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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황녀님 3

막내 황녀님 3

사하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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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황녀님 3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막내 황녀님 3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4790661
· 쪽수 : 404쪽
· 출판일 : 2020-03-05

책 소개

4주 연속 '카카오페이지' 로맨스판타지 부문 'TOP 3', 46만에 이르는 구독자 수를 기록한 사하 작가의 대표작. 히페리온의 황녀로서 안락한 나날을 보내지만, 평화 속에서 머무를 수만은 없다. 대륙을 집어삼키려는 악령의 군주, 아바르티아에 맞서 에니샤는 변화를 결심한다. 하지만 팔불출 황족들은 도통 에니샤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데…….

목차

목차가 없는 도서입니다.

저자소개

사하 (지은이)    정보 더보기
읽고 싶은 것을 생산하는 자급자족형 작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웁니다. 대표작으로는 《동궁연애비사》, 《메리지 앤 소드》, 《막내 황녀님》, 《나를 잡아먹지 말아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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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타박타박 걸음을 옮기다 보니 발길이 다다른 곳은 마법학부 건물이었다. 에니샤는 어둠에 잠긴 상아색 탑을 올려다보았다. 낮에 찾아왔을 때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탑 뒤편에 걸린 날카로운 초승달의 모양새가 오늘따라 음산할 뿐이었다. 달무리 어린 초승달을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넓게 펼쳐진 잔디밭을 바라보던 에니샤는 급하게 숨을 들이켰다. 가슴 위로 송곳을 쑤시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갑작스러운 고통에 무릎이 푹 꺾였다. 저도 모르게 바닥에 주저앉았다. 손바닥으로 심장 위를 꾹 누르며 호흡을 골랐다. 비틀거리는 몸을 지탱하려 잔디밭에 손을 짚은 순간이었다.
“……!!”
에니샤가 손을 짚은 곳을 중심으로 빛의 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기하학적인 문양을 그리는 선은 쭉쭉 뻗어나가며 일정한 규칙과 균형을 가지고 엉켜들었다. 순식간에 마법학부의 탑을 중심으로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졌다. 재빠르게 마법진을 읽어낸 에니샤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머리털이 곤두서는 듯한 전율이 온몸을 쓸어내렸다. 마법진의 빛이 강해지더니, 몸이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마력을 끌어올리던 에니샤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심장이 부서질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금빛 마력은 마법을 이루지 못하고 산산이 파훼되었다. 흩어지는 마력 파편 아래, 완전히 마법진 속으로 잠겨드는 때였다.
“황녀님!!”
절박한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 에니샤를 끌어안았다. 그러나 꺼내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에니샤는 저를 붙잡은 사람과 함께 마법진 안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에니샤를 집어삼키자마자, 마법진은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요한 어둠 속에서 초승달만이 요요하게 빛날 뿐이었다.


에니샤는 물음표가 잔뜩 떠오른 얼굴로 로시엘을 바라보았다.
내가 지금 헛것을 보나? 둘째 오라버니가 왜 여기에 있지?
히페리온 황궁에서 얌전히 일하고 있어야 할 로시엘이었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만리타향의 동부 헤르노어에서 넘어지는 저를 안아주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찌나 놀랐는지, 순간적으로 로시엘도 아카데미에 입학한 걸까 생각했을 정도였다. 에니샤는 얼떨떨하게 눈을 깜빡이다, 그를 불러보았다.
“오, 오라버니……?”
그러자 로시엘이 예쁘게 웃으며 정정해주었다.
“교수님이라 불러야죠, 에니샤 학생.”
예……? 교수요……?
그러니까 헤르노어 아카데미의 교수……?
에니샤는 어이없다 못해 말문이 턱 막혔다. 생각해보니 학생으로 입학하는 것은 말도 안 되긴 했다. 감히 누가 로시엘을 가르칠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수가 되는 것도 믿기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설마 저를 쫓아온 것인지, 진짜 아카데미까지 부숴버릴 생각인지 묻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로시엘은 여우처럼 샐쭉하니 웃으면서 에니샤를 밀어냈다.
“곧 수업이 시작하니, 자리에 앉아주세요.”


“시작하게.”
교수의 냉랭한 목소리에 따라, 에니샤는 황동판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마력을 끌어올려 주입하기 시작했다. 영으로 가지런히 맞춰져 있던 숫자들이 잘각잘각 소리를 내며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적당히 마력을 불어넣던 에니샤는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어느 순간부터 마력 측정기가 에니샤의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
빨아들이는 기세는 맹렬해서 순식간에 마력을 바닥냈다. 뒤이어 심장에 화끈한 감각이 퍼졌다. 에니샤는 크게 몸을 떨었다.
읏, 이게 어디까지 파고드는 거야……!
마력을 죄다 긁어간 마력 측정기가 봉인까지 건드리기 시작했다. 황급히 황동판을 손에서 떨쳐내려는 순간이었다. 퍽 하고 터지는 소리가 났다. 마력 측정기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조각조각 나서 후두둑 아래로 떨어졌다. 봉인을 파고드는 순간, 마력 과주입으로 부서진 것이다.
모두 조용해진 가운데,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던 에니샤는 혼자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게 왜 부서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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