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logo
x
바코드검색
BOOKPRICE.co.kr
책, 도서 가격비교 사이트
바코드검색

인기 검색어

실시간 검색어

검색가능 서점

도서목록 제공

한밤의 시간표

한밤의 시간표 (리커버 양장본 한정판)

(영국·미국 출간 기념 리미티드 스페셜 에디션)

정보라 (지은이)
퍼플레인(갈매나무)
19,000원

일반도서

검색중
서점 할인가 할인률 배송비 혜택/추가 실질최저가 구매하기
17,100원 -10% 0원
950원
16,150원 >
17,100원 -10% 0원
950원
16,150원 >
17,100원 -10% 0원
950원
16,150원 >
11st 로딩중
영풍문고 로딩중
쿠팡 로딩중
쿠팡로켓 로딩중
G마켓 로딩중
notice_icon 검색 결과 내에 다른 책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중고도서

검색중
서점 유형 등록개수 최저가 구매하기
로딩중

eBook

검색중
서점 정가 할인가 마일리지 실질최저가 구매하기
로딩중

책 이미지

한밤의 시간표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한밤의 시간표 (리커버 양장본 한정판) (영국·미국 출간 기념 리미티드 스페셜 에디션)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한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91191842937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25-10-30

책 소개

정체불명의 물건들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수상한 연구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묶은 연작소설집이다. 연구소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직원들과 그곳에서 보관하는 물건들에 얽힌 일곱 편의 기이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10여 개국에 수출된
정보라 작가의 환상공포소설집,
새 표지와 장정으로 한국 독자를 다시 만나다

정보라 작가의 《한밤의 시간표》가 미국에서 9월 30일, 영국에서 10월 2일에 각각 번역 출간되었다. 영문 번역은 《저주토끼》를 직접 선택하여 영문 번역해 부커상 국제 부문 후보에 함께 오른 안톤 허 번역가가 담당했다. 《한밤의 시간표》는 《저주토끼》가 세계적 주목을 받은 직후 정보라 작가가 펴낸 첫 신작 소설집으로, 오랫동안 그를 기다려 온 팬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 퍼플레인 출판사에서는 《한밤의 시간표》 영국·미국 출간 기념 리미티드 스페셜 에디션을 출간한다. 원작의 기이하고 강렬한 장면을 형상화한 표지 디자인과 양장 제본, 특수 코팅을 더하는 등 기존 장정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거듭 태어난 리커버 에디션이 국내 독자에게 반가운 소식이 되어 주리라 기대한다. 《한밤의 시간표》는 이미 프랑스와 폴란드에서 출간되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미국, 영국 출간에 더해 이탈리아, 튀르키예, 독일,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인도네시아, 중국까지 수출이 계약되어 정보라 작가의 추후 행보가 기대되는 바이다.

현실과 환영이 뒤섞이고, 인간과 비인간이 교통하는
한층 더 진화한 정보라식 환상 괴담


“결말을 알 수 없는, 한없이 이어지는 스산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소문.” ─ 강화길

“한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민담을 구술하는 듯한
막힘없는 전개에 내내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 김보영

《한밤의 시간표》는 정체불명의 물건들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수상한 연구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묶은 연작소설집이다. 연구소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직원들과 그곳에서 보관하는 물건들에 얽힌 일곱 편의 기이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연구소에는 ‘한밤의 시간표’에 따라 야간 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있고, 그들에게는 “조금 특이한 안전수칙”이 있다. 그 수칙을 지키거나 지키지 않은 직원들은 그에 맞는 응당한 결과를 맞이한다. 한편 연구소 소장품들이 지닌 각기 다른 기묘한 사연들도 있다.
그(것)들의 이야기는 한여름 밤 더위를 가시게 만드는 오싹하고 무서운 괴담이면서도 동시에 슬며시 온기가 도는 이상한 여운을 남긴다. 이는 정보라 특유의 저주와 복수의 테마에 담긴 선악에 대한 엄정함뿐만 아니라 약자와 소수자 그리고 인간이 아닌 존재에까지 뻗치는 온정 어린 시선 덕분일 것이다. 무서운 이야기로 자아내는 기이한 위로. 비인간 존재들에 대한 기묘한 돌봄을 실천하는 이상한 연구소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규칙을 따르지 않는 자, 저주가 내릴지니


