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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2025 노벨문학상 수상)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은이), 노승영 (옮긴이)
알마
3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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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2025 노벨문학상 수상)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동유럽소설
· ISBN : 9791159924248
· 쪽수 : 768쪽
· 출판일 : 2024-12-27

책 소개

라슬로 4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엄청난 분량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장, 특유의 세계관으로 라슬로 작품의 정점을 찍는다. 길고, 마침표 대신 쉼표로 연결되며, 복잡하면서도 모호한 의식 상태를 명료하게 드러내는 라슬로 특유의 표현 방식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탄탱고》《저항의 멜랑콜리》《전쟁과 전쟁》에 이은
라슬로 4부작의 마지막 작품

작가가 인정한 인생 단 한 권의 소설!
평생 하나뿐인 사랑을 품은 벵크하임 남작,
사랑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가 죽다

라슬로 작품의 정점에 있는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작품은 길고도 난해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소개된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에 이어 아직 번역되지 않은 《전쟁과 전쟁》까지, “현대 아포칼립스 문학의 대가”라는 수전 손택의 평가대로 곧 멸망할 것만 같은 암울한 세상을 담아내는 데는 어쩌면 라슬로의 문장이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그 연장선상에 있는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은 라슬로 4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엄청난 분량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장, 특유의 세계관으로 라슬로 작품의 정점을 찍는다. 길고, 마침표 대신 쉼표로 연결되며, 복잡하면서도 모호한 의식 상태를 명료하게 드러내는 라슬로 특유의 표현 방식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이 라슬로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작품인지는 라슬로의 말에서 드러난다. 그는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는 한 권의 책만 쓰고 싶다고 천 번을 말했다. 첫 번째 책에 만족하지 못했고, 그래서 두 번째 책을 썼다. 두 번째 책에 만족하지 못했고, 그래서 세 번째 책을 썼다. 이제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으로 이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실패에 대한 고백이자, 수십 년에 걸친 작가 인생에서 해온 모든 시도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은 단 한 권의 소설인 것이다.

수십 년에 걸친 라슬로 작품의 정점에 있는 소설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이전 소설의 카덴차”,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말의 리듬으로 악보를 쓰다

작가는 이 소설을 “이전 소설의 카덴차”라고 말한다. 카덴차는 악곡이나 악장을 마치기 직전에 연주자가 기교를 최대한 발휘하도록 구성된 화려하고 자유스러운 무반주 부분을 가리키는 음악 용어다. 원래는 연주자가 즉흥적으로 연주했지만, 관습이나 작품의 본질에서 벗어나기 쉬워서 작곡자가 직접 악보에 표시하는 것이 통례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이 소설가로서 살아오는 동안 낙서한 것을 묶은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즉흥적이면서도, 라슬로의 기교를 최대한 발휘한 작품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의 차례는 악보와 같다. 다소 낯설고, 꼭지마다 붙은 제목은 가사 같으며, 악기 소리와 합창단의 목소리를 배열해놓은 것 같다.
라슬로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저장용으로만 활용한다고 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게 1만 년의 살아온 결과라고요? 마이크, 노트북, 기술 사회가 전부인가요? 정말 슬프고도 실망스럽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 아인슈타인, 부처에서 안드레 세레메디에 이르기까지, 인간 역사에 그토록 많은 천재가 있었는데 말이죠.”
라슬로는 길디긴 문장을, 쉼표와 말이음표로만 연결되어 마침표도 없이 이어지는 문장의 굽이굽이를 머릿속에서만 다듬어낸다. 라슬로야말로 말의 리듬을 고스란히 살려내고 그 호흡에 따라 이야기를 풀어놓을 줄 아는 진정한 천재가 아닐까.

