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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70960447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3-09-15
책 소개
목차
1장 손 없는 날
2장 친구
3장 도둑
4장 언덕에는 햇빛이 들지 않는다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미연은 달라진 창밖의 풍경을 보며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확신했다. ‘어차피 안 될 것 같다’고 시큰둥해하는 정우를 설득해 청약을 넣은 것은 자신이었다. 기적적으로 당첨된 후 잔금을 치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시댁에까지 손을 벌렸다. 40년 된 21평짜리 아파트 전세금을 마련해 주면서도 지호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으스대던 시어머니의 콧대가 앞으로 몇 년 동안 치솟을지 상상하면 아찔한 일이었으나, 친정과 연을 끊다시피 한 미연의 입장에서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죽은 남편의 연금으로 살고 있는 시어머니는 이런저런 싫은 소리를 늘어놓았지만, 결국에는 이사 비용까지 넉넉하게 얹은 돈을 보내주었다. 요즘 같은 때에 30대 부부가 신도시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를 갖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은 아니지만, 동명시는 경기 남부의 신도시 중 하나로 대형 쇼핑몰이니 산업단지니 하는 개발 호재로 언론에도 자주 등장했던 곳이다. 청약 당첨이 아니었다면, 이런 곳에 이사 가는 일은 미연과 정우의 연봉을 몇 년간 고스란히 모아도 불가능했다.
바깥으로 나온 미연은 잠시 당황했다. 아파트 구조가 생각보다 복잡했기 때문이다. 외부인에게 각 동의 입구와 시설들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듯 폐쇄적으로 돼있어, 집의 베란다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였던 놀이터도 두 번이나 구부러진 길을 지나쳐서야 나타났다. 어디가 몇 동인지 알 수 없도록 불친절하게 세워진 건물들 자체가 드림힐아파트 단지를 외부와 완벽하게 분리하고 내부를 섬처럼 존재할 수 있도록 감싸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놀이터 너머 회색 돌로 지어진 정사각형의 창고 비슷한 건물이 미연의 눈에 들어왔다. 아마 저곳이 경비실일 것이다. 미연은 놀이터를 가로질러 경비실로 향했다.
남편의 능력과 재력에 대한 약간의 자랑과 과시가 섞여있는 이야기였다. 미연은 거기에는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녀의 신경을 빼앗는 것은 채윤엄마의 태도였다.
그녀는 일부러 수다스러운 척을 하고 있었다. 늘어놓는 말도 두서가 없었다. 마치, 앞서 했던 이야기를 듣지 못한 사람처럼 행동하려는 것 같았다. ‘드림힐’이라는 단어가 미연의 입에서 나오기 전까지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드림힐아파트가 왜요? 미연은 그렇게 말을 하려고 했지만, 곧 키즈카페 영업이 종료된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고 잠시 후에는 정우가 채윤이와 지호의 손을 잡고 돌아왔다. 채윤엄마는 학교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과 어울리지 않게 어색하게 웃는 얼굴을 만들어 보인 후 채윤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