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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5624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2-10-18
책 소개
목차
제1부
환승•11/일요일•12/설계•14/청첩의 목적•16/조율•18/공생•20/시(詩)는 고양이로소이다•22/현(絃)•24/스케줄•26/잔상•28/우물과 노인•30/상상•32/복숭아 인문학•34/리모컨•36/경계 1•38/난민의 의미•40/프롤로그•42
제2부
연어 떼가 돌아올 시간•45/이중성•46/지팡이•48/애인•50/이방인의 거울•52/건조대•54/독거•55/이방인•56/애인의 존재•58/할미꽃•60/바람의 결•62/고독•64/걸레•65/낚시의 재발견•66/경계 2•68/애인의 방향•70/그녀는 내게•72
제3부
주목•75/트라이앵글•76/열목어•78/소진(消盡)•80/돈다는 것•82/그거 아니•84/갱년기•86/중년•88/파지•90/난민•92/제비집, 헐리다•94/아치•96/소리 집•98/뿌리•100/도어락•102
해설 이현호(시인)•103
저자소개
책속에서
환대 받는 자 환송하는 자
화염 속에서 서로의 자리를 확인한다
지하에 의식을 저장하고
필요한 만큼만 주머니에 구겨 넣는다
비릿한 냄새와 연기로 치환이 설명될 때
남는 자는 자못 진지하다
너의 흔적에 경의를 표한다
살과 뼈
구속과 해방
만남과 이별의 경계에는
환승 너머의 환승이 기다리고 있다
나이테와 환승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려는 자
여러 번의 시도에도 결국
환승의 변두리에서 환승되었다
― 「환승」 전문
인지 가능한 음역대는 16에서 2만 헤르츠
파와 솔에는 42.8헤르츠의 거리가 있다
항상 솔의 자리에 머물던 그녀
습기를 머금은 탓일까
오늘밤 파열음이 되어 터져 나온다
끊길 듯 끊이지 않은 오열
알 수 없는 음역대가 발견된다
지금 당장 조율이 필요한데
나에겐 측정 가능한 절대음감이 없다
현을 조일 땐 아집을 내려놓고
평균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덕률부터 바짝 살펴야 하는데
그녀만 보면 나의 감각은 허물어지고 만다
간극과 간극이
정열과 정열이
기준과 기준이 만날 때
우습게도 조율은 조율되지 못하고
우리 사이는 파국을 맞는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녀의 고음에 미동도 없던 내가
미세한 음 이탈의 파동에도
날이 서던 것은……
조율은 아이러니이다 황홀한 이별이다
― 「조율」 전문
복숭아를 보면서 추억을 고집하는 당신
과수원에 와보신 적 있나요
나무에 달린 열매인 양
주렁주렁 매달린 사람 냄새를 맡아본 적 있나요
한입 베어 물면 흥건하게 번져오는 저녁 안에서 한꺼번에 몰려오는 식솔들의 달콤한 표정들을 전부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어머니는 태몽 이야기에 눈시울 적시겠죠 아버지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맛나게 삼키던 물복숭아의 여린 속살을 떠올릴지도 몰라요 누이는 복숭아와 봉숭아를 착각해서 까르르 웃을 테고 나는 덜 익은 복숭아를 싸웠던 친구에게 내밀면서 아무도 모르게 뿌듯해하던 그날을 반복할지도 몰라요
인문학이 별거 있나요
식구들과 친구들이 모여서 단단한 복숭아를 깎지도 않고 베어 물었던 생각을 하거나 완숙한 복숭아를 씹지도 않고 사르르 녹여 먹던 늦여름 식탁을 그리워하면 그만일 거예요
그러니 복숭아란 단어만 떠올려도 침이 고이면
당신도 그 자체로 인문학이에요
마음속에 사람을 사랑하는 계절이 깊어지고 있고
당신보다 먼저 소리 없이 둥글게 웃는 복숭아가
태양과 달과 바람과 비에게 당도 높은 특강을 하고 있을 테니까요
― 「복숭아 인문학」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