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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67031259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24-08-09
책 소개
목차
바보 병신 / 모솔 탈출 / 연두 / 앙숙, 서주희 / 엄마 / 어린이 자료실 / 사랑의 조건 / 인싸와 찐따 / 고민 / 진짜 친구와 가짜 친구 / 실망 / 세상의 모든 연두
에필로그
『세상의 모든 연두』 창작 노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박채아 오빠, 박채준은 바보 병신.’
오빠를 바보라고 놀리는 말, 또 병신이라고 욕하는 말은 채아가 어려서부터 이골이 나도록 들은 말이다.
“우리 오빠, 바보 아니야! 우리 오빤 장애가 있는 거야!”
처음엔 채아도 엄마처럼 오빠를 향한 ‘바보’ 소리를 들으면 화가 났다. 그래서 엄마에게 배운 대로 상대에게 악을 쓰며 항변하곤 했다. 장애를 놀리면 안 되는 거라고, 장애를 얕잡아 부르지 말아 달라고. 하지만 이내 지쳐버렸다. 자신을 놀리는 ‘바보 병신’ 소리에도 그저 눈만 끔뻑거리고, 심지어는 ‘박채준은 바보 병신’이라는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고스란히 따라 하는 오빠가 정말 ‘바보 병신’ 같았으니까. 그런 오빠를 보며 낄낄거리는 아이들에게 맞서 더는 “우리 오빠는 ‘바보 병신’이 아니야!”라고 말할 자신이 없었다. 오빠를 ‘바보 병신’이 아니라고 우기면, 어쩐지 채아가 진짜 ‘바보 병신’이 되어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오빠가 죽고 없는 지금도 여전히 ‘바보 병신’이라는 말에 예민하게 군다. 세상 흔한 그 말에 이제는 그만 무뎌질 만도 한데, 엄마는 여전히 날카롭게 날이 서 있다. 하지만 엄마가 아무리 날을 세운다 한들, 그 날카로움은 세상을 향할 수 없다. 그저 엄마의 가슴을 후벼팔 뿐이다.
‘우빈이 첫눈에 반한 아이, 내가 종일 찾아다닌 아이가 소연두라니…….’
채아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학교를 샅샅이 뒤지고 다녔으면서 채아는 같은 반, 바로 건너편 앞에 앉아 있는 연두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 사실이 어쩐지 섬뜩했다.
‘뭐야? 내가 어떻게 연두를 못 알아본 거지? 설마 연두를 지워버린 거야?’
채아는 연두를 자신의 시선 밖으로 밀어낸 것이었다. 연두가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던 것이 아니라, 실은 채아가 연두를 지워버린 셈이다. 눈길을 주고 싶지 않은 아이로, 그냥 없는 아이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사람들이 오빠를 밀어낸 것처럼. 세상이 오빠를 지워버린 것처럼.
채아는 자신이 연두를 까맣게 지워버렸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엄마를 그토록 서럽게 만든 세상의 사람들이, 결국은 자신이었다는 것에. 자신이 그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