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소원

책을 펴내며

웃는 돌고래, 이라와디
자유롭고 싶은 동물, 판다
초원의 자동차, 치타
훌륭한 뿔 소유자, 코뿔소
사람과 친척뻘, 침팬지
달 아래 사이렌, 늑대
코끼리 육지거북
춤추는 범고래
고양이 닮은 꼴, 표범
피카츄의 모델, 우는토끼
링크스, 스라소니
미국의 상징, 흰머리독수리
자유로운 영혼, 푸른바다거북
사막의 조용한 발소리, 사막여우
호랑이 대표 주자, 벵갈호랑이
우는토끼 친구, 일리피카
반전 매력의 포식자, 수달
양비둘기
북극의 지킴이, 북극곰
북극의 공주, 북극여우
망치머리, 귀상어
한국에만 서식하는 고라니

머리말
아이들과 함께 인문학 여행을 떠나며

올해 초, 학생 독서 동아리 운영을 계획하며 아이들과 이루고 싶은 목표 하나를 정했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모두 참여하여 책 한 권을 써 보자고요.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쓴 이 책의 주제는 ‘전 세계에서 고통받고 있는 멸종위기 동물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에 의해 멸종되어 가고 있는 동물들이 참 많습니다. 사람은 환경오염,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며 수많은 동물의 멸종을 앞당긴 장본인이니까요.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기 위한 실천적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넋을 놓고 있다가 동물의 문제가 사람의 문제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학생들과 함께 멸종위기 동물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사람들에게 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책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었을까요? 글을 쓰기 전에는 주제와 관련된 배경지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긴긴밤」 도서를 활용하여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멸종위기 동물을 알려주었습니다. 이후 우리는 멸종위기 동물 가운데에서 관심이 가는 것을 선정하여 조사해 보고 그 결과를 공유해 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아이들이 멸종위기 동물의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조사를 하다 보니 멸종위기 동물의 원인은 대부분 사람의 욕심으로 수렴된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죠. 실험동물을 주제로 한 글 읽기, 동물과 생태계를 주제로 논설문 쓰기, 동물원 찬반 토론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멸종위기 동물의 아픔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글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조금이나마 쉽게 글을 쓸 수 있도록 원고지 작성법을 알려주며 함께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책을 쓰면 좋을 것 같아 작가로서의 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본격적으로 멸종위기 동물의 입장이 되어 책을 쓰기 시작한 우리 반, 생각보다 진지하게 참여합니다. 모둠별로 글감을 수집하고, 문장 하나도 공들여 쓰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어떤 모둠은 글을 쓰라고 했더니 1시간 동안 토의를 하고 있습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서로 의견을 열띠게 펼친다고 정신이 없었던 것입니다. 각자가 뻗은 의견의 화살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치열하게 토의하고 고민합니다. 다른 모둠들처럼 책을 써야 하니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닦달은 했으나 마음속으로는 뿌듯함이 더 크게 앞섰습니다. 도착지를 쭉 뻗은 길로만 갈 수는 없는 거라고. 좀 돌아가도 되니까 충분히 생각을 나누고 고민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공동으로 책 쓰기 작업을 하다 보면 놀라운 기적을 맛보기도 합니다. 글쓰기에 전혀 관심 없던 아이가 글쓰기에 매력을 느끼며 자발적으로 글쓰기 활동에 참여하는 겁니다. 글쓰기를 머뭇거리는 친구를 위해 자진해서 옆에 붙어 도와주는 다른 친구도 나타납니다. 이것이 공동 글 작업의 묘미입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 함께 글을 쓰며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10명 정도가 방과 후에 남아 마지막 책 쓰기 점검과 미완성 글을 다듬어 주었습니다. 우리 반 책이 된다는 생각 하나로 자발적으로 모인 아이들입니다. 그 덕분에 글쓰기에 좌절을 겪은 친구도 다른 친구가 부린 마법으로 꽤 그럴싸한 글이 완성되니 머쓱함과 함께 고마움을 느낍니다. 함께한다는 것이 참 소중하다고 이럴 때 여실히 깨닫습니다.

책 원고가 완성되고 아이들에게 제작된 책을 나눠줬습니다. 이제는 아침 활동 시간에 우리가 쓴 책을 읽으며 독서록을 제출합니다. 작가에서 다시 독자로 전향한 것입니다. 아이들은 우리가 쓴 책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각자 마음에 반짝이는 별 하나를 찾았을까요? 이 책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도 마음에 반짝이는 별 하나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우리 반은 글을 잘 쓰는 아이들만 모인 어벤져스 팀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진 역량을 모두 발휘하여 일 년 동안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동아리 활동에 참여해 준 강림초 6학년 2반 아이들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또한 이 책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대구강림초등학교 최성애 교장선생님, 이승훈 교감선생님, 그리고 김대조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제가 만날 학생들과 독서 여행을 멈추지 않고 싶습니다.

2024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강림초 교사 이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