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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67030511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2-06-15
책 소개
목차
나무가 삼켜버린 집
개학
붉은 무늬 상자
용기
무릎을 펴는 집
『붉은 무늬 상자』 창작 노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목덜미와 얼굴에 생긴 붉은 반점과 하얀 거스러미, 건조함으로 피부가 온통 발작처럼 일어날 때 아이들은 내 물건조차 스치는 것을 싫어했다. 마치 병을 옮기는 고약한 바이러스 취급당하는 기분이었다.
“옮기는 거 아니거든.”
내가 단호하게 말해도 아이들은 슬금슬금 피했다.
그렇다고 그렇게 슬퍼하지는 않았다. 책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등 혼자 놀 수 있는 일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애썼기 때문이다. 실은 끊임없는 자기 세뇌를 한 결과이다. 아이들의 그런 반응을 되도록 모른 척하려고 애쓴 결과물이기도 하다. 아이가 참 밝다는 말을 엄마도 나도 많이 들었다. 그 속뜻에는 ‘그런 몹쓸 병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밝을 수가 있어요?’라는 반문이 들어 있는 말이라는 것을 안다. 엄마는 내가 과장되게 밝은 척하려는 것도 알고 있다. 때론 척이라는 것도 나름 노력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노력이 먹힌 건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엄마가 가장 우려한 것은 그런 분위기 속에 내가 집중적으로 시선을 받으며 대인기피증 내지 우울감을 앓는 아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거였다.
“벼리야, 사실은 말이야.”
엄마는 상자로부터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나는 카메라를 내리고 말없이 엄마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엄마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려고 저렇게 뜸을 들이나 싶어서 긴장되었다.
“이 집에 살던 열일곱 살 난 딸이 죽었단다.”
숨이 턱 막혔다. 심장이 드세게 쿵덕거렸다.
“헉.”
“오래전 일이야.”
엄마는 시효가 지난 일이니 그렇게 놀랄 것 없다는 뜻으로 덧붙였다. 그런 뒤 말없이 연신 상자를 쓰다듬었다.
“허얼, 정말? 그걸 알고도 이 집을? 누구한테 들었어?”
“이장님이.”
“왜? 왜 죽었대?”
그 순간 왜 심장이 툭 내려앉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늘 속에 있던 세나의 얼굴이 훅 겹쳐왔다. 갑자기 세나의 안부가 걱정되었다. 이 집에서 죽은 열일곱 살 난 딸과 세나가 왜 동일시되는지 모르겠다. 상자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구두가 더욱 유난하게 보였다.
“그런 것까지는 자세히 얘기 안 하고. 이장님이 이 집을 결정하는 데 문제가 되면 하지 말라고 하는데, 솔직히 얘기해주는 게 외려 문제가 안 될 것 같았어.”
“엄마는 그런 게 문제가 안 돼?”
이 집에 처음 들어섰을 때의 선득함을 잊을 수가 없다.
“삶과 죽음이 따로 있는 게 아니야.”
“아이, 그거하고는 다르잖아.”
“그게 뭐가 문제 삼을 일이야? 엄마는 그래서 더 결정하기 쉬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