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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3293
· 쪽수 : 120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구체적인 나비 13 / 구체적인 낙타 14 / 쾌족과 미완 그리고 자유 16 / 능소화 20 / 띄어쓰기 22 / 구체적인 당신 24 / 물 위에 쓰는 자화상 27 / 눈 내리는 아침을 소장하다 30 / 여여(如如) 32 / 공그르기를 암송하다 34 / 낯선 나를 호감하다 36 / 무례한 시 쓰기 38 / 몰랑한 눈빛을 위한 수다 40 / 친애하는 스마트폰에 관한 기억 43 / 구체적인 몰입 44 / 관념어 내보내기 46 / 내가 가장 잘한 일 48 / 빗소리 변주곡 50 / 담쟁이 51 / 오동꽃 52 / 구체적인 퇴근길 54 / 행복한 앉은뱅이 56 / 뜻밖에 배롱나무 57 / 적막에 꽃핀다! 58 / 시인의 봄밤 60 / 어린 왕자에게 62 / 너무나 구체적인 64
제2부
단풍잎 67 / 눈부처가 주는 생경한 슬픔 68 / 내 고요는 어디서 오려나 70 / 팔손이나무 7 / 2사랑니 74 / 천리향 76 / 아, 동백 78 / 아찔한 오진 79 / 대금산 진달래 80 / 뜬금없는 생각이 흘러 81 / 언젠가 그 먼 훗날 82 / 눈 내리는 일 84 / 오래전 처방전 86 / 금목서 87 / 어머니가 뜯어주는 산조 한마당 88 / 핀다! 90 / 할미꽃 91 / 아버지의 스토리텔링 92 / 안부를 물어주다 94 / 따뜻한 무관심 95 / 옷장을 정리하다가 96 / 이명 98 / 연분홍 립스틱 100 / 숯 101 / 허공에 집중 102 / 포장마차가 있는 풍경 104 / 천년학 105 / 지천명 106
해설 | 구상성(具象性)의 시학 107
김정남(문학평론가·관동대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당신과 잠이 들었다 멀리서 진입하는 낮고 낮은 오래된 무덤이 보였다. 내 속의 무덤에 한 사람을 파묻다 얼른 스탠드를 켰다 불빛 아래 봉분을 다지듯 당신의 까끌까끌한 구레나룻을 지나쳐 아직 탄력이 있는 허연 살점까지 지나쳐 일명 물건이라 칭하는 그곳까지 쓸어주었을 때, 내 손이 차가운지 이불을 더듬어 찾는 당신은 다시 구체적이다 마디 굵은 당신 손을 내 한 손으로 잡을 수 없어 두 손으로 잡았다 세상에서 만난 어떤 은유나 비유를 나는 찾을 수 없었다 거·칠·고·딱·딱·한 손을 가진 구체적인 당신을 읽으며 지나고 있었다
─「구체적인 당신」 중에서
눈부시게 들이닥친 시
심심한 시간 심심하다를 땜질하다 시에 낚였다
순정하게 그걸 바라보는 일 즐거웠다
세상은 아직도 물음과 느낌의 무수한 꽃 피고 진다
그 사이를 응시하다 정 주고 보듬다 지금의 지금이 왔다
눈매 선량해지는 일만 남았다는 걸 감지한다
또랑또랑한 동공처럼 둥글게 나는 굴러가고 싶다
태초의 어둠 한 점이었다가 밝음 한 덩이로 오는 시
내 안의 중심이 되어준 일거리가 생겼다
지그시 눌러앉아 내 안을 바라보다 그만 심장이 탈탈 털렸다
호명되지 않은 수많은 언어가 아직 있다는 걸 예감할 뿐
다만, 내가 가장 잘한 일은 시와 한바탕 잘 놀았다는 것
─「내가 가장 잘한 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