귀향, 인간의 영원한 그리움

라슬로는 어린 시절 이후로 어느 곳에서든 집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집은 불안정한 공간이고, 집이라고 느끼는 감정은 일종의 환상이다. 이 느낌은 원시적이고도 오래된 감정이다. 그렇기에 이런 느낌을 평생 유지하는 것은 일종의 축복이자 행운이며 능력이다. 집에 있는 것처럼 느끼려면, 많은 것에 눈이 멀고, 많은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집이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애정은 안전의 문제다. 나를 보호해줄 가족이, 친척이, 친구가 없는 집은 안전하지 않다. 그런데도 벵크하임 남작은 집으로, ‘고향’으로 향한다. 더 이상 친숙하지도, 안전하게 보호해줄 대상도 없는 그곳으로, 다만 애정을 갈구하면서. 오래되고 잊힌 첫사랑이자 단 하나의 기억을 좇아, 그 또한 원시적이고 오래된 감정을 따라 다시 귀향한다.
귀향은 문학에서 거듭 되풀이된 아주 오래된 주제다. 이 소설은 가장 ‘헝가리적’인 문체로 가장 친숙하고도 오래된 가치가 사라져가는 것을 담았다. 라슬로는 귀향을 다룬 선구적 작품들이 지닌 고전적 클리셰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벵크하임 남작은 평생 단 하나의 사랑을 품고 살아갔고, 그 사랑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가 죽는다. 마치 오래된 발라드처럼, 기사도의 노래처럼 말이다. 그래서 벵크하임 남작은 변함없는 가치와 그것의 종말을 귀향과 죽음으로 보여준다. 오래된 것에 경의를.

시리즈 소개

알마 인코그니타(Alma Incognita) 시리즈
문학을 매개로 미지의 세계를 향해 특별한 모험을 떠납니다.

오카다 도시키
《우리에게 허락된 특별한 시간의 끝》 (오카다 도시키 지음, 이상홍 옮김, 2016년 8월)
《비교적 낙관적인 케이스》 (오카다 도시키 지음, 이홍이 옮김, 2017년 7월)

에르베 기베르
《유령 이미지》 (에르베 기베르 지음, 안보옥 옮김, 2017년 3월)
《빨간 모자를 쓴 남자》 (에르베 기베르 지음, 안보옥 옮김, 2018년 6월)
《내 삶을 구하지 못한 친구에게》 (에르베 기베르 지음, 장소미 옮김, 2018년 11월)
《연민의 기록》 (에르베 기베르 지음, 신유진 옮김, 2022년 3월)

마티외 랭동
《에르베리노》 (마티외 랭동 지음, 신유진 옮김, 2022년 12월)

우밍이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2018년 3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사탄탱고》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2018년 5월)
《저항의 멜랑콜리》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구소영 옮김, 2019년 5월)
《라스트 울프》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구소영 옮김, 2021년 10월)
《서왕모의 강림》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2022년 7월)
《세계는 계속된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박현주 옮김, 2023년 1월)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오블리비언》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지음, 신지영 옮김, 2019년 10월)
《끈이론》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지음, 노승영 옮김, 2019년 11월)
《에 우니부스 플루람 : 텔레비전과 미국 소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지음, 노승영 옮김, 2022년 2월)

올리비아 로젠탈
《적대적 상황에서의 생존 메커니즘》 (올리비아 로젠탈 지음, 한국화 옮김, 2020년 1월)

김사과
《바깥은 불타는 늪/정신병원에 갇힘》 (김사과 지음, 2020년 11월)

로리 프랭클
《클로드와 포피》 (로리 프랭클 지음, 김희정 옮김, 2023년 5월)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
《펄프헤드》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 지음, 고영범 옮김, 2023년 8월)

노먼 에릭슨 파사리부
《대체로 행복한 이야기들》 (노먼 에릭슨 파사리부 지음, 고영범 옮김, 2023년 11월)

기욤 로랑
《내 몸이 사라졌다》 (기욤 로랑 지음, 김도연 옮김, 2024년 3월)

* 인코그니타 시리즈는 계속 이어집니다.

목차

트르르르……
잘난 당신을 쓰러뜨리고 말겠어


창백한, 너무도 창백한


그가 내게 편지를 썼다


그는 도착할 것이다. 그가 그렇게 말했으므로

무한한 어려움

흠므므
조심하라

라리라
패배자(아레펜티다)


