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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0160642
· 쪽수 : 262쪽
· 출판일 : 2020-03-05
책 소개
목차
2005년에 적은 생각의 흐름들
나의 어린시절 12
소녀시절 18
사회에 첫 발을 딛다 24
시련기 29
인고의 시절 34
‘도道’ 책을 읽다 37
‘내가 바로 관세음보살’ 40
스님께 호된 꾸지람을 듣다 48
아들의 졸업식에 참석치 못하고 48
부처님 오신 3,000년 전이 바로 오늘이고 53
‘심주어법, 심주어상’이란 화두를 들다 55
맡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자리 64
3일간의 철야정진 67
계란과 닭의 선후를 알고 70
삼위일체三位一體라는 마음이 되다 73
가사 장삼을 지어 드리고 76
소쩍새 마을을 다녀와서 79
그릇, 식탁, 마루, 방바닥을 닦아도 83
떡 바구니 85
동은이가 낚시를 갔다 와서 아프다 89
축농증을 고치러 병원에 가다 93
카데바를 보니 마음이 떨린다고 95
남편에게 애원하다 98
백 사람에게 공양을 올리자고 103
상단에 올리려던 포도를 먹고 105
남편 친구(이호재)의 어머님 천도재 107
백야 법회를 가다 111
내가 하는 일은 모두가 내일이고 115
천도재를 올리고 117
저 뒤에 여자분들 120
시렁 위에 놓인 그릇들 122
한 생각이 나를 힘들게 하고 124
생각나기 이전임을 알고 126
간절한 마음이 법이 되고 129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되돌아오고 131
노모를 모시면서 134
불이란 화하여 나툴 수 있는 힘 136
근무력증을 앓다간 친구 138
마음이 행으로 이어지기까지 141
매일 아침 수목원의 풀을 베다 146
바람처럼 물처럼 148
산소가 갈라지고 155
어머님의 칭얼거림 159
웃음을 선사하는 신도분들 162
흙에서 살고가신 아버님 164
운학雲鶴의 달빛 168
사찰에서의 밥 한 수저(주방에 굴러다니는 떡) 173
어머님의 큰 자리 178
2003년 12월 30일 새벽 2시 182
법당이 있는 학교를 184
아버님의 49재 188
거울 속의 나 193
침묵이 금이다 195
마음이란 무엇일까? 197
제삿날 208
2020년에 적은 생각의 흐름들
이불빨래를 하며 214
‘영광’이란 이름으로 장학재단이 만들어지고 216
이 고장 어르신들의 정성(연설문) 218
하나 왔으면 전체(일체 조상)가 다 온 것인데 219
고라니의 배웅을 받으며 221
낙태 엄마의 꿈 223
세상에 어느 것 하나도 버리고 취할 것 없음을… 226
엄지손가락의 불편을 통해 배운 것 229
세 가지 중요한 것 231
저 밑바닥에 깔린 그리움을 보았다 234
몸을 벗기 전 마지막 거처를 생각하면서 236
결혼은 인생의 무덤 239
2008년 미국에서의 10월 어느 날 단상 242
박쥐다리 252
주원이 생일 254
기도문 256
저자소개
책속에서
선원을 처음으로 찾았던 바로 그날(1985년 12월 9일) 선원에서 점심 공양을 마치고 수원 시댁을 가기 위해 관악역 앞에서 3번 버스를 탔다.
하얗게 단장을 한 산야를 바라보며 어서 3일이 지나 대행스님을 만나뵈었으면…, 어떻게 생기셨을까? 잠시 생각이 스쳐갔다. 차가운 공기를 느끼면서 파란 하늘아래 눈 덮인 산야에 무심히 시선이 꽂힌다.
바로 그때였다. 내 가슴 속에서 무엇인가 꿈틀하는 듯 하더니 ‘내가 바로 관세음보살’이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 나와 처음 맛보는 기이한 일이었다.
온 세상을 구원해 주시는 분이라고 알고 있는 ‘관세음보살’이 바로 ‘나’라니 이건 정말 믿기지도, 아니 믿을 수도 없는 정말 묘한 사건 중에 사건이었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나쁜 마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좋은 마음도 ,안 좋은 마음도 아니면서 참으로 표현할 수 없는 이런 감정은 처음이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 속에 얼마나 지났을까? 시댁 부근임에 흠칫 놀라 정신이 들었다.
3일이 지나 선원에 갔다. ‘대행’ 큰스님이란 분이 11시 좀 넘어서 법문을 하시기 위해 조그마한 선실로 들어오셨다.
작달막한 키에 하얀 피부 동글한 얼굴, 유난히도 통통하고 하얀 손, 마치 내 친정어머니와 같은 평범한 분위기셨다. ‘한마음선가’를 부른다. 노랫말이 내 마음을 감격시켰다.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바로 이것이다.
이 자리에 오기 위해 그 많은 세월을 헤매 돌았구나 하는 생각에 주체할 수 없이 흐르고 또 흐르곤 했다.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법문을 하신다.
매끄럽게 다듬어지거나 유식한 말씀은 아니더라도 이상한 힘이 넘친다. ‘심주心住’ 한마음을 찾으라고 하신다. ‘심주’가 무엇이고 한마음이 무엇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지만 무조건 수긍이 갔고 또 좋았다.
칠월 초하룻날 할까? 회향날인 초사흗날 할까?
그러고 보니 7월은 행사가 참으로 많은 달이었다. 아니 칠월 칠석날 하면 더 좋지 않겠나? 아니 ‘동은’이 생일인 11일 할까? 아니 아니 이 날도 저 날도 아닌 칠월 보름 ‘백중날’ 온 우주 법계를 떠도는 일체의 고혼들과 조상님들과 더불어 산 사람들이 함께 공양을 할 수 있는 이 날이 좋겠지? 하면서 좀 더 의미 있는 날을 고르고 있는데 홀연히 마음 가운데에서 한 생각이 솟아올랐다.
‘초하루 보름이 따로 있나? 생각 난 그날이 바로 초하루고 보름이지’ 하는 것이다. 그 순간 아- 그래서 삼천년 전 부처님 나신 날이 바로 오늘이구나! 이렇게 해서 부처님 나신 삼천년 전이 바로 오늘이라는 글귀의 뜻을 알게 되었다.
초하루다 보름이다 무슨 날이다 하는 것도 모두가 사람들이 생활의 편리를 위해 의미를 부여해서 지어놓은 이름일 뿐, 본래로 있는 것이 아님을 새삼스레 알게 되니, 인간사가 새로운 눈으로 보이는 듯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