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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71520084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3-10-1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김훈 병’과 운전면허 | 트리플 A형 | 꽐라가 되고 깨달은 것들 | 기자를 믿습니까 | 반려동물 전문기자 | 선배는 멋있었다 | 어디 대학 나왔다고? | 글자 수 맞추기 강박 | 엘레강스하고 판타스틱하게 | 졸라 고독하구만 | 만병의 근원, 회사 | 회사에서 스트레스 안 받는 방법 | 회사가 싫어도 행복해지자 | 아빠와 코뚜레 | 연예인 인터뷰 | 악플이라도 좋아요 | 디지털 세컨드 | 나의 호구 엔딩 | 인도인 | 난쟁이 아저씨와 오토바이 총각 | 일하긴 편하겠네요 | 제목 전쟁 | 제목에는 정답이 없다 | 화가 날 땐 화장실로! | 기레기였던 내 업보지 뭘 | 꿈꾸기 싫어요 | 기자의 글쓰기는 없다 | 기렉시트
저자소개
책속에서
기자들 사이엔 ‘김훈 병’이라고 불리는 병이 있다. 기사를 쓸 때 단문을 고집하며 저 홀로 세상 달관한 척, 그럴듯하게만 쓴 글을 가리킨다. 기사 내용과 취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표현의 용례는 ‘저거, 저거 김훈 병 걸렸구만’. 나도 꽤 오랫동안 김훈 병 환자였다. 그를 따라 한답시고 필사까지 해봤지만 괜한 수고였다. 종이 낭비, 잉크 낭비, 체력 낭비였다. 김훈은 김훈이고, 찌랭이는 찌랭이였다.
전화를 걸 때뿐 아니라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까만 액정이 흰색으로 빛나며 낯선 번호가 뜨면, 휴대폰의 진동이 내 가슴까지 윙윙 전해져 왔다.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끊어라, 끊어라’ 하며 잘못 걸려 온 전화이길 바라는 것뿐이다. 전화를 받는 순간은 정말이지 안 받으면 안 될 때다. 선배들의 ‘취재 지시’ 전화를 받지 않아, 회사에 복귀하면 뒤지게 욕먹을 것 같을 때다. 물론 그것도 가능하면 최대한 미루고 미루다, 심호흡을 한 100번쯤 하고 받는다.
가끔 대학 동기를 만난다. 아직도 내 잘난 시절을 기억하는 놈들이다. 친구들은 그때의 내 이야기를 무용담으로 늘어놓는다. “저 새끼, 교수님한테 개길 때부터 알아봤어” “기자 될 줄 알았어”. 얘들아 이제 그 녀석은 없다고, 술기운에 울며 부르짖어도, 그들은 저 새끼 또 겸손 떠는 척한다고 날 욕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기사 쓰는 법’을 찾았던 수많은 검색 기록을 슬며시 지운다. 쓰디쓴 소주만 들이키며 옛 시절을 떠올린다. 아, 졸라 고독하구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