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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7242150
· 쪽수 : 108쪽
· 출판일 : 2024-10-22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05
제1부 너에게 일
너에게 일 13
너에게 돌계단 14
너에게 일파만파 15
너에게 세량지 16
너에게 꽃 17
너에게 풀어놓기 18
너에게 나팔꽃 19
너에게 꽃밭 20
너에게 벼랑길 21
너에게 무지개 22
너에게 옹달샘 23
너에게 동바리 24
너에게 반달곰 26
너에게 할미꽃 28
제2부 사랑의 외주화
꽃밭에서 31
잊혀질 권리 32
처녀 김복동 33
만삭 처녀 박영심 34
해녀 김정옥 36
애월의 눈물 37
오월의 날개 38
그는 죽을 것이다 40
희망을 압류하다 41
슬픈 기록 42
사랑의 외주화 43
스프레이와 물대포 44
서초에서 광화문 45
어시장, 어 사장 46
나의 게임 47
제3부 너에게 마주보기
너에게 말을 걸고 싶을 때 51
너에게 비행기 52
너에게 벽 53
너에게 깐부 54
너에게 온돌 55
너에게 마스크 56
너에게 옥수수 57
너에게 집 58
너에게 마주보기 59
너에게 집 타령 60
너에게 목구멍 61
너에게 물러앉기 62
너에게 소나기 63
너에게 타투 64
너에게 달항아리 65
제4부 밤마다 버닝문
기다리는 사람들 69
밤마다 버닝문 70
다른 것들을 위하여 71
세상사 한 줌 한 덩이 72
육수 같은 사람 73
마스크와 콩나물 74
결빙 75
밭한실에 가면 76
창문 크기만큼 77
닮은꼴 주의보 78
퍼드덕, 건망증 79
천년목 80
나의 봄 81
구구절절 산다는 건 82
그대와 함께 83
하늘 보며 살다 보면 84
해설_숨은 ‘너’를 찾아서/황정산 87
저자소개
책속에서
너에게 일
비가 오는 것도 일이다
비가 오지 않는 것도 일이다
제때 씨앗을 뿌리는 것도 일이다
한철 텃밭을 묵히는 것도 일이다
먼바다 큰 파도와 싸우는 것도 일이다
몇 날 며칠 배를 묶어 두는 것도 일이다
눈코 뜰 새 없이 일하는 것도 일이다
빈둥빈둥 노는 것도 일이다
해가 뜨는 것도 일이다
해가 지는 것도 일이다
너에게 일파만파
별이 빛나면 나도 반짝이고
꽃이 피면 우리도 피어난다
산이 울면 너도 울고
강이 흐르면 우리도 굽이친다
너 하나 나 하나 꽃이 되고 별이 되니
무등산 기슭 구석구석 밝아지고
옹달새미 닮은 작은 가슴들
물길이 가파를수록 거친 숨 몰아쉬며
너른 들녘 지나 영산 나루 다다랐구나
어기영차 황포돛 올려 바다로 가자
비금 흑산 고래등 넘어 일파만파
더 큰 파도 더 큰 세상 만들어 가자
잊혀질 권리
그렇다 나는 썩지 못했다
수백 년 전 박 아무개의 두 번째 부인으로 들어와 스물도 안 된 나이에 첫아이를 낳다 비명횡사한 여인이 핏덩이와 함께 땅에 묻혔으나 한 맺힌 내 몸 내 영혼 썩을 리 없지 어느 날 갑자기 무덤이 파헤쳐지고 햇살처럼 쏟아지는 남정네들의 눈빛들 숨조차 쉴 수 없는 적막 속에서 한 겹 두 겹 옷가지들이 벗겨지고 어느새 알몸이 되어버린 내 몸뚱이 당장 카메라를 걷어치우고 내 주검에서 손을 떼라 내 품에 안긴 핏덩이의 자자란 뼛조각 하나 건드리지 말고 제발 나와 내 아이에 대한 기억과 기록을 모두 지워라
그리고 다시 묻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