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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5396954
· 쪽수 : 270쪽
책 소개
목차
유석이 형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난 1970년대 초 대전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성인이 되기까지 나에게는 누구보다 더 뛰어나고 대장 기질을 타고났던 한 사람이 있었다. 절대적인 군주였으며, 한편으로는 폭군이기도 했던 그 사람. 강유석. 그가 말하는 말 한마디가 곧 정의였으며 무조건적으로 맹신해야 하는 법과 같은 것이었다. 때때로 그를 반대하는 세력도 일어났지만 그는 아주 빠르게 빛과 같은 속도로 불만 세력을 평정해 나갔다. 내 인생의 영원한 군주. 그의 얘기를 지금부터 해 나가려 한다.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는 그에 대한 모든 것을 꺼내 보려 한다.
유석이 형은 언제나 경쟁을 시켰다. 편을 먹고 5명씩 순서를 정해서 올림픽으로 말하면 계주를 한 것이다. 물론 그 당시에는 타이틀을 걸어 이기면 수박 한 덩어리라도 더 먹을 수 있는 무한경쟁으로, 무조건 이겨야 했다. 그리고 더욱더 획기적인 일은 한 번도 버스비를 내지 않았다. 그 당시 버스에는 안내양이 있었는데 여름에는 정원의 3배 이상의 사람을 밀어 넣어 운행을 했다. 그리고 버스비를 내려고 하면 무조건 뒤에서 낸다고 하면서 내리자마자 도망쳤다.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인 유석이 형만 한 사람 몫을 계산하고 내렸다. 그 돈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 또는 과일을 사서 먹으며 그렇게 여름을 지냈다. 정말로 획기적인 발상이며 천부적인 기업가가 바로 유석이 형이었다.
어머니는 맛있는 음식을 유석이 형 앞에 놓아주었다.
“유석아, 많이 먹어라. 그리고 우리 성진이랑 사이좋게 놀고, 응?”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성진이는 제 친동생 같은걸요.”
“그렇게 생각해 주니 너무 고맙다. 먹다가 부족하면 더 달라고 하고.”
역시 유석이 형은 변신의 귀재였다. 나는 몇 분 전까지도 최악의 밑바닥에 있다가 귀족으로 신분 상승하는 중이었다.
“성진아, 내 앞으로 와서 같이 먹자.”
불과 몇 초 전까지도 역적이었는데 동욱이는 저 멀리 내쳐졌고 내가 다시 주인공으로 기회를 잡는 순간이었다.
“성진아, 내가 조금 서운했지. 이젠 친형제처럼 잘 지내 보자.”
“고마워, 형.”
집에 오면서 난 개선장군으로 변신해 있었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그것도 로얄석인 뒷자리에서 편하게 동네로 왔고 동욱이가 만원버스를 타는 신세로 전락하여 나와 위치가 유석이 형의 마음에 따라 바뀌었던 것이다. 그땐 유석이 형의 왕국이었으니 그의 경영 철학에 따라 우리는 매일매일 신분이 변천하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