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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7055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5-08-25
책 소개
목차
제1부
그랑자트섬의 오후 13/마릴린 먼로 14/청사포 15/산벚나무에 이력서를 내다 16/목도리도마뱀 18/시이튼의 동물기 19/대팻집나무 20/토마토 22/화살 23/물 水 자를 베고 자는 잠 24/사막이 보낸 편지 26/다락방 27/자유분방 28/모나미 볼펜 153 30/범일동 자수점 31/네잎클로버 32
제2부
우주인 공성인 35/새 36/송다 38/웰위치아 39/두실역 일 번 출입구 40/불 속의 편지 42/꽃밭에서 43/목련 44/문희, 꿈을 사다 46/낙타편의점 47/여우장갑 48/강물재판 50/혹등고래의 외줄타기 51/백 년 동안의 고독 52/훌라후프 54
제3부
수건돌리기 57/코피 58/넥타이 59/반환점 60/달빛거미 62/비학리의 배후 63/삼족오(三足烏) 64/수국꽃 피거든 66/벽조목 도장 67/타래난초 68/보름달, 70/풀등 71/접선 72/그리피스 조이너의 손톱 74/아침 명상 75/맞수 76
제4부
불혹 79/그림자 월장 80/과수원이 있던 자리 82/하현 83/귀뚜라미 환상통 84/감동란 86/애국가 87/파킨슨 신전(神殿) 88/황태해장국 90/카시오페이아자리 91/연탄 92/거푸집 94/삼강나루 95/숫돌 96/종합선물세트 98
해설 염창권(시인) 99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홉 명의 아이들 아홉 장의 종이에
나누어 그린 자기 몫의 그림을 합한다
양산이 하늘과, 치맛자락이 발목과 어긋나고,
팔이 팔꿈치와, 손이 손가락과 어긋나고,
남자가 여자와, 하늘이 바다와 어긋난다
소리는 빛과, 나무는 강물과 어긋나고,
그늘이 빛과, 휴식이 평화와 어긋난다,
어긋남이 어긋남과 어긋나는 오후 네 시
퍼즐과 미로 같은 생의 나른한 그림자
— 「그랑자트섬의 오후」 전문
잎 지으랴 꽃 빚으랴 바쁜 나무
봄이 주문한 꽃들의 견적서를 쓰고
잎들의 월간 생산 계획을 짠다
가장 알맞은 순서도에 따라
발주 받은 꽃들을 완성한다
납기에 늦지 않게 꽃들을 싣고
잔가지 끝까지 빠짐없이 배달하려면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붉은 낙엽 털어내 연말 결산하고
안으로 굳은 옹이를 쓰다듬는 나무
대차대조표에 빈 가지만 남아도
봄이면 꼼꼼하게 부름켜 조이고
제 몸의 숨은 스위치 올려
가지와 뿌리를 닦고 기름 친다
나무 공장에 출근할 수 있다면
숙련공 대신 임시직으로 채용된다면
꽃 지고 난 뒷설거지까지
성심성의껏 나무를 거들고 싶다
첫 월급봉투 받아들고 두근거리며
나무의 봄과 딱 한 번, 접 붙고 싶다
— 「산벚나무에 이력서를 내다」 전문
무수히 쏘았으나 과녁을 빗나간 꿈들에 관하여
가슴을 스쳐 간 쓰라린 찰과상의 길에 관하여
예고 없이 꽂힌 심장의 과녁에 관하여
송곳 끝만 한 몸 하나 꽂을 자리를 못 찾고
머뭇거리다 곤두박질친 한순간의 추락에 관하여
바닥에 누웠으나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등 뒤에 지고 누운 바닥의 차가운 질척함에 관하여
흔적 없이 썩지 못하고 전생이 반쯤 남은
삭정이로 발견된 나날의 치욕에 관하여
바람을 매기는 동안 내쉰 활의 긴 날숨에 관하여
한 발의 명중이 있기 전에는, 말하지 않는다
— 「화살」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