헝가리인들에게 고함


숨은 자들은 모두

연주용 참고 자료

이어서
럼, 펌, 펌, 펌, 흠므므, 라리라, 리, 롬
럼, 펌, 펌, 펌, 흠므므, 라리라, 리, 롬
럼—라리라, 리라롬

트르르르
다 카포 알 피네

저자소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54년 헝가리 줄러에서 태어났다. 1976년부터 1983년까지 부다페스트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고, 1987년 독일에 유학했다. 이후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그리스, 중국, 몽골, 일본,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 체류하며 작품 활동에 매진해왔다.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며 고골, 멜빌과 자주 비견되곤 한다. 수전 손택은 그를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으로 일컫기도 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종말론적 성향에 대해 “아마도 나는 지옥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독자들을 위한 작가인 것 같다”라고 밝힌 바 있다. 영화감독 벨라 타르, 미술가 막스 뉴만과의 협업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 매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다. 주요 작품으로는 《사탄탱고》(1985), 《저항의 멜랑콜리The Melancholy of Resistance》(1989), 《전쟁과 전쟁War and War》(1999), 《서왕모의 강림Seiobo There Below》(2008), 《마지막 늑대The Last Wolf》(2009), 《세상은 계속된다The World Goes On》(2013) 등이 있다. 그의 소설은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다양한 국내 및 국제 문학상을 수상했다. 헝가리의 Tibor Dery 문학상(1992), 독일의 SWR-Bestenliste 문학상(1993), 대문호 산도르 마라이의 이름을 따 제정한 헝가리의 Sandor Marai 문학상(1998), 헝가리 최고 권위 문학상인 Kossuth 문학상(2004), 스위스의 Spycher 문학상(2010), 독일의 Brucke Berlin 문학상(2010) 등을 받았고, 2015년에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을 수상했다. 2018년 《세상은 계속된다》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또 한 번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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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영 (옮긴이)    정보 더보기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 협동과정을 수료했다. 컴퓨터 회사에서 번역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환경 단체에서 일했다.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동물에게 배우는 노년의 삶》 《대중문화의 탄생》 《제임스 글릭의 타임 트래블》 《위대한 호수》 《당신의 머리 밖 세상》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등의 책을 한국어로 옮겼다. 홈페이지(www.socoop.net)에서 그동안 작업한 책들의 정보와 정오표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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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나는 자네들을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않고 내가 보기에 자네들은 모두 지옥에 갈 것이고 하나가 쓰러지면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며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미리 보고 미리 들으며 그것에는 기쁨도 위안도 없을 것이기에 이 같은 것은 무엇도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요, 내가 자네들, 악사들과 함께 무대에 오를 때 이 임무가, 가능성에 입각한 이 임무가 결실을 거두더라도 나는 조금도 만족하지 않을 것이며 작별 인사차 자네들에게 말해두고 싶은 것이 있으니 나는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데, 달리 말하자면 고백하건대 우리가 지금 여기서 함께 만들어내려는 것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데, 나는 여기서 모든 것을 감독하는 자요, 무엇도 창조하지 않고 그저 모든 소리 앞에 존재하는 자요, 신의 진리에 따라 이 모든 것이 끝나기를 그저 기다리는 자이기 때문이다.


