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8150805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4-06-27
책 소개
목차
1부 다행이다, 의자
다행이다, 의자·12
맹그로브 숲·13
말을 생각하는 방식·14
마밀라리아·16
사이, 흐르다·18
목어·21
혀·22
어떤 문장·24
사과를 깎으며·26
쉐도우·28
거울·30
격자무늬·32
수국·34
봉황새 놀이·36
2부 새들도 어제를 찾으러 날아갈까
새들도 어제를 찾으러 날아갈까·38
여여·40
쉼박물관·41
이별·42
사랑의 종족·44
흔들리며 떨며·45
키움이란 말·46
풍경의 바깥·48
프레임에 갇힌 4월·50
산수유나무·52
무화과, 살에 피다·53
장미의 인사·54
숟가락 거울·56
보약·58
지구 반대편 여인·60
울음은 살아 있다·62
중대리 475·64
빗방울 종·66
3부 낮달이 떠 있는 방식
낮달이 떠 있는 방식·68
가뭄·70
게발선인장·72
엉가·74
견우의 해석·76
구름 목욕·77
계단에 대한 사고思考·78
구름의 건축술·80
그늘 한 평·82
그림자를 빨다·84
12시가 넘으면·86
꽃이 된 반달·88
노인·90
서천 꽃밭·92
노인과 바다·93
4부 슬픔을 불다
슬픔을 불다·96
달리, 구름·97
레미콘·98
마치·99
뫼비우스의 띠, 능소화·100
맥문동·101
별자리·102
복제되지 않는 아버지·104
귤에서 읽다·105
사과·106
사루비아·107
여름 동화·108
진눈깨비·109
시간의 혀, 잃어버린 시간·110
어린 골목길·112
촛불·114
미리 가본 길·115
해설 | 강영은_시간의 나침반과 공간에 길들여진 숨소리·116
저자소개
책속에서
1부
다행이다, 의자
당신은 ‘사랑해’라고 말하는 혀보다 낮다
당신의 오른손은 지팡이를 잡고 있다
북한산 둘레길을 끼고 있는 공원 길을 걷는다
당신에게 왼손을 잡아 달라고 한다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하라고 손을 잡아 주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변명을 하려고 혀를 준비하는 중인지 모른다
의자는 혀가 없어, 다행이다
맹그로브 숲
명찰을 달고 들어와야 하는 방입니다
색깔과 모양은 하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강사의 혀끝에서 방을 허물거나 색을 입혀서
먼저 존재하던 방의 공기는
새로운 공기로 갈아입었습니다
혀끝에서 녹아내리는
말의 부표를 떠돌던 희끄무레한 몽돌에
바다의 아가미를 꿰기 위한
엄지와 검지의 손놀림은
갯지렁이처럼 미끄럽거나
생각의 마디로 선명합니다
마디 사이로 보이는 날것이 꿈틀거립니다
셜록 홈스도 눈치채지 못한 절벽에서
파도가 철썩 일 때마다
붉은 마디가 떨리고 물컹거립니다
혀는 습기를 다 뱉어내고 허물만 남는 뱀처럼
문장을 삼키거나 문장을 뱉어냅니다
그때마다 눈금을 키워가는 슬픔
맹그로브 나무처럼 또 다른 항해에 나섭니다
말을 생각하는 방식
말은 우리 밖에 있을 때 살아있다.
말 우리에 있을 때 말은 자유롭지가 않다.
TV에서는 “LTV, DTI 규제 완화” 추진 이야기를 한다.
말에 붙들린 집에 관한 이해를 말하고 있다.
집 속에 들어있는 것은 말뿐이 아니다.
상자 속의 귤, 흙으로 만든 토끼, 비속의 우산도 틀을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끈으로 묶여 있는 상자를 깨울 때 오렌지는 잠에서 풀려난다.
토기장이가 빚고 있는 토끼의 입이 열 개의 손가락에서 분리되어 나올 때,
비 오는 거리에서 젖은 우산이 어깨를 접고
잠시 뼈대에서 빠져나와 스타벅스의 새가 되어 커피를 함께 마실 때
그것들은 비한정적이다.
저녁 무렵
왜가리는 날갯죽지를 이동하는 것이다.
해가 있는 방향에서 해가 지는 방향으로
흰 이빨만을 반짝이며
말라리아를 앓고 있는 아프리카 아이는
그늘의 말 우리에 살고 있다.
거친 숨소리, 기타처럼 뼈를 들어내고
호수에 빠진 말은
지금, 말 밖으로 나와야 한다.
말은 생물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