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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91168126626
· 쪽수 : 364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래. 얘, 넌 어디서 왔니?”
“캘리포니아요.”
내 대답에 에바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출신이 어디냐고.”
“로스앤젤레스인데요…….”
“너희 민족, 너희 나라 말이야.”
아아아아. 이제 알겠다.
“제 국적은 미국이에요.”
나는 그렇게 대답하지만, 에바의 질문에 담긴 진짜 뜻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덧붙인다.
“하지만 혹시 인종을 물으시는 거라면 저는 중국계예요.”
“그래, 라스트찬스에 온 걸 환영한다. 황금성에 한번 가 보렴. 미네소타 최고의 중국 음식점이거든!”
나는 힘없이 웃는다. 일 학년 때 진저를 만난 뒤로 진저와 있을 때면 쉴 새 없이 떠들어 대지만, 낯선 사람 앞에만 가면 말이 없어진다.
철길을 놓으려면 단단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들을 없애야 했는데, 이 일은 때로 목숨까지 앗아가는 위험한 일이었어. 그중에서도 제일 위험한 임무는 ‘중국 놈’이 맡았어. 그 일을 맡은 사람은 밧줄에 묶여 절벽 아래로 내려가서 화강암 절벽을 뚫고 불을 붙인 다이너마이트를 밀어 넣었어. 그의 목숨은 밧줄을 끌어 올리는 다른 일꾼들의 손에 달려 있었어.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기 전에 미친 듯이 끌어 올려야 했지. 철도를 만드는 일을 한 중국인 이주 노동자들은 이만 명이나 되었단다. 위험한 일을 하다가 수백 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일도 일어났지.
하지만 러키와 리 웨이는 철도 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위험한 게 중국에서 굶주리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그만 좀 훌쩍거리라니까요.”
오파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게 눈을 찡긋해 보이곤 한다. 이제 할아버지는 윙크하는 것조차도 힘든 것 같다.
“그런 건 내가 죽으면 해!”
나는 얼굴을 찌푸린다.
“그런 말 좀 그만해요, 영감!”
오마는 괴로운 표정이다.
“아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엄마도 잔소리를 한다. 오마와 엄마는 분노와 사랑으로 한마음이 되었다. 분노와 사랑이 너무 단단하게 얽혀서 때로 나는 두 가지를 구분할 수가 없다.
“내가 틀린 말 했냐?”
할아버지는 그렇게 대답한다. 베르너는 한구석에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베르너의 ‘텔’은 뻔히 보인다. 포커를 칠 때도 이런 식이라면 오파가 매번 이기고도 남았을 것이다. 내 눈길을 알아차린 베르너가 포커페이스를 한다. 나 역시 포커페이스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