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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종교일반 > 종교철학
· ISBN : 9791168731820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6-05-29
책 소개
우리 시대 가장 급진적인 성서 읽기.
교리가 가두어버린 바울을 역사의 무대로 다시 불러내다!
혐오와 배제의 논리로 무장한 ‘유대아 원리주의자들’에 맞서, 가장 낮은 자들에게 평등할 권리를 부여했던 바울의 전복적 실천. 이 과감한 바울 재해석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발흥하는 극우주의적 혐오 정치를 타파할 가장 강력한 사상적 무기를 쥐게 될 것이다.
바울, 떠돌이 민중 ‘오클로스’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가다
오늘날 전 세계는 극우주의적 혐오 정치와 1억 3600만 명에 달하는 ‘강제 실향민’(난민) 현상으로 격동하고 있다. 민중신학의 최전선에서 연구를 이어온 김진호 저자의 신간 《난민의 사도 바울》은 이 21세기의 비극적 풍경을 1세기 지중해 사회의 시공간과 교차시키는 전복적인 시도를 선보인다.
저자는 그동안 초역사적인 ‘교리’의 장막 뒤에 갇혀 있던 바울의 행적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재구성한다. 바울이 쓴 친서 7권(〈로마서〉, 〈고린도전서〉, 〈고린도후서〉, 〈갈라디아서〉, 〈빌립보서〉, 〈데살로니가전서〉, 〈빌레몬서〉)과 바울 사후에 기록된 〈사도행전〉을 바탕으로, 그가 발 디뎠던 고대 도시들의 사회적·정치적 맥락을 입체적으로 복원해낸다. 유대아 극단주의자로서 활동하다 그리스도파로 ‘전향’한 뒤, 1세기 선창가 변두리, 주류 사회가 ‘로마의 오물’이라 부르며 혐오했던 떠돌이 민중 ‘오클로스’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간 바울은 단순히 관념적인 구원론자만은 아니었다. 이 책에서 그는 체제 밖으로 밀려난 이들을 위해 ‘차별이 작동하지 않는 환대의 플랫폼(에클레시아)’을 일군 ‘난민의 사도’이자 ‘전복적인 혁명가’로 되살아난다.
“바울은 그리스도의 복음이 이스라엘과 이방인을 나누지 않으며, 심지어 남자와 여자, 자유인과 노예의 이분법도 부정했다. 혈통도, 성별도, 신분도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하여 충격적이게도 그는 유대아 사람이든, 경외자든, 전향자/개종자든, 심지어 그이들이 이방인이든, 여자든, 노예든 모두 아브라함의 후손이라고, 약속을 받은 상속자들이라고 주장한다.”(89쪽)
이 책은 단순한 성서 주석이나 바울 신학 입문서가 아니다. 역사학·지역학·고고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바울이 실제 발 디디고 활동했던 ‘장소들’?다마스쿠스, 안티오키아, 필리피, 코린트, 에페수스, 예루살렘?의 사회적 맥락과 이동 경로를 꼼꼼히 추적하며, 그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바울의 실천을 리얼리즘의 언어로 생생하게 묘사한다. 저자가 ‘거부된 자들의 정치적 리얼리즘’이라 부르는 것은, 수많은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차별 없는 공동체(에클레시아)’를 향한 실험을 포기하지 않았던 바울만의 독창적인 저항이자 운동 방식이다. 현재의 패배 속에서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상상하는 저항의 리얼리즘이기도 하다.
혐오와 배제의 논리로 무장한 ‘유대아 원리주의자들’에 맞서, 가장 낮은 자들에게 평등할 권리를 부여했던 바울의 전복적 실천. 이 과감한 바울 재해석을 통해 독자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발흥하는 극우주의적 혐오 정치를 타파할 가장 강력한 사상적 무기를 쥐게 될 것이다.
