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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60405804
· 쪽수 : 496쪽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
프롤로그-중립의 방
1부 아름다움에 관하여
베르니니의 조각
마당의 개
날아라 상념이여, 황금 날개를 달고
달에서 사람들 주위를 돌다
야자수의 재발견
구경꾼의 나약함
2부 모든 것이 변화하는 순간
피터 딘클리지 파티
정지된 것들
경계선 위에서
마이애미의 해변
비틀린 타원들
브루클린의 술집
감사의 글
리뷰
책속에서
브루클린의 어느 술집. 친구인 두 남자가 내 삶이 살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내 왼쪽에 앉아 있는 사람은 제이, 오른쪽은 콜린이다. 나와 동일한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윤리철학 교수가 된 콜린은 내 몸과 같은 몸이 존재하지 않을 더 나은 사회를 옹호한다. 두 사람은 나를 사이에 두고 이 견해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이건 흔한 일이다. 주장의 내용도, 주장을 펼치는 과정에 내가 잊히는 것도 그렇다.
사람들은 나에게 간섭하려는 게 아니라고 쉽게 말한다. 그들은 진짜로 나를 돕고 싶은 거라고 끝까지 주장한다. 낯선 사람들이 나에게 “무슨 무슨 오일을 써봐라” “무슨 무슨 연고를 발라봐라” “허브, 가루, 알약, 요가 동작, 명상법, 에너지를 붙잡아주는 사람, 에너지를 변화시키는 사람, 나의 모든 에너지를 재배치해서 딱 맞게 정리해줄 사람이 있다”고 알려준다. 어떤 사람들은 “제가 당신 몸에 손을 올려볼게요. 저는 신내림을 받은 사람이고, 신의 사랑이 당신의 몸을 치유할 거예요”라고 말한다. 내가 가장 치유받고 싶은 부분은 몸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대부분 나의 키에 먼저 주목한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나의 걸음걸이를 주목하고, 나의 몸이 다리의 무릎 아래 부분과 두 발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나머지 신체와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차린다. 의학 용어로 나의 장애는 ‘천골무형성증Sacral Agenesis’이라고 한다.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나에게는 척추와 골반을 연결하는 뼈인 천골이 없었다. ‘agenesis(무형성)’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어떤 것이 생성되지 않았거나 생성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나에게 없는 천골, 나의 누락된 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