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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3927
· 쪽수 : 144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연두 13 미나리꽝 14 대밭 이모 16 대패 18 산벚꽃 20 귀를 열다 22 이파리가 흔들리는 소리는 24 자두꽃 25 배롱나무 26 유월 28 애기똥풀 30 곡우 31 수만리 32 하루 34 어느 봄날 36
제2부
오월 39 미루나무 이파리가 흔들리며 40 이도백하 지나며 42 사월 44 붓꽃 46 고래아이 48 여름 50 갈보리 51 우물 52 백로 54 물매화 56 능소화 58 개심사 60 갈아엎다 62 가을도 다저녁이어서 64
제3부
늦꽃 67 이 도시에서 가장 낮은 곳 68 먼 길 69 능소화 지고 70 거미 72 조문 74 금 간다는 것 76 경배의 자세 78 황홀한 단절 79 오월 80 물비린내 82 장마 84 우람이 생각 86 고요의 파문 88 한식 90
제4부
멸치 93 왕궁 가는 길 94 시린 발 96 갈대와 억새 사이 98 봄날 간다 100 시클라멘 102 콩나물 기르기 103 기억한다는 것 104 그들이 사는 곳 106 가족 108 봄날 109 백년의 기억 110 연리지 112 경계에서 114
해설 | 귀를 여는 힘 115
강연호(시인·원광대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삼거리 마당 깊은 집
저녁 이내 속 양철지붕이 환하다
새 이불 홑청 갈아 씌운 듯
살구나무 아래 꽃그늘이다
바람도 없이 번져간다
어디에 숨어 있었나
상처에서 여린 살 올라오듯
저 빛은 혼자만의 색이 아니다
오래 서성거린 색이다
무심히 때로는 간절히
겹겹이 스민 저 빛깔을
다들 불러내고 싶을 거다
사라진 지붕들처럼
기억의 시간 속에서만 잠깐
속살을 보여주는 저 빛깔을
-「연두」 전문
말쑥한 하얀 차림으로 쑥쑥 서 있는 나무
백석 시인의 긴 목이
헐렁한 옷 품새 정갈한 마른 모습이 겹쳐진다
장백산 깊은 골에 깃들여 살다 간 사람들을
설핏 풋잠 속인 듯 꿈꾸는 동안
자작나무길 끝이 없다
구름 한 점 없는 명징한 하늘과
자작나무 숲은 서로 경배하고 있는 듯
긴 침묵이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이도백하 지나며」 중에서
물 위에 흔들리는 강 건너 세상이
새삼스러웠다
억새인지 갈대인지
더 이상 물어볼 사람 없는 나 때문에
함께 피어 있느냐고
억새인지 갈대인지 바람 소리도 없이
나를 흔들었다 마른 몸을 서걱거리며
억새인지 갈대인지
내게 두 발을 더 깊이 묻으라 했다
잠시 억새였다가 다시
갈대가 되기도 하며 내가 내게 물었다
강 건너 세상을 향해 빈 껍질로 서성이는 갈대인가
차마 건너지 못하고 강가를 서성이며
철없이 흔들리는 억새인가
-「갈대와 억새 사이」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