바울, ‘난민 사도’로 부활하다
“바울은 자신에게 모여든 이런 사회적 소외자들을 만나면서, 그들과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얽히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 점점 그리스도 사역자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갖추어갔다.”(114쪽)
전통적인 신학이 바울을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보편 교리의 수립자로 박제해왔다면, 이 책은 그를 1세기 지중해 사회의 민중들과 함께한 ‘난민의 사도’로 호출한다. 저자가 복원해낸 당대 대도시들은 제국의 수탈과 전쟁으로 인해 고향에서 내쫓긴 전쟁 노예, 파산자, 이주노동자 등 난민들이 생계를 위해 흘러들던 곳이었다. 위기에 직면한 제국과 토착 엘리트, 그리고 율법의 증표를 내세운 종교 권력이 이들을 향해 집단적 혐오를 생산해낼 때, 바울은 그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서 뿌리 뽑힌 이들의 동반자가 되었다. 바울은 극단적 혐오와 폭력이 난무하던 시대에 이방인, 노예, 여성을 모두 평등하게 대하는 민중 사역자가 되어갔고, 이 때문에 유대아 원리주의자, 권력자, 심지어는 그리스도파 내부에서도 배척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바울은 거부당한 자들을 위한 사역을 중단하지 않았고, 이 책은 바울을 ‘난민의 사도’로서 생생하게 복원해낸다.
관념적 신학이 아닌,
배제된 자들을 위한 ‘저항의 언어’
이 책은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바울의 ‘의인론’(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사상)이 저 높은 곳의 추상적인 형이상학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한국 민중신학의 기념비적 성과들을 이어받아, 의인론이 당대 ‘유대아 원리주의자들’의 배제 기제에 맞서 싸운 강력한 ‘논쟁 언어’였음을 밝혀낸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할례나 율법의 증표를 요구하며 벼랑 끝의 이들을 ‘이등 백성’으로 만들려던 유대아 원리주의자들에 대항해, 바울이 ‘그리스도 안에서는 계층적·성적·종족적 그 어떤 차별도 작동하지 않아야 한다’고 선언한 배경을 “바울의 텍스트 안에서 시간과 장소, 그리고 행위자의 디테일을 직접 해독해”(16쪽)내며 추적한다. 그러면서 바울이 가장 낮은 자들에게 새로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완전한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난민의 사도’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차별 없는 복음의 장소로서의 에클레시아를 바울은 ‘그리스도 안’이라고 표현했다. …… 밖에서는 통하지 않는 은혜의 질서가 구현되는 곳이 바로 에클레시아인 것이다. 이런 논리를 바울학계는 ‘의인론’이라고 불렀다. 의인론은 그리스도라는 보호막(은혜)으로 인해 모두가 차별 없이 존재하는 곳인 에클레시아를 설명하는 신학적 논법이다. 주지해야 하는 것은 의인론이 일반윤리 혹은 보편적 신학 개념이 아니라, 차별이 일상화된 신앙을 논박하는 바울의 논쟁 신학적 서사라는 점이다.”(171쪽)
아우구스티누스에서 루터로 이어지는 전통이 의인론을 ‘어떻게 인간이 구원받는가’에 대한 초시간적 답으로 읽어왔다면, 이 책은 ‘누가 왜 배제되었고 바울은 어떻게 기존 권력에 맞서며 활동했는가’를 묻는다. 구원론에서 사회적 실천론으로의 전환, 이것이 이 책이 이뤄낸 성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다마스쿠스에서 예루살렘까지,
장소성의 해석으로 생생히 되살아나는 바울
“그는 놀라울 정도로 광폭의 이동을 거듭하면서 그리스도 운동을 펼쳤다. 한데 그의 이동은 단순히 장소의 전환이 아니었다. 그는 끊임없이 그 장소성을 성찰의 계기로 삼았다. 해서 바울을 살펴보는 하나의 실마리는 장소와 바울을 연결해서 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교리로서 굳어버린, 변화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정체된 바울이 ‘그리스도교의 바울’이라면, 장소들과 연결된 바울은 끊임없이 성찰하고 변화, 발전하는 바울이다.”(24쪽)
이 책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바울의 실제 행적을 성서를 참고해 꼼꼼히 추적했다는 점에 있다. 저자는 기존의 정형화된 바울 신학 연구서들을 의도적으로 덮어두고, 바울의 텍스트 안에서 시간, 장소, 행위자의 디테일을 해독해내고, 당대 지중해 세계의 역사·지역학적 자료를 참고하며 입체적인 바울의 형상을 그려냈다.
