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설 특별 세트 - 전4권 (책 + 굿즈(부채+컵))

연기설 1~4

“세상에는 그냥 일어나는 일은 없어요.”
“지금 일어나는 일이 바로 그냥 일어난 일이야.”
그의 손길을 있는 힘껏 뿌리쳤다. 구멍 뚫린 오른손이 무지막지하게 아팠다.
이러다 영 불구가 되는 거 아니야? 하고 의심까지 드는 아픔이었다.
―그래,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어, 나는 한 손을 잃었지. 오른손을.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더라?

“나는 너를 좋아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래서 상처 주는 일도 없고.
나는 얼마든지 사랑을 없애는 능력이 있거든.”
―맹금대조가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자는 죽음에 이르리라.
……를, 바로 그를.
북망산의 거처에 맹금대조는 사랑하는 자의 혼을 모으리라.
운명의 책에 적혔던 구절이 뇌리를 스쳤다.
이 말을 읽은 건 언제였을까.
태어나자마자? 아니면 지워 버린 기억 중 언젠가?

천 년. 아직 천 년이라는 세월이 남았다.
수백 번은 환생할 수 있는 세월이었다.
천 년 동안 단 한 번이라도 그를 만나 그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으면 족했다.
백은용 상류는 혼이 산산이 흩어지더라도 오직 맹금대조 정위만을 원했다.
맹금대조 정위가 자신이 죽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래, 그때도 죽기 위해 그대의 둥지를 찾았다.
이제 와 그대에게 저주를 받고, 그대 때문에 죽고,
먼 천 년 후 미래에 그대 때문에 죽는 것이 무엇이 원통한다.
긴 생애에 종지부를 찍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