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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9571005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23-12-01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골드
서킷브레이커
보스를 아십니까
청바지
물어라 쉭
NLL
화장실에서 나를 보다
해설
저자소개
책속에서
<소설 「골드」 中에서>
그리고 강렬한 골드 색상! 화이트나 블랙, 기껏해야 실버톤이 전부였던 국산차에 비해 눈부시게 아우라를 내뿜는 골드빛 광택은 한순간에 나를 사로잡았다. 내 안에서 뭔가가 꿈틀거렸다. 1등의 색깔, 귀족의 색깔, 부와 명예의 상징인 줄만 알았던 골드색이 내면으로 파고드니 다른 색으로 변했다.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응축되었던 것이 발산하고, 무한정 퍼져나갔다. 주위를 환하게 밝히고 싶었고, 다른 색의 가치를 높이고 싶었다. 골드색이 그렇게 나를 유혹했다. 질주하는 S자동차의 황금빛 세단이 TV광고에 자주 나왔다. 나는 광고를 볼 때마다 내 육체에서 영혼이 이탈하여 TV광고 속의 번쩍거리는 세단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환상에 빠졌다. 내가 운전하는 차는 눈부신 광채를 발산하며 빠른 속도로 질주해 태양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무수한 빛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그런 것이 광고의 힘이라면 나는 포로가 된 셈이었다. 나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구매를 결정했다. 2002년 월드컵이 시작된 7월에 내 인생의 첫 차인 골드 색상의 세단을 인도받았다.
<소설 「보스를 아십니까」 中에서>
그동안 스물다섯 명이 면접을 치렀다. 연령층도 다양했다. 40억 원의 잔고가 찍힌 통장을 내걸고 구둣방의 후계자를 구한다는 광고를 신문에 낸 지 한 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장난전화가 걸려오다가 신문에 기사가 나가자 면접자가 몰려들었다. 후계자 면접과는 별개로 40억 원을 어떻게 벌었냐며 비결을 묻는 이도 많았다. 지원자 중에서는 40억 원으로 빌딩 임대업을 해서 자산을 늘리겠다는 치들이 다수였다. 구둣방에서 구두를 직접 닦는다는 한 사내는 동종업계의 경험이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자기를 후계자로 뽑아달라고 말했다. 그 사이 내 호칭은 고 씨나 아저씨에서 사장님으로 바뀌더니 어느 사이엔가 회장으로 승격이 돼 있었다. 회장님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지만 그만큼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