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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2445488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0-07-24
책 소개
목차
제1부
벽이 벽을 바라보며 창을 생각하는 동안
내가 나를 바라보며 너를 생각하는 동안
꽃잎이 떨어지는 이유
괜찮다고 말하면
사월
흔들리며 균형 잡는
나무, 홀로 푸르다
단식을 하면
냉동기억창고
게으른 세잔
조춘
두 송이씩 지는 섬
만난 적 없는 내가
걸식
신의 한 수繡
제2부
나는 매일 꽃을 그리고
너는 전송받은 꽃을 물병에 꽂는다고 했다
풀잎의 마음
그는 여러 사람이다
빈틈엔 꽃
다행이다
멈춘 시간
난청
손발이 따뜻한 사람
저 맹인의 눈이야말로 진정 평등한 눈이
아니겠느냐?
파리에서 비를 만나면
결핍이 만들어내는 표정
나는 매일 꽃을 그리고
생걱정
제3부
가까워지기 위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우린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
다른 시선
카프카는 평범이 기적이라 했다
무의식중에
벙어리 빗방울
뱃사람의 말
지평선지평선
삼촌
제주도 말
안녕을 빌 만한 문장
거울 속 가을
한낮
위도에서 하룻밤
뺄셈이 필요한 집
제4부
그러니까 어떤 것은 많은 것과 바꾸고도
두고두고 좋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춤을 추듯
서쪽 꽃밭
삼월
일 년 뒤 만난 당신
굽은 길
2020년 3월 23일
풍찬노숙
다시, 몽마르트르
가을 안쪽
함께 가는 저녁놀
혼자 말하고 혼자 듣는다
눈 온 날
책속에서
다시, 몽마르트르
몇 년 전 몽마르트르에 왔었지만 몽마르트르만한
기억이 없어 다시 몽마르트르에 왔다
그림보다는 그림 그리는 화가들을 바라보는 눈이 생겼고
사크레쾨르 성당 앞에선 파리를 내려다보는 사람들을 올려다봤고
언덕을 내려오는 길에서 우연히 달리 씨를 만났다
문 닫은 오베르 쉬즈 우아르의 라부여관과
만나지 못한 아를의 랑글로아 다리처럼
여행은 다시 올 이유를 곳곳에 숨기는 것만 같다
한 번의 여행은
본 것과 볼 것을 구분해주고
두 번의 여행은
몇 번 와도 좋을 곳과
너무 많은 곳에 가지 않았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
너는 비염이 거의 나았다고 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듣기 좋은 말이었다
마지막 날 우리는 종일 아무도 만나지 않는 대신
오르세에서 고흐 씨를 한 번 더 만났다
그러니까 어떤 것은 많은 것과 바꾸고도
두고두고 좋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다른 시선
실물처럼 그려야 한다는 너와
실물과 다르게 그려야 한다는 나처럼
사라질 것만 찍고 싶다는 사진가와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만 찍고 싶다는 시인처럼
우린 같은 곳에서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다
가까워지기 위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우린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
카프카는 평범이 기적이라 했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기를 바랐지만
같은 시각 아침을 먹고 FM을 들었고
몇 사람을 만나며 주워 담지 못할 말을 또 하고
혼자 저녁 찬거리를 걱정하고 빨래를 걷고
산책하며 쓸데도 없는 잡념을 채집하고
달력을 넘기며 오지 않은 날을 체념하고
화장을 지우며 멀리 있는 나를 불러와 독대하는
무덤,덤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