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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5121457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22-12-10
책 소개
목차
1부 고양이시금치라고 불러
봄은 물고기 · 13
고양이시금치라고 불러 · 14
헛간을 태우다니 · 16
라일락미장원으로 오세요 · 18
공간 접기 · 20
모자와 겨울비 · 22
울릉도와 귤 · 24
황송하게 꽃꽃하게 · 26
주인공원 · 28
수봉산 · 30
작골연립에 살아요 · 32
날아라 변태 · 34
즐겨하는 난독법 · 36
봄밤 · 37
2부 일희일비 위로악단
모과가 익어가는 시간 · 41
골목 · 42
그녀, 입체 · 44
칠월은 · 46
열대야 · 48
봄비 · 50
담쟁이 벽화 · 51
꽃피는 독거 · 52
붓꽃 · 54
다비(茶毘) · 56
능소 · 58
개나리 · 60
목이(木耳) · 61
중얼중얼 · 62
푸른 밤 · 64
3부 참외외전(外典)
물렁한 자세 · 67
참외를 받으세요 · 68
달이 갑니다 · 70
참외를 생각하다니 · 72
참외는 말이야 · 74
보름은 지나고 만나요 · 76
감나무 살림법 · 78
자목련화(靴) · 80
대부도 · 81
동치미가 왔다 · 82
미지근한 고통 · 84
자영업자 개오동 · 86
감나무 1호 · 88
매미 · 90
고전(古典) 읽기 · 91
4부 달이 갑니다
엔딩 · 95
보리굴비 · 96
석모도 · 98
어떤 폐업 · 99
강요된 저녁 · 100
곳간 · 102
적적한 마당 · 104
폭우 · 105
한여름 밤의 초대 · 106
WWW.수봉.co.kr · 108
인천 블루스 · 110
구월 · 111
무화 · 112
배홍꽃이네 · 114
해설 다독이는 마음/ 이병국 · 115
저자소개
책속에서
고양이시금치*라고 불러
--
너는 버블 고양이
-
얼음과 수정이 담긴 계절에서 왔지
부풀다가 긁힌 자국들
-
뱃속에 말아넣은 수선화
다섯 뿌리가 자라고 있어
-
간지러워 간지러워
거스러미 이는 목젖
-
시큼하게
더부룩해진 봄을 한입 물고
손목과 무릎이 얇아질 때까지
-
알뜰히 뜯어먹은
몇 개의 해와 달
새로 뜯어먹은 자리에
돋는 밤과 낮
-
뿌리들이 저녁을 옮겨오고
너는 영혼을 닫고 몸을 구부리지
-
다친 눈동자는
구름을 문지르는 노란 빛을 가졌지
흔들리는 노을 편으로 기울지
-
곧 아물겠지
곧 잊겠지
-
깜깜했다가 사라진 모든 고양이에게
-
나는
봄이 아니라 고양이시금치라고 해
-
✽ 괭이밥의 다른 이름, 강원도에서는 고양이시금치라고 부른다.
--
황송하게 꽃꽃하게
--
여자를 굳이 비유하자면 꽃에 비유하는 게 맞지요
일테면 이전에 본 장미를 다시 봐도 반갑고 아름답지요 이전에 비할 바 없이 또 새롭고 향기롭지요
-
꽃이 벌이나 나비를 기억할 리 만무이니 남자들을 굳이 벌이나 나비로 비유하는 데에야말로 화가 날 일이지요 나비나 벌이야 매번 꽃을 찾는 것이 일이니 늘 생각할 테지만 꽃은 꽃의 일만으로도 바쁜 법이니까요
-
사실 알고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있으려구요
꽃을 꺾다니요 그건 옳지 않아요 가지를 내는 일이 얼마나 치열하게 허공에 밧줄을 매어두는 일인지 안다면 말이에요
-
생각해보면 벌이고 나비 아닌 것들이 또 있으려구요
화분을 모아 꿀을 만들고 발효의 시간을 지나고 나면 죽음에 이르는 것이 우리네 삶이거니 한다면 말입니다
그러니까 꽃이어야 맞지요
아름다운 것들이
해당화
작약
라일락의 이름인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는 말입니다
-
부르는 동안 향기가 불러오는
평화로운 환대 같은 것을 우리는 천국이라고 부르기도 하니까요
-
물봉숭아
수국
다시 동백
그렇게 첫눈 오는 날을 기다리는 일처럼 말이죠
--
참외는 말이야
--
참외는 럭비공같이 생겼어
들고 뛰어오르면 골대를 향해 던질 수 있을 거 같아
-
아니 참외는 배꼽이야
탯줄을 감고 있다가 뚝 떨어져 나왔잖아
싱겁지만 우주가 낳은 우주야
-
참외는 로켓이야
힘껏 나아가는 저 빛깔을 좀 봐
흉내낼 수 없이 견고해
-
참외는
모든 것의 바깥이야
-
참외 하나를 깎아서
접시에 놓는 순간
-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말했어
-
참외는 뭉클한 것들을 베는 칼이야
헐겁고 무성한 여름을
베고 또 베어서 참 촘촘하게도 묶어놨지 뭐야
-
혀는 꼼짝없이 당했어
-
비열한 말들은 참외하고
우물우물 입 안 가득 씹혔지
-
웃음들이 새어나왔지
그래 그렇게 웃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