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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9573344
· 쪽수 : 504쪽
· 출판일 : 2025-05-20
책 소개
목차
추천사
작가의 말
제1부. 한국 전쟁 소년병
1. 배고픔
2. 닭고깃국 한 사발
3. 소도둑
4. 봄볕
5. 잔칫집
6. 장항선 완행열차
7. 방개, 엉가 엄마를 만나다
8. 방개 친구, 덕구
9. 방개 사촌, 종택이 형
10. 덕구의 조카들
11. 방개, 천재 아니면 바보래유
12. 덕구 조카 미자, 서울로 튀었다
13. 방개랑 엉가 엄마랑 혼인하지 그려
14. 덕구는 부자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15. 이런 일은 난생처음 봤네 그려
16. 문 씨 배상비를 마을 사람들이 추렴한다는 거유
17. 엉가, 학교 들어가유
18. 미자가 무지 이뻐져서 미스코리아 대회 나간다구?
19. 상 타면 동생들 서울로 유학시킬 꺼유
20. 미자, 미스코리아 어떻게 됐슈?
21. 방개가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니
22. 방개가 사랑하는 여자, 순자는 귀머거리다
23. 순자 어머니의 느닷없는 청혼
24. 방개의 노래
25. 엉가 엄마, 포목점에 가다
26. 엉가 엄마가 만든 옷에 날개가 돋쳤다
27. 엉가 아빠가 양장점에 나타났다
28. 엉가 엄마가 새로 만든 방들
29. 방개, 죽음의 병에 이르다
30. 지 같은 사람두 교회 댕겨두 돼유?
제2부. 사랑을 잃고 나서
1. 방개, 설교 시간에 방귀를 터트리다
2. 검정 솥단지를 가져온 여자
3. 고등고시 떨어졌소
4. 서울 청년, 공순이를 만났다
5. 고등고시 떨어지구 신춘문예 당선했슈
6. 너 왜 죽였어?
7. 속죄의 길을 떠난 젊은 과부
8. 엉가 엄마의 고독
9. 깊은 물에 그물을 대야 괴기가 많이 잡히는 겨
10. 엉가 엄마의 새 남자
11. 그 여자를 사랑해서 괴로운 건가유?
12. 나는 그 여자를 무덤까지 따라가서라도 사랑할 꺼유
13. 시를 쓰는 방개
14. 내 마음은 나도 물러유
15. 순자 씨가 죽었다네
16.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17. 과거를 청산할 결심
18. 산속에 사는 남자
19. 내가 밤중에 가서 지켜줘야지
20. 저주의 끈을 끊어내려고 해요
21. 넌 누구냐?
22. 소년의 두 갈래길
23. 알을 깨고 나온 것
제3부. 시인으로 사는 방개
1. 그리움의 무게를 다는 저울이 있다면
2. 세상의 끝에 당신을 두고 가야 하나요
3. 마음이 허전해서 현충사에 매일 가유
4. 성웅 이순신 연작시를 쓰고 싶어유
5. 난세의 영웅이 났지유 뭐
6. 이순신 영화 제목은 뭐라고 지을 거여?
7. 기환, 영화 각본을 쓰기 시작하다
8. 아름답고 눈부시게 그녀가 웃다
9. 가벼이 움직이지 말고 산같이 정중하라
10. 절제가 없는 사람이라면 사양합니다
11. 소록도로 간 과부가 돌아오다
12. 사랑은 파도를 타고
13. 홀로 있는 밤에
저자소개
책속에서
해가 중천에 떠올랐다. 방개는 짚더미를 쌓아 올린 짚가리에서 지푸라기를 털면서 밖으로 나왔다. 짚가리는 방개가 겨울이면 주로 이용하는 집이다. 가을에 벼를 베고 나면 벼 이삭을 털고 난 볏짚의 낫가리를 높이 쌓아놓은 그곳이 방개의 방이고 지붕이고 추위를 피해서 잘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누구나 방개가 낫가리를 높이 쌓아놓은 짚가리에서 겨울이면 잠을 자는 것을 인근의 마을 사람들도 다 아는 기정사실이다. 생각보다는 지푸라기로 만들어진 건초더미라서 그 안은 무척이나 훈훈하고 따스함이 깃들여 있는 공간이었다. 한가운데를 깊이 파서 그 안에 잠을 자고 일어난 방개는 거름 냄새가 나는 지푸라기를 툭툭 털고 나니 갑자기 춥고 배가 무진장 고팠다.
방개는 우선 둥근 박을 반으로 잘라 만든 종근락 하나를 머리맡에서 소중하게 들어 올렸다. 박으로 만든 종근락은 그의 재산 1호였다. 그에게는 노란 종근락 하나가 전 재산이다. 두 벌 옷도 없는 그에게는 밥을 먹어야 하는 밥그릇 대용인 노란 종근락이 너무나 중요한 물건이다. 지금 쓰는 종근락은 지난가을에 윗동네 사는 과부 박 권사님이 한 개 주신 거다.
“방개야, 밥 굶지 말고 올겨울에는 이 종근락으로 동네 사람들한테 밥 잘 얻어먹고 다녀야 혀. 에쿠, 내가 부자면 네 아침은 내가 매일 주면 좋겠는데 나도 자식 넷에 과부 신세니 너까지는 못 먹이겠다. 하나님은 과부에 기도를 잘 들어주신다고 부흥강사가 와서 말씀하셨으니까, 언젠가는 우리 집 쌀독에 쌀이 넘치고도 남을 겨. 그때는 나도 너한테 맘껏 밥을 한 양푼씩이 퍼서 줄량이니까 그때까지만 참어봐 잉.”
박 권사가 하얀 박꽃에 매달린 박을 잘도 익혔는지 노란색 종근락은 안이나 밖이 똑같이 그녀의 마음처럼 둥글고 매끄러웠다.
“아이고, 고맙구먼요, 박 권사님. 이 종근락 지 밥 얻어먹는 밥그릇으로 잘 쓸게요. 그리고 박 권사님한테 하나님이 쌀 많이 주시길 교회보문 저두 기도하고 다닐께유.”
방개는 바보는 아니었다. 그는 떠돌이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총각이었다. 그에 대한 소문은 무성했지만, 그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그다지 없었다. 이 동네 저 동네 동냥을 다니기도 하고 일을 해주고 밥을 얻어먹기도 했는데, 그러나 그가 하는 행동은 특이하게도 알고 보면 아무나 절대 할 수 없는 선에 가치를 둔 아주 특별한 일들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