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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9298483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25-07-23
책 소개
목차
제1부 일본 식민지로 전락
1 조선, 일본의 식민지가 되다
2 민족의 자각
3 일본으로 끌려가다
4 아버지를 찾아 일본으로
5 내 고향, 제주도
6 방랑
7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8 광복과 혼란
9 남쪽 지방에서의 진통
제2부 나가자, 우물 밖 세상으로!
10 예수병원이여 안녕
11 베트남 파병
12 서독 가는 간호사
13 전쟁포로 김요한
14 간호사의 서독 출국
15 대학졸업자 광부
16 루르광산에서의 다짐
17 재회
18 대학원 진학
19 갈림길에서
감사의 글
작가 인터뷰
저자소개
책속에서
조선왕조 500여 년은 다른 나라 왕조의 300여 년에 비하면 꽤 길었다. 그 오랜 기간 안정을 누렸었으나, 수많은 대외적인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조선 후기에는 쇄국정책으로 외부와의 교류를 차단하여 내부의 허약함을 감추었다. 프랑스, 미국, 일본의 배들이 들어와 통상하기를 원했으나 단호히 거부했다. 고종 때, 정권을 잡은 대원군은 외국과 화친하는 것은 곧 매국이라는 내용을 담은 척화비를 전국 여러 곳에 세웠다. 그 시절 국민의 대다수가 농민인데 잘못된 농업정책으로 과중한 세금과 지주들의 수탈로 백성은 굶주렸다. 국가재정은 빈약해서 강력한 군대를 유지할 수도 없었다. 약점을 감추고 숨는다고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
일본 순사는 기다렸다는 듯 오른손으로 정태수 왼쪽 뺨을 힘껏 갈겼다. 강력한 순사의 손에 코를 맞았는지 붉은 코피가 쏟아졌다. 피를 보면 누구나 흥분한다. 맞는 사람도 때리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순사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명치에도 주먹을 날렸다. 명치를 맞은 그는 배를 움켜쥐고 땅바닥에 나가떨어져서 뒹굴었다. 순사는 다시 그의 엉덩이를 구둣발로 차고 허벅지를 짓밟았다. “옘병할, 왜 때려!” 태수는 분노와 모멸감에 이를 악물었다. 어른이 된 뒤에 누구와 싸워 본 적이 없다. 누구에게 맞거나 누구를 때린 적도 없다. 한참 후에 숨을 돌린 태수는 악을 한 번 크게 쓰고 상체를 부르르 떨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벌떡 일어났다. 젊고 농사일로 다져진 그의 단단한 팔에는 힘이 있었다. 순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한 번 갈겨버리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그는 알았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순사에게는 공권력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기가 있다는 것을. 저항했다간 공무집행방해죄라는 더 큰 폭력이 기다릴 게 뻔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는 분했다. 누가 그를 부당하게 당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