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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완전판

패션 완전판

유우지 (지은이)
  |  
북스트림
2022-05-30
  |  
20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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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완전판

책 정보

· 제목 : 패션 완전판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내 BL
· ISBN : 9791166053580
· 쪽수 : 3150쪽

책 소개

2006년 처음 세상에 나온 후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유우지 작가의 <패션> 시리즈 전권을 한 권으로 묶은 완전판 도서다. 본문은 모조지보다 내구성이 좋아 오래 보존되는 박엽지에 2도로 인쇄되며, 측면은 고급스러운 금박 길딩으로 처리됐다.

목차

<패션>
<패션 : 다이아포닉 심포니아>
<패션 : 라가>
<패션 : 스위트>
미공개 특별 외전

저자소개

유우지 (지은이)    정보 더보기
출간작으로 <패션> 외 <와일드 데이즈>, <부시통>, <필드 오브 플라워즈>, <플레이스 투 비>, <춘풍난만>, <우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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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발췌1 <패션>

“이런…… 빗나갔네.”
리그로우가 웃으면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귀가 먹먹해지도록 고요한 공간 안에 울렸다.
그 말이 퍼졌을 때, 그 자리에 있던 자들은 모두 깨달을 수 있었다.
리그로우는 그 남자가 총을 쥔 팔을 잡아, 총구를 그 남자의 머리 방향으로 꺾어 놓을 셈이었던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는 남자의 죽음을 결정짓고 있었다.
남자는 크게 홉뜬 눈으로 리그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목 위에 놓여 있는 손이 가볍게 그 목을 쓰다듬는다.
“다음 세상에 다시 만나자.”
리그로우의 눈이 부드럽게 굽어졌다. 나직한 목소리가 노래하듯 속삭였다. 사람의 목 정도는 맨손으로도 쉽게 부러뜨릴 수 있을 듯한 그 큼직하고 섬뜩한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그때.
“그 손 놔.”
적막한 목소리가 울렸다.
리그로우의 등 뒤에 선 정태의가 쥐고 있는 콜트의 총구가 리그로우의 경추 위에 멈춘다.
남자의 목을 움켜쥔 채 리그로우가 멈칫했다. 살짝 몸을 뒤로 젖혀 총구에 자신의 목을 갖다 댄 그는 담담히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바싹 대고 쏘면 네 손목도 무사하진 못할 텐데.”
“움직이지 마. 난 목숨보단 손목 하나 망가지는 게 백배 낫다고 생각하거든.”
“――내가 잘못 봤군. 난 자기 일도 아닌데 어쭙잖게 제 목숨을 내던지면서 정의롭게 나서는 얼간이는 딱 질색이거든.”
“움직이지 말랬어.”
콜트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눈도 깜빡이지 않고 속삭이면서 정태의는 그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에 신경을 쏟는다. 그러면서 속으로 스스로에게 욕을 퍼부었다.
멍청한 놈 하나 죽어 자빠지는 게 뭐 어떻다고 주제넘게 나서고 있어. 아주 스스로 무덤을 파다 못해 뗏장 덮고 그 안에 누워라, 누워.


#발췌2 <패션: 다이아포닉 심포니아>

“……그래. 사고였겠지.”
이윽고 리하르트가 말했다.
조용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언뜻, 여느 때의 그와 거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의 표정에는 이미 흥분이나 분노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웃음만 없을 뿐 믿음직스럽고 성실한 빛은 평소처럼 돌아왔다. 마치 친한 친구에게 걱정스럽게 충고라도 하는 것처럼, 그 웃음 없이 조용한 그 표정은 일견 다정해 보이기까지 했다.
“너는 원래 그런 인간이었고, 네 탓만으로 벌어진 일은 아니야. 하지만 그런 사고가 나도 낯빛 하나 변하지 않는 건 여전하군. 그래, 그 잔인한 성정은 전혀 변하질 않았어. 십몇 년 전부터 지금껏, 하나도.”
차근차근, 입속에서 한번 충분히 음미하며 씹은 다음에야 뱉어 내는 말들이 그 자리에 퍼졌다.
리하르트는 점점 더 냉정해지고 있었다. 분노를 겉으로 드러낸 게 언제였냐는 듯, 그는 완벽하게 냉정하고 또한 담담했다. 아니, 그는 심지어 희미하게 웃음까지 띠고 있었다.
“내 아들 따위는 굳이 어떻게 하겠다는 마음을 먹을 만한 가치도 없다고 했지. ―대단해. 사람들은 나더러 인성이 훌륭하다고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네가 나보다 백 배는 나은 것 같군. 너는 내 아들에게는 손을 쓸 생각도 들지 않는다는데 나는 네 가족에게까지 원한이 생기니까 말이야.”
그 순간, 그때까지 그저 냉담하고 차갑기만 하던 크리스토프의 표정이 희미하게 굳어졌다.
리하르트는 이제는 완전히 여느 때와 같았다.
친절하고 인상 좋은 얼굴에 다정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눈가에 부드러운 주름이 잡혀 한결 인상을 부드럽게 해 주고 있었다. 크리스토프의 낯빛이 조금씩 얼어붙어 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왜 돌아왔어. 너는 앞으로도 줄곧 타르텐으로 돌아올 예정은 없었잖아? 안 그런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셈으로 T&R에 간 게 아니었나?”
“……. 승계는, 수십 년에 한 번 있는 중요한 행사이니까…….”
“아하. 집안의 중요한 행사를 중시해서 돌아왔다는 소리군. 누가 가벼운 마음으로 네게 연락을 한 건 아니라는 뜻이지.”
크리스토프의 얼굴이 일순 해쓱해진 것 같았다. 그는 말없이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리하르트를 응시할 뿐이었다.
“숙모님은, 건강하신가? 그래, 얼마 뒤 승계 때에 뵙게 되겠군. 몇 년 만이지? 십 년도 더 됐나 보군. 가끔 우편으로 기별은 전해 오는 것 같더라만, 한 번도 열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
“……걱정해 줘서 고맙군. 어머니는 건강하셔.”
“그래, 그건 다행이군.”
리하르트는 한껏 다정한 웃음을 웃었다. 정말로 다행이라고 다시 한번 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정태의는 얼굴에서 웃음을 지운 지 오래였다.
조금 전부터 뭔가 머릿속에서 깜빡거리고 있었다. 경고음과도 비슷한 그 알람은 크리스토프를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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