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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요리/살림 > 결혼/가족 > 결혼생활
· ISBN : 9791167471949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4-07-25
책 소개
목차
Prologue. 감히 모험을 권장하고자 합니다 004
PART 1. 조금은 남다른 시작
결혼식이 싫어진 계기 016
그녀와 헤어진 후 결혼을 결심하다 025
쥐뿔도 없이 아내를 만난 비결 034
상견례는 술과 함께 043
뜻밖의 인연 049
돌잔치홀에서의 결혼식 059
PART 2. 저희 부부는 이렇게 살아요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 070
우리 부부가 사극톤으로 대화하는 이유 078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지 않기로 했다 082
맙소사, 1억을 모으다니 092
어쩌다 미니멀 라이프 099
PART 3. 행복을 끌어당기는 결혼관
집안일을 대하는 마음가짐 108
성격차이를 극복하는 방법 116
사랑이 변하는 건 정상이다 125
부부 사이의 신뢰가 깨진다는 건 130
PART 4. 유부남이 되고서야 찾은 꿈
쉽고 편한 길을 마다했던 이유 142
돈을 포기하고 인생을 구하기로 했다 151
드디어 찾았다, 좋아하는 일 162
행복의 비결 171
Epilogue 1. 만남은 타이밍 180
Epilogue 2. 내가 결혼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 186
저자소개
책속에서
‘서로 잘 지내는 것’
내가 생각하는 결혼의 본질이다.
(...)
아내와 난 허례허식을 극도로 싫어했다. 진중한 마음이 결부된 채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한다는 이유로 곧이곧대로 비슷한 수순을 밟는 건 우리의 가치관과 전혀 부합하지 않았다. 하물며 그건 우리 부부의 본성과 한참 어긋나는 일이었다. 영혼 없는 집단의식에 휘말리는 것도 싫었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말든 개의치 않고 우리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게 더없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믿었다.
그 결과, 우린 돌잔치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형태의 단출한 결혼식을 치렀다. 그 후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사이좋게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 함께여서 더 행복한 건 우리 부부에겐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게 당연하지 않은 누군가에겐 일말의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우리만의 남다른 결혼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풀어보고자 한다. 출산율이 바닥을 치고 비혼주의가 점점 늘어나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감히 결혼이라는 모험을 권장하고자 말이다.
- ‘Prologue. 감히 모험을 권장하고자 합니다’ 중에서
언제부터 결혼식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끝나 버리는 허무한 행사였던가. 생애 한 번뿐인 결혼식이 성대한 잔치가 아니라, 예식장이라는 공장에서 부부를 제품 찍어내듯 보이는 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걸까. 축의금은 꼭 받아야만 하는 걸까. 어차피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하는 거라면 안 주고 안 받는 게 속 편하고 깔끔하지 않을까. 돈이 아무리 중요하다 한들 그놈의 축의금 때문에, 결혼식의 주인공과 가장 가까운 가족이 불가피하게 식을 보지 못하고 희생하는 건 왜 모두들 당연하게만 생각하는 걸까. 결혼식은 과연 누구를 위한 행사일까. 요즘의 결혼식은 결혼식이 맞는 걸까.
특히 누나가 시집가기 전까지만 해도 예식장에서 치르는 결혼식이 그렇게 빠듯하게 돌아가는 건 줄은 몰랐다. 식순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름 모를 수백 명의 사람들이 다음 순서를 기다리느라 입구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광경을 보면서 묘한 회의감이 들었다. 결혼식이 인생의 큰 잔치인 건 맞지만 그토록 정신없고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꼭 치러야만 하는 건가 싶었다. 난 틀에 갇히고 뭔가에 쫓기는 건 질색하는 편이다. 그런 내 눈에 우리나라 결혼식 문화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는 시대와 부합하지 않는 요소들이 참 많은 것 같았다.
- ‘결혼식이 싫어진 계기’ 중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 이전에 만났던 사람과는 약 3년 간의 연애를 했었다. ‘그 사람’과도 어느 정도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사귀면서 다투지도 않고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 지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
의외로 ‘그 사람’과의 관계가 끝나고 나서 한동안은 그냥저냥 괜찮게 살았다. 힘들지도, 우울하지도, 보고 싶지도 않았다. 3년을 만난 사람과 생판 남이 되었음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건 충격이 너무 컸던 나머지 아무것도 느낄 수 없어서 그랬던 것인지도 모른다. 한 3개월쯤 지나고 나니 뒤늦게서야 이별의 고통이 서서히 마음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런 경험은 또 처음이었는데 겪어보니 차라리 애초부터 힘든 게 나았다. 다행히 별 탈 없이 잘 지나갔을 거라 방심하던 찰나에 난데없이 들이닥친 감정은 차마 감당하기 힘들었다. 난 또 초반에 아무렇지도 않길래 그동안 헤어진 경험이 많아서 적응이라도 된 건가 싶었다. 그러나 그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깊은 관계의 연결고리가 한순간에 끊어지는 데서 오는 통증은 자주 경험한다고 적응되는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
문제는 멀리 있지 않았다. 멀쩡한 관계를 숱하게 무너뜨렸던 원인은 바로 만족하지 못하는 마음에 있었다. 난 항상 ‘이미 괜찮음’을 누리지 못하고 자꾸만 뭔가를 더 원했다. 가질 수 없는 것을 좇았다. 평소 연인에게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을 뿐이지 ‘이렇게 하면 좋을 텐데’, ‘저렇게는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따위의 생각을 알게 모르게 많이 해왔었다. 달리 말해 그 사람을 그 사람으로서 바라보지 못하고, 그 사람이 그 사람 이상의 존재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것도 모자라, 그 사람이 내가 원하는 만큼의 인간으로 거듭나기를 원했다. 그렇게 연애기간이 길어질수록 주제넘는 욕망이 차오르는 걸 어찌할 줄을 몰라 되려 그에 좀먹히기 일쑤였으니, 당연히 상대방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얼토당토 안 한 희망을 품은 시점부터 관계의 끝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마음이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으니까, 내 사람을 코 앞에 두고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눈 뜬 장님이 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
요컨대 숱한 이별의 쓴 맛을 보고 나서야 난, 나부터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이야말로 남은 여생을 배우자와 함께 하기로 결심한 자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고의 자세라는 걸 깨우치게 되었다. 그 후론 이제부터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면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며 후회 없이 사랑할 거라 다짐했다. 끝없이 바라고 원하는 욕망에 이끌려 전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세상과 인간에 대한 공부도 꾸준히 하면서 말이다. 희한하게도 마음의 태도를 단직하게 여미니까, 곧 다가올 인연은 앞으로 평생 함께 할 사람이 될 것만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비록 남들에 비해 가진 건 쥐뿔도 없었지만, 왠지 사람만 만나게 된다면 결혼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녀와 헤어진 후 결혼을 결심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