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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58771324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19-10-30
책 소개
목차
1. 헬로우, 샌디에이고
역마살의 시작 | 보이지 않는 벽 |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 | 바흐 캘리포니아, 또 하나의 미국
2. 한국에서의 삶 vs 미국에서의 삶
알바 천국 | ‘나무늘보’들의 세상 | 내 안의 김치 유전자 | 내 생애 최고의 시간들
3. 엄마들의 낙원, 아이들의 천국
내가 여전히 낸시를 그리워하는 이유 | 같이 키울까요? | 킨더 공화국 | 펜슬 데이(Pencil day) | 어느 사커맘의 하루 | Trick or Treat!
4. 즐거운 인생, 신나는 교실
크리시피(Crispy)한 연주법 | 미국에서 천재 되는 법 | 그래서 주제가 뭐라고? | 교실 밖 천사들 | 장미꽃 한 송이
5. 굿바이, 샌디에이고
신데렐라의 오십 번째 생일 | 도대체 바벨탑은 왜? | 스투핏, 아메리카! | 병원에 한 맺힌 여자 | 라스베이거스의 여름
6.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살아남는 법
마지막 춤은 우아하게 | 맥가이버의 귀환 | 저기, 총 한 자루만 주세요 | 미국인들이 강도보다 경찰을 더 무서워하는 이유
7. 우리는 모두 이웃사촌
서울 쥐의 첫 번째 추수감사절 파티 | 슬라이딩 도어즈 | 딸의 치명적 매력 | 그림의 떡 | 내가 만난 사람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느 정도 살림을 갖추게 된 후에도 크레이그리스트를 찾는 우리의 손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어느새 사고 팔기에 재미를 붙인 나와 남편은 길에 버려진 가구만 보면 무조건 집으로 들여왔다. 그리고 약간의 리폼을 행한 뒤 사진을 찍어 크레이그리스트에 올렸다. 누군가에겐 쓰레기였지만, 누군가에겐 절실하게 필요한 물건이었던 가구들은 대부분 모두 좋은 가격에 팔려나갔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나의 리폼 작업을 도와야만 했던 남편은 자기가 공부를 하러 온 건지 가구 장사를 하러 온 건지 모르겠다며 구시렁대곤 했지만, 푼돈이라도 벌겠다는 나의 의지를 절대로 꺾지 못했다.
한국에 돌아와 잠시 신촌의 대학가 주변에 살게 됐을 때에도 나를 가장 들뜨게 만들었던 건 길거리에 버려진 가구들이었다. 멀쩡하게 생겼는데도 폐기물 딱지를 붙인 채 수거되어가는 가구들을 볼 때마다 나는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미국이었다면 50달러, 100달러 정도는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가구들을 오히려 돈을 내고 버린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버려진 가구들을 볼 때마다 당장이라도 집에 들여와 뭔가를 하고 싶었지만, 한국에선 팔 데가 없다고 극구 말리는 남편 때문에 단념하곤 했다.
낸시와 나의 육아법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하루 종일 딸들에게 눈을 떼지 못하며 종종거렸던 나의 모습은 낸시의 여유 있고 느긋했던 태도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처음엔 그런 낸시의 모습을 이해할 수도 없었거니와 절대적으로 옳지 않다고 여겼다. 나는 아기의 옷은 당연히 삶아야 하고, 분유는 적당히 따뜻해야 하며 이유식은 반드시 엄마의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고만 배워서였다. 사실 새로운 이유식 식단을 위해 골머리를 앓으며, 비싼 아기용 세제로 아기 옷은 물론 인형까지 삶고 있던 한국의 친구들에 비하면 나의 노력은 댈 것도 아니었다. 미국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한국의 육아방식을 고수하고 있던 나는 낸시의 게으름과 성의 없는 육아를 남편에게 헐뜯곤 했다. 나중에 낸시가 셋째를 임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도 나는 “그렇게 키운다면 열도 더 낳겠다”며 큰 소리를 쳐댔다.
에이바를 비롯한 미국 아이들은 시리얼과 샌드위치만으로도 잘도 자랐다. 돌아서면 커져 있는 미국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식사량과 성장은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내가 그토록 신경 썼던 간식과 위생이 오히려 아이들을 귀찮게 만들고 있다는 것도 조금씩 깨달아갔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들이 주로 먹는 시리얼이나 피넛버터 샌드위치, 그리고 마트의 작은 도시락은 영양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필요한 단백질과 탄수화물, 무기질까지 갖추어진 실로 균형 잡힌 식사였던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 엄마들은 음식 준비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전부 산책과 놀이에 쏟아부음으로써 아이들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나는 뒤늦게 깨달았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