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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8554429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6-04-01
목차
작가의 말
산바라지 8
석전동 30
너무 아팠던 시절의 가을 저녁 52
시간의 금에 물드는 가을빛 74
운명의 보랏빛 98
행복한 여자들 116
적광묘토(寂光妙土) 138
하얀 등 158
안젤라 184
모란이 다시 피어날 때 204
쑥갓 224
얼어붙은 호수에 부는 바람 244
저자소개
책속에서
원래 변화에 둔감하고 안정적인 것에 익숙했던 서희, 아니 원래 시골 소녀였던 서희에게 도시는 무한한 자유와 꿈과 희망과 생동감을 주었다. 그 반면에 외로움과 자신을 작고 초라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는 거대한 괴물,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어디선가 자신을 지시하거나 감시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곤 했다. 위축의 뒤에는 무거운 침묵이 찾아오고 침묵이 오래되어 가니 무표정해지거나 짙은 우울이 찾아왔다. 그런 가운데서도 서희 주위를 맴도는 사람들과 다가오는 사람들, 혹은 서희 쪽에서 다가가는 사람들 이런 인간관계 속에서 서희는 어떤 때는 거대한 밀림 속에서, 이 도시를 움직이는 거대한 공장의 컨베이어벨트 안에서 빠르거나 한없이 느려 권태스럽게 가동되는 기계 같다는 생각을 했다. 누가 이 거대한 도시를 작동하고 있을까, 그는 잠을 자지 않고 24시간을 제어하고 있을까, 당번을 정해서 불침번을 서고 있는 것일까 생각했다. K가 접근을 했을 무렵만 해도 대학 4년간 혼자 살다가 서울 언니네 집 식구들과 함께 사는 것도 쉽지만은 않을 무렵이었다.
- 「석전동」에서
금요일의 밤거리는 꺼지지 않는 욕망의 붉은 불빛으로 흥청망청하고 있었다. 거대한 욕망의 질주는 거리 한가운데로 굉음을 폭발시키면서 시야에서 멀어져가고 있었다. 그럴 때면 차들도 사람들도 귀를 찢는 소리의 폭력에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검은 어둠과 붉은 불빛의 조화를 흔드는 소리의 폭발은 도시가 뿜어내는 온갖 종류의 크고 작은 소리를 일거에 거두어 잠시나마 먼 곳으로 내던져 버리고 빛의 속도만큼이나 재빨리 원래의 소리로 돌려놓는다. 그것은 마치 괴물 같은 소리를 지르는 거대한 짐승의 등을 사정없이 내리쳐 쓰러지게 하는 위력을 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폭발음이 사라져간 거리의 포장마차는 널따란 찻길에 매달리듯 올망졸망하게 늘어서서 환한 등을 켜고 밤손님들을 부르고 있었다. 폭발음이 아무리 밤의 대기를 뒤흔들어도 생존을 향한 천막 안은 초 한 자루 켜고 기도하듯 불빛의 소망을 꺼뜨릴 수 없었다.
- 「하얀 등」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