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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7462121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5-11-15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3
Chapter 1 둥글게, 둥글게 앉아서
산산조각으로 살면 되지
둥글게, 둥글게 앉아서
손자가 그리는 ‘효’ 세상
큰 나무
자연 현상
다정, 냉정 그리고 무정
실웃음
노을역
잃어버린 낭만에 대하여
마음 산책
Chapter 2 인생을 허허롭게
시장통에 살면서
종아리 병상 일지
팔자타령
잿빛 예찬
김 서방과 정 서방
포구나무를 그리며
떠나가는 고향
이발과 미용과
산뿌라 이빨
족제비가 이웃으로 이사 왔다
Chapter 3 소소한 생각 한 조각
소소한 생각 한 조각
산동네의 인생 3막 5장
내가 만난 시인들
남해 단상, 둘
해인사 성철 큰스님
사육신과 차원부 설원기
동심을 돌이켜 추억하다
아저씨, 고마우신 아저씨
노인 운전에 품은 생각
씨름과 스모
Chapter 4 꽃 세상, 형형색색
보험과 주례
얼룩진 봉투
자전거 타기
큰 귀로 들어주는 일
전선에서, 교단에서 온 손 편지
자연은 자연 그대로
다문화를 바라보는 눈길
가오리 장수와 가오리연
친애하는 동생 S
통영 기행 이것저것
평설?이성모 194
저자소개
책속에서
가진 것 없이 도시의 끝자락으로 내몰려 가난하고 고단했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 탑산 밑 동네 ― 신접살림을 차려 아웅다웅 다투며 산 내 초년 인생의 시발지가 이곳이니 잊으려야 잊히지 않는다. … (중략) …
지금 생각하니 가난하게 살던 그때가 실은 좋은 시절이었다. 탑산 동네 어른들은 없이 사는 게 탈이지 다 어질었다. 아이들도 착했다. 이 녀석들은 코 묻은 잔돈이라도 생기면 건빵이나 라면땅을 사서 사이좋게 나눠 먹었고, 집을 손보려고 벽돌이나 모래 등을 타이탄 트럭이 동네 입구에 부려놓으면 개미처럼 줄을 지어 다 날라다 주었다.
집사람은 마음이 여리다. 이웃에 무슨 변고가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그날도 며칠째 때를 굶고 있다는 이웃에 국수 다발을 건넸다. 그 국수 삶은 건더기는 아이들에게 먹이고, 어른은 멀건 국물을 마시며 허기를 면했다며 지금도 옛 이웃을 만나면 그때 일을 들먹이며 눈물짓기도 한다.
“가장 잘 사는 것은 겨우겨우 사는 것”이라고 한 동화작가 권정생의 말이 생각난다. 가난하였지만 오순도순 정 나누며 살던 탑산 동네, 그 시절이 한없이 그립다.
―〈산동네의 인생 3막 5장〉 부분
가진 것 없이 도시의 끝자락으로 내몰려 가난하고 고단했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 탑산 밑 동네 ― 신접살림을 차려 아웅다웅 다투며 산 내 초년 인생의 시발지가 이곳이니 잊으려야 잊히지 않는다. … (중략) …
지금 생각하니 가난하게 살던 그때가 실은 좋은 시절이었다. 탑산 동네 어른들은 없이 사는 게 탈이지 다 어질었다. 아이들도 착했다. 이 녀석들은 코 묻은 잔돈이라도 생기면 건빵이나 라면땅을 사서 사이좋게 나눠 먹었고, 집을 손보려고 벽돌이나 모래 등을 타이탄 트럭이 동네 입구에 부려놓으면 개미처럼 줄을 지어 다 날라다 주었다.
집사람은 마음이 여리다. 이웃에 무슨 변고가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그날도 며칠째 때를 굶고 있다는 이웃에 국수 다발을 건넸다. 그 국수 삶은 건더기는 아이들에게 먹이고, 어른은 멀건 국물을 마시며 허기를 면했다며 지금도 옛 이웃을 만나면 그때 일을 들먹이며 눈물짓기도 한다.
“가장 잘 사는 것은 겨우겨우 사는 것”이라고 한 동화작가 권정생의 말이 생각난다. 가난하였지만 오순도순 정 나누며 살던 탑산 동네, 그 시절이 한없이 그립다.
―〈산동네의 인생 3막 5장〉 부분
눈여겨보니 노을역도 빈부의 차가 극심하다. 거리에 따라 동네에 따라 다 달랐다. 아무래도 차량이 질주하는 번화가에 있는 노을역의 의자는 더 낡고 충충했다. 어떤 의자는 삐걱거리기도 했다. 그런데 부자 동네의 의자는 등도 펼 수 있는 폭신한 의자도 있었다. 화분을 한두 개 갖다 놓는 등 치장을 한다면 마음 놓고 담소도 나눌 수 있으리라.
길가 어느 곳이나 임시방편으로 노인들 스스로 만들어 놓은 노을역은 허술하기가 이를 데 없다. 날이면 날마다 먼지와 햇볕과 거센 비바람을 맞느라 빛바래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을역〉 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