일등칸에서 처음으로 혼자였으며 한 손으로는 여행 가방을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는 작은 테이블을 꼭 쥐고서 그들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여인과 어린아이를 그저 바라본 것은 여인이 아이의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며 이를 위해서는 해가 비치는 지점에 그가 서 있어야 했는데, 이 해는 끊임없이 그들을 희롱하며 돌아다녀 양달이 나타났다가도 카메라가 준비되었을 즈음이면 아이는 그늘에 서 있는 신세가 되었으며 둘이 방금 나타난 또 다른 양달로 가도 작업을 끝내기 전에 햇빛이 사라지는 탓에 남작은 그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으며 아이가 고분고분하게 여인을 따라 이 지점으로 저 지점으로 가고 이따금 철로 사이로 안내되는 광경을 보았으니 그는 양달에 세워졌으나 햇빛은 끊임없이 그의 위에서 사라졌으며 갑자기 기차가 덜커덩거렸으나 움직이지는 않고 그곳에 가만히 서 있되 마치 어떤 기술적 결함이 생긴 것처럼 서 있었으나 기술적 결함은 없었던 것이, 1분 뒤에—엄청나게 달그닥달그닥 덜커덕덜커덕 삐그덕삐그덕 끼익끼익거리며—기차는 자신이 움직일 수 있음을 아주 느리게 보여주기 시작했으며 그가 여행 가방을 놓고 작은 테이블에서도 손을 뗀 것은 그들을 보고 싶다면 계속 몸을 돌려야 했기 때문으로, 그는 정말로 그들을 보고 싶었으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저 어린아이와 여인을 보고 싶었으나 테이블에서 손을 떼도 허사였고 몸을 돌려도 허사였던 것은 그들이 시야에서 금세 사라졌기 때문이며 어차피 그가 볼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던 것은 그의 눈이 눈물로 가득했기 때문이나 기차가 시커먼 배차실 앞을 지날 때 그는 눈에서 눈물을 닦고 아까만큼 힘주어 쥐어짜지는 않았어도 다시 한번 여행 가방과 작은 테이블을 움켜쥔 채 창밖을 내다보지 않은 것은 실내를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그는 더럽고 번들거리는 바닥을, 바닥에 붙박여 있으려는 악어가죽 구두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아마도 일주일간 남작은 잔심부름꾼에게 부치게 할 편지 한 통을 쓰고 또 쓰고 있었지만 마음을 바꿔 두 번째 편지를 썼는데, 그 편지에서는 첫 편지에서 정확히 표현하지, 자신이 느끼기에 못한 모든 것을 바로잡으려 했던바, 기억이 떠나가고 있소, 라고 애석한 상황을 서술했는데, 말하자면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기억 능력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으로, 다른 말로 하자면 녹슬고 있었다는 바로 그 일이 일어나고 있었으니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많았고 더는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 많았으며 이름들은 그의 머리에서 영영 사라지는 것 같아서 그는 거리 이름을 기억해내려 애썼으나 허사였고 옛 대루마니아 구역 근처의 자분정 우물 이름과 병원으로 가는 길에 있는 다리의 이름을 떠올리려 했으나 우물과 다리 둘 다 더는 생각나지 않았으며 사라진 게 분명했으니 그 가 헝가리에 보낸 편지에 썼듯 그에게 남은 게 거의 없었던 것은 그의 기억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의 결과로 다리가 약해졌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는 언제나 조금 비틀거리며 걸었으며 약한 시력과 예민한 위장과 삐걱거리는 관절과 아픈 등과 폐는 말할 것도 없었으나 그가 계속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이 모두가 비참한 결말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었으며 그가 두려워한 것은 그녀가, 마리에타가 그의 실제 모습보다 더 불쾌한 인상을 받으리라는 것이었는데, “하지만 나를 밑어주오”, 그는 ‘믿’을 ‘밑’으로 잘못 쓴 탓에 처음의 편지를 구겨 피아노책상 옆의 쓰레기통에 던져넣고서 계속하여 쓰길 나의 능력 중에서 영원히 ‘부서지지 않는’ 것 단 하나가 있는데, 엄밀히 말해서 그것은 이 도시를, 그리고 이 도시 안에서 당신을, 마리에타를 떠올릴 때 그런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오, 이제 나는 예순다섯이 넘었소, 어쩌면 나는 두 가지 사실을, 내 삶을 지탱한 두 가지를 고백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소만 그것은 내가 한 도시를 알았고 그 도시에서 당신을 알게 되었다는 것과 또한 털어놓을 수 있는바 내게 이것의 의미는 오직 하나라는 것으로, 그것은 ‘이 생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이 도시, 그리고 그 속에 있는 당신’이라는 것이니 내가 여기서 무슨 대단한 비밀을 실토하는 것이 아님을 당신도 분명히 알 터인데, 내가 아직도 기억하는 것은 내가 아무리 비겁해도 결국 당신을 사랑한다고 고백했다는 것이니 지금이야 끝났다는 걸 알고 내가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걸 알고 내가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것도 알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마리에타, 나는 가장 힘들 때 이 도시를, 그리고 그 속의 당신을 생각하면 언제나 기운이 솟았고 실은 마지막으로 딱 한 번 당신을 찾아가 직접 이야기하고 싶으니 나의 사랑하는 마리에타, 당신이 있기에—그는 이렇게 썼으나 이제 종이가 피아노 책상 표면을 저절로 미끄러지다시피 하여 쓰레기통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당신의 얼굴, 당신의 미소, 그리고 당신이 미소 지을 때 아담하고 어여쁜 뺨에 생기는 자그마한 보조개 두 개는 내게 무엇보다, 다른 무엇보다 귀중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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