초기 환상문학 단편들을 엮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에서부터 ‘복수 전문 작가’라는 별명을 붙여준 《저주토끼》까지, 정보라는 자신의 작품세계 안에서 저주와 복수라는 테마를 끊임없이 다뤄왔다. 정보라 소설 속에서 일관되게 작동하는 저주와 복수의 원리는 세상 모든 것이 바른 데로 돌아가게 하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순리다. 악한 행위를 한 자들은 저주와 복수를 통해 응당한 결과를 맞이한다. 그리고 《한밤의 시간표》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저주와 복수의 테마는 이어진다.
《한밤의 시간표》 속 연구소에는 야간 순찰을 도는 직원들 앞에 불규칙하게 부정기적으로 나타나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라는 말과 함께 통행을 제지하는 누군가가 있다. 직원들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지나칠 수도 있고, 그 말을 따라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다. 이 강제력 없는 느슨한 금기가 이 기묘한 연구소의 “조금 특이한 안전수칙”이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 사람이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들어가려 한다면 소장님이 나타나서 막아줄 것이다. 그것은 조금 특이한 안전수칙이지만 연구소에 잘 어울린다고 나는 생각했다.
─ 45쪽,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한편, 연구소의 직원들은 ‘한밤의 시간표’에 따라 야간 순찰 근무를 한다. 박혜진 평론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연구소는 “학문의 공간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는 ‘낮’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한밤’의 연구소에는 문학적 정의가 필요하다. 《한밤의 시간표》 속 연구소는 “밤이 오면 그제야 존재하기 시작하는 비존재들의 장소”이자 “이성과 합리, 과학과 지성의 서사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다.

연구소의 사전적 정의가 ‘낮’을 배경으로 이루어진다면 연구소의 문학적 정의는 ‘밤’에 이루어집니다. 《한밤의 시간표》에 등장하는 연구소는 밤이 오면 그제야 존재하기 시작하 는 비존재들의 장소입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깨어나는 사 물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성과 합리, 과학과 지성의 서사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 246쪽, 〈작품해설: 연구소에 밤이 오면〉

‘시간표’는 이성과 합리, 과학과 지성이 힘을 못 쓰고 저주와 마법, 환상이 지배하게 된 한밤의 연구소에서 유일하게 작동하는 인간의 규칙이다. 낮의 인간들이 만들어낸 ‘시간표’라는 규칙은 물건들에 깃든 비인간 존재들이 주인공이 되는 한밤에는 아주 최소한으로만 허용된다. 그래서 한밤의 시간표에 따라 근무하는 직원들은 존재하는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은 복도를 그저 순순히 돌며, 설령 말도 안 되는 것을 보았다고 해도 “그냥 없는 척, 모르는 척”하며, 주어진 일(“반복적으로 잠긴 문들을 확인하는”)을 해야 한다. 한밤의 연구소에서 인간이 ‘시간표’나 ‘안전수칙’을 어기고 무언가를 하려 할 때, 그것은 저주가 되어 되돌아온다. 〈저주 양〉에서 한밤을 틈타 사적인 욕망을 채우려 한 DSP가 겪은 일처럼 말이다.

거대한 흰 운동화 발뒤꿈치가 다시 DSP의 머리를 노리고 쫓아왔다. DSP는 무시무시한 운동화 뒤꿈치를 피해 온 힘을 다해 도망쳤다.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나가려 했으나 뒤에는 하얗고 단단한 벽뿐이었다. 그가 들어왔던 열린 문은 사라지고 없었다.
─ 123쪽, 〈저주 양〉

연구소의 직원들이 겪은 일들뿐만 아니라 연구소의 물건들에 얽힌 이야기들 또한 마찬가지다. ‘부소장’의 곁에 있게 된 ‘양’은 부소장을 해하려는 남자를 벌주었고, ‘손수건’은 나라를 멸망케 한 이들에게 복수를 가져다주었다. 물건들에 얽힌 저주는 생의 의지를 지닌 약자와 소수자에게는 되레 아픈 과거를 딛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선한 자에게는 다정한 미래를, 악한 자에게는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는 것. 그것이 정보라의 작품세계에서 저주와 복수가 작동하는 원리다.

무섭고 기이한 저주와 복수의 세계에서
이상하고 아름다운 연민과 돌봄의 미래로


《한밤의 시간표》 속 이야기들이 모두 저주와 복수가 서린 기기묘묘한 괴담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의 터널이나 〈저주 양〉의 계단 등 오싹하고 소름 돋는 공포를 선사하는 탁월한 호러의 순간들이 담겼지만, 일곱 편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두려움과 긴장감 뒤에 따라오는 안도감과 더불어 따스한 햇볕을 쬐는 것 같은 온기가 스민다.

