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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67030962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3-12-27
책 소개
목차
솔잎처럼 예쁜 / 두엄 장사 대회 / 붉은 머리칼 / 야니의 집 / 할머니의 기억 / 오해 더하기 오해 / 숨바꼭질 / 둘이 함께 / 염 씨 할머니에게 가는 길 / 산에서 생긴 일 / 끝내주는 솜씨 / 동굴 속에서 / 반짝이는 모든 것 / 특별한 잔치
『초록 눈의 아이들』 창작 노트
리뷰
책속에서
김 씨 아저씨가 아버지 어깨를 움켜쥐었다. 아버지가 세차게 고개를 돌려 김 씨 아저씨를 노려보았다. 아버지의 초록색 눈동자와 김 씨 아저씨의 검은색 눈동자가 마주쳤다.
“도깨비 눈이 초록색이라지? 그래, 자네는 조선 도깨비인가? 북방 도깨비인가?”
김 씨 아저씨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아버지를 향해 기분 나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자네는 여전히…….”
아버지가 가까스로 입을 떼었다.
“오호, 조선말을 용케 하는 북방 도깨비셨네.”
김 씨 아저씨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지푸라기를 한 움큼 집어 들더니, 아버지를 향해 풀풀 날리기 시작했다. 아버지 머리와 어깨 위로 지푸라기가 흩날렸다. 지푸라기는 아버지 머리색과 비슷했다.
“북방 도깨비는 길에 머리카락을 흘리고 다니는가 보오?”
김 씨 아저씨는 신이 난 듯 말을 멈추지 않았다.
“어디 더 꼭꼭 숨어 봐. 그래도 머리카락 보인다 이거야.”
아버지는 커다란 눈을 끔뻑이며 떨어지는 지푸라기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버지가 참고 있는 건 끝단이 때문이었다. 김 씨 아저씨 옆에서 이 모든 걸 다 지켜보고 있는 창기 때문이었다.
남만국에서 온 붉은 머리칼을 가진 초록 눈의 거인 ‘얀 벨테브레이’, 조선인이 되고 얻은 이름 박연. 그 거인과 결혼한 조선의 여인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장희와 양희. 양희는 어려서부터 사람들의 신기한 시선과 눈총을 동시에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양희는 그 말에 크게 신경을 쓰고 싶진 않았다. 팔도 두 개, 다리도 두 개, 눈도 두 개, 코랑 입술은 하나. 똑같은 사람인데 구별 짓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심심해지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또래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뿐, 가까이 다가오려 하지 않았다.
- 괜찮아. 나에겐 화약 공부가 동무나 마찬가지니까.
양희는 화약을 만드는 것에 더 정성을 쏟았다. 화약의 재료가 되는 두엄을 찾으러 정신없이 쏘다니다 보면 외로움도 사람들의 시선도 깡그리 잊어버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