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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외국시
· ISBN : 9791128895340
· 쪽수 : 163쪽
· 출판일 : 2024-07-12
책 소개
목차
봄의 곶
유모차
눈
돌 위
소년
메아리
호수
마을 1
봄
마을 2
낙엽
고개
마을 3
추야농필
낙엽 그치고
못으로 향하는 아침 식사
겨울날
까마귀
정원 1
밤
정원 2
정원 3
조어
풀 위에
나는
제비
사슴
낮
MEMOIRE
Enfance finie
아베 마리아
꿩
국화
11월의 시야에서
나와 눈과
향수
사자
빵
해설
깊이 읽기 - 미요시 다쓰지의 시 세계와 조선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1.
- 나는 사람을 죽인 것이지만….
이 말은, 그러나 어느샌가 그것을 듣는 나의 마음에 깊게 스며들고, 날이 갈수록 내 기억과 섞이고 말았다. 그리고 이윽고 벌써 지금은, 일찍이 옛날에, 내가 사람을 죽인 거라고, 그렇게 말하고, 누군가가 나에게 죄를 드러냈다고 해도, 나는 어쩌면 그것을 부정하지 않겠지. 오늘도, 나의 무질서한 독서와, 창에 화려하게 핀 달리아 위에서, 새는 그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 그대도 내 방에 와서, 이 새의 말을 듣는 것이 좋아. 만일 그대가, 사람을 죽인 기억이 없고, 게다가 그 먼 회흔(悔痕)을 원한다면.
-〈조어(鳥語)〉 중에서
2.
태양은 아직 어두운 창고에 가려져 있었고, 서리가 내린 정원은 보랏빛으로 널따랗게 차가운 그늘 밑에 있었다. 그날 아침 내가 주운 것은 얼어 죽은 한 마리의 까마귀였다. 단단한 날개를 물레 모양으로 접어서, 회색빛 눈꺼풀을 감고 있었다. 그것을 던져 보니, 마른 잔디밭에 떨어져 맥 빠진 소리를 내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조용히 피를 흘리고 있었다.
맑아지는 하늘 어딘가에서, 또 까마귀가 우는 것이 들렸다.
-〈정원 1〉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