다마스쿠스(전향의 무대), 안티오키아(선교 논쟁), 갈라티아(바울의 선교 색채가 드러난 곳), 필리피·테살로니키·베뢰아(성과와 실패의 교차), 코린트(에클레시아의 위기), 에페수스(플랫폼 선교), 예루살렘(미완의 꿈)으로 이어지는 여정에서 각 도시의 선창가, 서민 거주지역, ‘튀란노스 스콜레’의 실험적 공동체 등이 저자의 검증을 통해 생생히 펼쳐진다. “바울과 그의 동지들, 공동체와 적대자, 그리고 그 장소에 뿌리내렸던 사람들 사이의 역동이 해석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여기에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전개가 더해지며 입체적인 바울 해석이 구성되었다.”(19쪽)
신학적 엄밀함을 유지하면서도 난민 문제와 극우 정치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이 책은 각 도시의 사회사를 복원해 텍스트와 대면시킴으로써, ‘정체된 교리의 성자’가 아닌 ‘장소들과 연결되어 끊임없이 성찰하고 변화했던 혁명가 바울’을 마주하게 한다.
목차
서문: 극우주의 시대에 바울을 읽다
1장. 역사의 무대에 서다: 다마스쿠스의 바울
2장. 선교 논쟁: 안티오키아의 바울
3장. ‘바르예수’를 극복해야만: 키프로스 선교 우화
4장. 바울 선교, 색깔이 입히다: 갈라티아의 바울
5장. 뜻밖의 성과: 필리피의 바울 1
6장. 민중 사역자의 실패담: 필리피의 바울 2
7장. 비로소 선교 거점이 생기다: 필리피에서 코린트까지
8장. 그가 감옥에 수감된 까닭: 코린트의 바울 1
9장. 에클레시아, 그곳에서 벌어진 일: 코린트의 바울 2
10장. 〈로마서〉, 뒷이야기: ‘은닉 대본’으로서 저항의 정치학
11장. 수다의 영성: 에페수스의 바울과 플랫폼 선교
12장. 미완의 꿈: 에페수스에서 예루살렘으로
감사의 글
저자소개
책속에서
바울은 바로 그 소용돌이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활동했던 사역자였다. 그가 활동했던 도시들은 당시 지중해 사회의 가장 아픈 상처 가운데 하나였던 ‘실향’의 문제가 병리 현상처럼 번지던 곳이었다. 이런 맥락을 배제한 채 바울을 읽는다면, 그의 사역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이것이 내가 책을 쓰며 줄곧 붙들고 있던 화두였다.
겹겹의 사연을 안고 유랑의 길에 나선 이들은 대단히 많았다. 그들은 1세기 지중해 역사를 떠돌던 ‘표류자들’이었다. 고향을 향한 그리움은 간절했으나 귀향은 무망한 꿈에 가까웠다. 낯선 곳에 등 떠밀려 정박하는 일이 그들의 일상이었고, 그 정착지마다 이들을 향한 증오와 적대감이 들끓고 있었다. 바울은 바로 그 뜨거운 갈등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했다.
예수가 활동했던 팔레스티나의 시골에서 오클로스는 향촌 공동체의 ‘밖으로 내몰린’ 자들이었다. 부채에 시달리다 몰락해 마을 밖으로 도망간 자, 금기시되는 몹쓸 병에 들려 추방된 자, 그리고 가버나움이나 여리고와 같은 국경 도시에서 주변부를 형성하던 말단 병사(στρατιωτη., 스트라티오테스)나 세리, 매춘 여성 등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반면 바울이 활동하던 대도시에서는 훨씬 더 복합적이고 다양한 부류의 집단이 오클로스를 이루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강제 실향민’, 그러니까 이 책에서 ‘난민’이라 부르는 이들이 바로 오클로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