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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93162279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4-05-30
책 소개
목차
풀숏
쓸데없는 챌린지
보였다가 곧 사라지고 마는
호연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일
다시, 학교
주인공의 자리
터져 버린 찰나
줌 인, 줌 아웃
플래시백
어글리, 하지만
보이지 않아도 있는 것
클로즈업
․ 첫 번째 리뷰: 줌 아웃의 세계에서 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법 (김담희)
․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로써 이 감독은 임세나 위주의 클로즈업 숏을 찍으려고 나를 망신 줬다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그리고 여기에 있는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내 일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임세나는 컷을 얻어 면죄부를 얻었고, 나는 변명할 필요조차 없이 관심 밖으로 던져졌다. 나만 억울한 일이 되면 그뿐이었다. 괜한 자격지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거 그냥 쿨하게 잊어버리면 될 텐데. 결국은 화살을 또 나에게 돌리고 말았다.
“쟤 기호연 중학교 때 별명이 천사였다며? 적응 못 하는 애들만 골라서 친구 한다고.”
“맞아, 유명했어. 유명한데, 아무도 안 알아주는 걸로 유명했지.”
내가 적응하지 못하는 애라는 걸 낙인찍을 사람은 바로 천사, 호연이였다. 호연이의 천사 코스프레는 말 그대로 쓸데없는 챌린지였다. 나는 아주 자연스럽고 빠르게 호연이에게서 떨어져 나왔고, 호연이는 익숙하다는 듯 천사라는 이름표를 달고 혼자 교실을 떠다녔다. 그리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지 않으려 몹시도 애를 썼다. 방법은 하나, 인기 있는 아이들 틈에 있는 것이었다. 끈끈하게 진아 옆에 있어 주는 나은이와 아랑이.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고 있는 진아. 그 애들의 관계가 안전하게 느껴졌다.
물론 그 애들은 나를 친구로 여기지 않겠지만 호연이 옆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쟤는 뭐, 있으나 없으나 똑같잖아.
중학교 때, ‘쟤’가 ‘나’라는 걸 알았다. 있는데 없다는 게 논리적으로 가능할까? 그때도 지금처럼 몸 어디가 아팠고,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정작 그런 말을 내뱉은 아이들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금도 내 뒤에선 담임과 진아를 포함해 모든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있었다. 유치원 때, 나 혼자만 짝이 없어 활동을 못 했을 때처럼 열일곱 살의 나는 또 교실의 시간이 멈추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