. 오늘은 하루종일 우울했는데, 면회를 하고 나니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도 꽃을 들고 휠체어에 앉아있는 처량한 모습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 1부 ‘2021년 12월 11일’
요양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영자가 틀니를 빼서 던져버리고, 마스크도 벗어버린다는 것이다. 계속 끼고 있으니 불편하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벗어 던진다는 것은 여간 걱정되는 일이 아니다. 또 마음이 아프다. 병원 의사를 만나봐야겠다.
『스님은 아직도 사춘기』라는 명진 스님의 신간을 읽었다. 출가자의 삶도 삶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종교는 도피이자 기만이다. 몸부림쳐도 유기체의 숙명은 어쩔 수 없다.
-1부 ‘2022년 1월 23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