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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5433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22-02-28
책 소개
목차
제1부
불멸의 독서•13/황금빛 나무를 그리다•14/수박이 아프다•16/입 밖으로 날아간 물고기•18/The Love is something•19/시를 찾아서•20/라스코 벽화•22/마르셀 뒤샹의 체스판•24/연꽃 화엄경•25/로열 플러시•26/수선화 웃음으로 그가 오신다•28/카사블랑카•30/마음의 창•32/자화상•34
제2부
살아야지 살아야지•37/CROSS ROADS•38/그때 그 여름은 없네•40/희망의 전언•42/La sete di vivere•44/잠자는 뮤즈•46/아다지오•48/1935년, 〈제비〉다방 스케치•50/우리 함께 알람브라 궁전으로 갈까요•52/몰도바•54/중세 속으로 들어간 여자•56/즈 스위 말라드(Je suis Malade)•58/동백꽃이 피어나는 겨울 아침•60/즈떼므•62
제3부
사랑 앞에서는 모든 공간과 시간이 사라지는 법•65/반쪽 심장•66/이클립스•68/태양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70/고망(古莽)의 나라•72/보이지 않는 나무•73/Drawing in the Air•74/유월의 바퀴살•76/봄꿈•78/우수(雨水)•79/이 많은 토끼풀을 언제 다 먹을 수 있을까•80/누가 나를 이 부름나무 아래로?•82/쿠마에의 전언•84/압화(押花)•89/푸른 별, 나의 물독•90
제4부
허공 백지•93/클라인 병 만들기•94/함제미인•96/만복사(萬福寺), 봄꿈•98/백성 스님의 학춤을 보고•100/모란 한 송이에 담긴 기억•102/태엽이 나를 감고 돈다•103/12월은 나무가 뚝뚝 부러지는 달•104/다음 생에는 무채색 당신을 만나겠습니다•106/통도사에서 읽는 시•108/벽암록 흉내 내기•110/저승과 이승과의 거리 30cm•112/사랑•114
해설 김정배(문학평론가, 원광대 교수)•115
저자소개
책속에서
귀밑 간질이던 산들바람이
책장을 넘긴다
내 가슴에 묻혀 있던 말
수십 년이 지나서야
세상 밖으로 나온 최초의 문자들
오디세우스가 먼 길을 돌아와
페넬로페에게 사랑을 고백하듯
강물에 젖어 희미해진 문장들을
흰머리의 내게 읽어주고 있다
꿈같은 시간들을
다시 살고 있는
― 「불멸의 독서」 전문
수박을 먹으며 너를 생각한다
너를 생각하면 수박이 아프다
수박이 붉은 눈물을 흘리며 운다
뜨거운 양철 지붕 밑
이마 맞대고 파먹던 붉은 심장
보랏빛 새벽이 오기 전
무쇠 칼에 베어지던 청춘을 기억하며 운다
술 취한 배처럼 흔들리던 신념
그 무너진 기슭, 어느 무덤가
초록의 인광으로 빛나던 사랑,
그 이름을 불러보지만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지 않고
네 다디단 심장을 먹은
내 입술만 피처럼 붉다
너와 같이 수박을 먹던 한여름 밤도
붉은 눈물을 흘린다
유성이 떨어진다
― 「수박이 아프다」 전문
너를 처음 만난 순간
너는 내 사전 속 프롤로그에 쓴 시
주황색 오렌지 노란색 아침바다 불타는 장미였다
지중해에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오딜롱 르동의 〈이브〉처럼 카페에 앉아 있는 천진한 여인
탁자 위에 얹힌 오렌지주스 잔이 엎질러지는 순간
누가 천 일의 사랑을 예견할 수 있었을까
그녀 가슴을 찌르고도 남을 수천수만 불타는 가시를
수천 년 역사의 철제 궤짝 속에 녹슬어가거나
이제는 재가 되어버린 문장들
흐르는 물결 속 반짝이는 햇살 흰머리에 이고
푸른 심연 속 침묵으로 잠겨드는 늙은 여인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빛나던 태양은 사라지고 없어도
이제 그녀는 노트르담 성당 성화처럼 고요하다
사제의 옷자락 같은 지중해의 물결 위로
참회의 저녁 종소리 번진다
남은 백지에 마지막 물그림자를 그려 너에게 띄우는 정유년 새해
내 가슴속 낡은 사전은 너에 대한 상징이었을 뿐
이제 더 이상 펼치지 않을 것이다
― 「태양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