그러나 지금 고양이는 햇빛 아래 느긋하게 온기를 즐기고 있다. 그 옆에는 부소장님의 양이 있다. 털 동물들은 친하게 잘 지낸다. 햇볕 쬐는 날에 함께 밖에 나오면 고양이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양을 핥아준다. 햇볕을 쪼이며 앉아 있는 양의 등에 고양이가 기어 올라가 행복하게 낮잠을 자기도 한다.
─ 227쪽, 〈햇볕 쬐는 날〉

《한밤의 시간표》 속 연구소는 귀신 들린 물건들이 즐비하고, 존재하지 않는 복도나 계단이 수시로 나타나며, 잘못하면 기괴한 환영과 환청을 보고 듣게 되는 괴담의 공간이다. 한밤에 연구소에서 근무해야 하는 직원들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는 곳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연구소의 규칙을 따라 성실하게 일하는 이들에게, 상처를 딛고 생의 의지를 다지는 이들에게 연구소는 오히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앞날을 선물한다. “밤에 애들이랑 같이 집에서 푹 자는 게 꿈”이라고 했던 숙은 그 꿈을 이루며 연구소를 그만두었고, 학대와 차별로 범벅된 아픈 과거를 가진 성소수자 찬은 자신을 이해해줄 연인 각을 만나 다정한 미래로 나아가게 되었다.

찬은 각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조금씩 천천히 자신이 겪은 일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런 뒤에 찬은 비로소 상처 속에 잃어버린 자기 삶의 일부를 애도하며 좀 더 자신을 잘 돌보는 다정한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 23쪽,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한밤의 시간표》를 다 읽고 나면 무서운 괴담이 끝없이 이어져 나올 것만 같던 기괴한 연구소가 어느새 약하고 상처 입고 잊힌 비인간 존재들에 대한 연민으로 기묘한 돌봄을 실천하는, 조금 이상하지만 다정한 장소로 다가올 것이다. 인간들이 저지른 이유 없는 악의로 다치고 죽은 약한 이들을 잠시 돌보아주는 곳. 그리고 그곳에서 연민과 돌봄을 실천하며 무너진 자신의 삶도 재활할 수 있는 곳이다.
그동안 정보라가 그려온 세계는 선악과 정의가 뒤틀린 세계에서 억울하게 당한 피해자가 직접 나서서 저주와 복수를 행해야 했다. 그리고 〈저주토끼〉의 결말이 보여주듯, 뒤틀린 세계에서의 저주와 복수는 또 다른 저주를 낳을 뿐이었다. 하지만 《한밤의 시간표》에서 정보라는 뒤틀린 세계 속에서도 다친 이들에게 쉴 자리를 내어주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연민과 돌봄의 세계를 그려낸다. 괴담보다 더 괴담 같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면서도 억울하게 죽은 비인간 존재들을 기리고 약자와 소수자가 앞날을 도모할 수 있는 밑받침 같은 공간을 그려낸다. 생과 사의 경계에 위치한, 사자死者가 남기고 간 물건들을 모아놓는 유실물 센터 같은 이 연구소가 더 이상 소용하지 않길 바라면서.

“뭘 남길 생각하지 말고 그냥 떠나는 게 최고예요.”
선배가 단호하게 말했다.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그게 언제나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모두가 깨끗하게 떠날 수 있었다면 이 연구소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224쪽, 〈햇볕 쬐는 날〉

“《한밤의 시간표》는 내게 놀이동산 같은 작업이었다”
정보라가 작정하고 쓴 ‘진짜’ 귀신 이야기


정보라는 〈작가의 말〉에서 《한밤의 시간표》를 쓰는 일이 “계약이나 마감의 굴레가 딸려 오는 일거리가 아니라 놀이동산 같은 작업”이었다고 회고하며, 귀신 이야기를 쓰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밤의 시간표》에는 쓰는 이가 진심으로 즐기면서 쓴 이야기의 힘이 담겨 있다.
한편 작가는 귀신 이야기 혹은 무서운 이야기를 장편으로 쓰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이야기한다. 귀신 이야기가 길어지면 어쩔 수 없이 추리나 스릴러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작가는 추리나 스릴러가 아닌 “진짜 귀신 얘기”를 쓰고 싶었다. 그래서 택한 방식이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연구소’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연결성을 가지는 연작소설 형식이다.

