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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0202168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6-03-2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 5
제1부
단풍이 어째서 붉은지 알지야 … 13
하늘 … 15
햅쌀밥 … 16
지리산 벽송사 … 18
시월 … 20
지하수 … 21
봄 오는 날 … 22
유랑장사 … 23
단풍잎 떨어져 … 26
혼새 … 27
4.16 … 28
옥수수쉰내 … 32
비올바람 … 34
성산포 … 35
제2부
애비는 토벌대였다 … 38
고사리 삼천배 … 40
영산강 … 41
봄 빨래 … 46
금둔사 1 … 47
그때 그 엄마 누이들을 찾습니다 … 48
득량만 … 50
지리산 문수사 반달곰 … 52
초록 눈물 … 55
임자도 … 57
4.3의 아침 … 59
팽나무 … 62
사려니숲 … 64
제3부
진돗개의 죽음 … 71
사랑 … 73
성묘 … 75
불을 놓아 … 77
미역장시 시집 … 79
나 … 81
한라산 … 83
보성강 … 86
구례장터 … 87
생명 … 89
애기 웃음 하늘님 웃음 … 91
죽곡 … 93
해찰 … 95
노랑 저고리 붉은 치마 … 97
겨울 이끼 … 100
제4부
순천 아랫장 찹쌀 할매 … 105
휴식 … 107
봉정댁 … 109
소안도 엄매 … 115
밝은 빛 따라 환히 가소서 … 118
상여소리 … 122
늙은 소년 … 127
백일홍 2 … 129
친구 제사 … 130
한밤중 혈투 … 132
2020년 매화 … 134
귀정사 … 136
저물도록 비오신다 … 140
시인의 산문 나는야 겨울나무 外 … 143
저자소개
책속에서
하늘 아래 온전한 것은 없다.
온전하다면 하나뿐이겠지.
여기 찌그러지고 저기 쪼그라들고 참 가지가지 많기도 하다.
온전한 시가 하나도 없다.
쪼물락쪼물락하다가 풋내나는 열무지처럼
고치고 고치다 떡이 되어버린 그림처럼
더 망치기 전에
살살 버무려 담았다.
쥐고 있던 풍선 끈을 놓아버린 것도 같고
바람에 흩날려버린 것도 같고
병에 담아 파도에 띄워보낸 것도 같다.
시에 나오는 ‘등장사물’들이
봄을 몰고 오는 비 그친 강가에서, 숲에서
새삼 새로 싱그럽게 알은체한다.
(「시인의 말」 중에서)
혼새
저승새라고 부르더라
한밤중에 혼새 운다
외줄기로 운다
슬픔도 저리 가지런하면
저리 깊으면
혼새 우는 새벽
천길 물속 아득한 그곳
자다 깨어
거기 어디서 곧게 뻗어 울리는 소리
다시 깊고 깊은 곳
아늑하여
몸이 녹는다
마음이 녹는다
하루가 물칼처럼 씻기었다
살아온 날들이 그림자로 흙속에 스미었다
무덤처럼 평안하다
애비는 토벌대였다
애비는 토벌대였다
목포에서 기차 타고 고흥 바닷가 할애비집에 갈 때 벌교에서 내리기 전 애비는 차창 밖 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저 산에서 빨갱이를 몇 놈이나 죽였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심지어 학교에서 ‘여순반란’이라 배웠는데 단박에 알았다 아, 빨갱이들은 좋은 사람들이었구나 애비는 나쁜놈이구나
애비는 평생의 숙제였다
장흥 국사봉으로 물러난 빨치산 따라 강진 군동 파출소로 배치된 애비는 순사 월급을 털어 아낙들만 남은 황량한 들논 굶주린 집집마다 쌀을 나눠주었다 나쁜놈이 안 나빠서 이상했다
에미는 군동면 용소 옆 마을 영영 돌아오지 않은 빨갱이의 아내였다 유복자 아들 하나 딸린
바닷가 고향에 처자식 두고 온 애비는 에미를 업어왔다 애비는 좌천당해 섬 진도로 에미를 보쌈해왔다 용소 옆 할아버지가 데려간 오대독자 유복자는 날마다 동구에 나가 땅거미가 짙게 내려앉도록 오지 않는 에미를 기다렸다
불행한 에미는 불행한 아들딸을 낳았다 시국치리 잘못한 에미를 안쓰러워할 틈도 안 주는 메마른 정내미 떨어지는 독한 에미였다
애비는 술로 살았다 사흘이 멀다 하고 에미를 뚜드러팼다 밥상을 엎고 살림을 때려부쉈다 아무리 울고불고 말려도 소용없자 어린 딸은 다락에 올라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귀를 막았다
애비는 술로 죽었다 애비를 묻던 날 상여소리 매김소리 따라 한정없는 “관세음보살” 받는소리 들으며 마음속 묘비명을 외었다 술꾼에 난봉꾼 여기 잠들다
아이답지 않은 아이, 청춘답지 않은 청춘은 죽은 애비 나이가 되도록 위태로웠다 세상은 여전히 낯설었다 시국치리 잘못한 에미의 딸 또한 시국치리를 잘못한 것이다 딸의 아들보다도 더 어린 애비에미도 그때 위태로워서 그랬을까 삶이 낯설었을까 하필 갈라놓은 땅에서 태어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