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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91158731397
· 쪽수 : 108쪽
· 출판일 : 2019-07-01
책속에서
미스터리 메뉴가 나오는 날, 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정체 모를 ‘음식’을 먹었어. 그게 실수였지.
나는 속이 뒤집어지면서 그대로 죽는 줄 알았어.
결국 구토는 멈췄지만 숟가락 하나 들 힘조차 없을 정도로 기운이 쏙 빠져서 죽은 듯이 자고 일어났어. 그런데 일어나 보니까 내가 변해 있더라고.
1. 난 더 이상 채식주의자가 아니었지.
2. 행동이 어설프고 굼떴고.
3. 통증을 느끼지도 않았어.
4. 무대에서 가슴이 콩닥거리거나 속이 울렁거리지도 않더라고. 무대 울렁증을 완전히 극복했어.
이 사실을 다 종합해 보니 결론은 딱 한 가지였어. 나는 이제 더 이상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나의 좀비 인생 이야기, 들어 볼래?
나는 슬쩍 엄마를 넘겨다봤어. 엄마는 여전히 전화와 씨름 중이더라고. 하지만 제이비는 나를 빤히 보고 있었지. 제이비는 익히지 않은 날 음식을 갈구하는 나의 본능에 대해 이미 알아.
지금이야. 지금이야말로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라고.
나는 후다닥 레인지로 뛰어갔어.
“쉿!”
나는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동생에게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했어. 그런 다음 레인지의 불을 끄고, 그릇까지 싹 닦아 버렸지.
늘어선 줄 뒤에 있던 한 아이가 소리쳤어.
“이러다 날 새겠다.”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중얼거렸지.
“언제부터 이렇게 학교에 가고 싶어 안달했다고…….”
다들 내 절친이 화가 나 있다는 게 안 보이나? 내가 지금 일생일대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거야?
나는 앞으로 걸어가서 빈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어. 혼자서.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걸까? 니키는 왜 뜬금없이 앤절라를 들먹인 걸까? 니키는 왜 화가 난 거지? 금요일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는 지난 일을 거꾸로 되짚어 보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