《한밤의 시간표》는 나에게 계약이나 마감의 굴레가 딸려 오는 일거리가 아니라 놀이동산 같은 작업이었다. 귀신 얘기를 마음껏 책 한 권 분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니! 쓰면서 정말 재미있었다. (…)
나는 추리소설이나 스릴러가 아니라 진짜 귀신 얘기를 쓰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까 짧은 이야기들이 모인 형태가 되었다. 연구소의 방마다 돌아다니는 기분으로 읽어주시면 좋겠다.
─ 236~241쪽, 〈작가의 말: 귀신 이야기의 즐거움에 관하여〉

《저주토끼》의 부커상 최종후보 소식 이후, 새로 쓴 단편을 지면에 공개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출간된 책들은 대부분 작가의 기존 작품들을 엮어낸 단편집들이었다. 《한밤의 시간표》는 사실상 아주 오랜만에 책으로 출간되는 정보라 작가의 신작인 것이다.
부커상 소동 이후로 작가로서의 정보라의 삶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실제로 세계 각국에서 러브콜을 보내와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순수하게 창작의 즐거움을 누렸다는 작가의 말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짓고 소설을 써온 작가의 깊은 뿌리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밤의 시간표》는 주변의 소란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된 색깔을 고수하면서도 선명한 변화가 느껴지는 신작이다. 정보라라는 이름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번 증명하면서도 지금껏 정보라 소설에서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감흥을 선사하는, 정보라 작품세계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목차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손수건
저주 양
양의 침묵
푸른 새
고양이는 왜
햇볕 쬐는 날

작가의 말│귀신 이야기의 즐거움에 관하여
작품 해설│연구소에 밤이 오면 ─ 박혜진 문학평론가
추천의 말│강화길, 김보영

저자소개

정보라 (옮긴이)    정보 더보기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여 한국에선 아무도 모르는 작가들의 괴상하기 짝이 없는 소설들과 사랑에 빠졌다. 어둡고 마술적인 이야기, 불의하고 폭력적인 세상에 맞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사랑한다. 지은 책으로는 《저주토끼》 《여자들의 왕》 《아무도 모를 것이다》 《호》 등이 있다. 1998년 〈머리〉가 연세문화상에 당선되었고. 〈호狐〉로 2008년 제3회 디지털문학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 〈씨앗〉으로 2014년 제1회 SF어워드 단편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2022년 《저주토끼》로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후보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고, 20개국 이상에서 번역되며 전 세계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펼치기

책속에서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숙이 계단을 걸어 내려가 주차장으로 나가는 문을 열자 문 앞에 서 있던 직원이 말했다.
직원은 평범했다. 평범한 체격에 평범한 어두운색 정장 차림이었고 목소리도 말투도 평범했다. 주차장으로 나가는 문 앞을 막아서지 않고 길에서 마주쳤다면 돌아서자마자 잊어버려 한 시간 뒤에는 생각도 나지 않을, 그런 특징 없는 사람이었다.
─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층계참에 양이 앉아 있었다.
DSP는 양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양도 그를 마주 쳐다보았다.
양의 털은 지저분했다. 그의 머릿속의 이미지나 인터넷에서 가끔 보았던 사진과 달리 양은 흰색이 아니라 회갈색이었다. 양의 몸 여기저기에 털이 깎여 나간 곳이 있었다. 양의 맨살이 드러난 자리에는 수술 자국 같은 커다란 흉터가 조명 아래 벌겋게 드러났다.
─ 〈저주 양〉


그렇게 집안의 모든 문제는 구정물처럼 아래로 아래로 흘러 떨어져서 그 집안 모든 사람에게 가장 만만한 존재 위에 고이고 쌓였다. 대부분의 경우 마지막에 그 구정물을 감당하는 사람은 취약한 위치에 있는 여성이었다. 딸, 며느리, 엄마, 손녀.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느니 아들 가진 엄마는 길에서 손수레 끌다 죽는다느니 하는 말의 의미는 모두 같았다. 가장 만만한 구성원의 피와 골수를 빨아먹어야만 가족이라는 형태가 유지된다. 그렇게 모든 역기능 가족은 비슷한 형태로 역기능적이다.
─ 〈손수건〉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이 포스팅은 제휴마케팅이 포함된 광고로 커미션을 지급 받습니다.
도서 DB 제공 : 알라딘 서점(www.aladin.co.kr)
최근 본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