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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8127043
· 쪽수 : 88쪽
· 출판일 : 2023-03-08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J 기관 행사의 과제는 이겁니다. 사람들이 잔뜩 모여야 하지만, 그중 행사 이름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어야 해요.”
도대체 무슨 괴상한 소리람. 불만으로 팅팅 부어 있던 도윤은 회의 내용을 빠르게 적어가다가 권 팀장의 말에 한숨을 깊게 쉬었다. 저런 말은 문장으로 남겨두고 싶지조차 않았다. 작고 귀여운 월급을 알뜰하게 모아 한 달 전에 산 소중한 아이패드에는 더더욱 말이다.
경험이 풍부하다는 의미는 별난 사건도 많이 겪었다는 뜻일 거다. 도윤은 4년 전 지금의 회사로 옮기고 나서 처음 맡게 된 M 사 행사를 어제 일처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프리미엄 스테이크 론칭 행사였는데, M 사의 대표이사는 미술관처럼 고급스러운 장소에서 해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다. 다행히 권 팀장이 친한 미술관 관장에게 거의 빌듯이 부탁해 간신히 장소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행사 당일, 기어코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대표이사가 고기를 구워서 참석자들에게 맛보여 주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미술관 관장의 눈을 돌아가게 했기 때문이다. 당장 나가라며 화를 내는 미술관 관장과 프라이팬을 위협적으로 들고 있던 대표 사이에서 그녀는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그때 권 팀장이 대표의 멱살을 잡다시피 하며 프라이팬을 빼앗는 것으로 상황이 간신히 진정되었다.
도윤은 서준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토닥이며 씩씩한 태도로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혼자 남게 되자 근심에 가슴이 욱신거릴 지경이었다. J 기관처럼 CEO가 의견을 내고 임원들이 호응하는 상황에서는 설득하기가 무척 까다로웠다. 웬만하면 눈을 딱 감고 맞장구를 쳐준 후 최대한 원하는 대로 만들어주는 게 차라리 속 편했다. 그녀는 휴대전화의 모서리로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서 마사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