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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7561282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2-10-30
책 소개
목차
정체
관계
사람
가을
눈물
자괴
고독
그녀
설국
관계 2
따뜻한 사람
사람 2
과거
귀인
전파
방어 기제
공상
몽상
소주
폭력
죄책
계획
제주 ─ 첫 걸음
제주 ─ 설렘
제주 ─ 회귀
( )
제주 ─ 끝
사람 3
예술혼
그림
본질 ─ 소년
프로
자애에서 비롯된 자학
꽃 핀 이상이 시들지 않도록
어른
일기
하얀 빛
여행
종교
잠언
퇴고 ─ 맺음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게워내면 개운하다.
한 해의 부산물을 모두 게워낸 자연에서 유난히 통기타 소리가 선명하다. 백색 하늘이 햇빛을 알맞게 가리자 하강하는 겨울 공기에 업혀 온 고요가 시선 높이까지 침전된다. 언 공기가 체내에서 금방 따뜻해지지 않고 폐를 긁어댄다. 식도를 넘어가는 독주의 감각처럼 선명하다. 그러나 이 얼어붙은 날씨가 자못 온순하게 느껴지는 것은 착각이 아니다. 고요로부터 위로받는다.
요즘 사람 없는 한적한 시각에 동네 하천을 걷곤 한다. 귓속에서 일렉기타의 청량한 음색이 부스스한 감정을 빗질하는 사이 콧속으로 들어온 새파란 겨울은 뭉치는 것 없이 세밀한 결로 마음을 정돈한다.음률에 감정을 대입하면, 겨울에 듣는 일렉은 처연하다. 강물의 표면을 훑는 눈길이 촉촉하다. 하늘이 가장 붉을 때 채비해 나와 유랑한다. 시시각각 푸르게 남색으로 변모하는 자연, 짙어지는 하늘의 명도에 맞춰 옷깃을 여민다. 그러나 완연한 어둠이 자리했을 때 가장 온난하다.
*이번 겨울에는 제주에서 한 달가량 지낼 예정이다. 여행 자금도 틈틈이 모았고 숙소도 여러 군데 비교해서 입지 좋은 곳으로 예약해 두었다.큰 캐리어 하나가 꽉 차도록 짐을 꾸렸다. 그보다 아득히 무거운 짐이 마음에 실려 있다. 이 무형의 짐들이 한 달을 거치면 어찌 변해있을까……. 근심을 줄여보려 철저히 계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