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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71714636
· 쪽수 : 116쪽
· 출판일 : 2025-07-30
책 소개
목차
연고자들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지현은 구청을 나온 직후 잠시 풀이 죽은 듯했으나 금세 기운을 차리고 내게 말했다. 그래도 언니, 태화가 무연고자로 기록에 남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죠? 그건 진짜 좀 그렇잖아요. 맞죠? 물론 나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부모 형제 없이 살다가 죽을 때도 오롯이 혼자. 그게 태화의 마지막 기록이라고 생각하니 차마 현실적인 얘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천만 원이라니. 너는 그 정도의 여윳돈이 있는 거니. 나는 지현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었다. 천만 원을 내야만 우리가 도리를 다하는 거니? 그건 아니지 않아? 꼭 우리 손으로-돈으로-장례를 치러야만 하는 걸까.
내가 태화야, 이것 봐, 하고 그 애를 부르면 흐리멍덩하던 태화의 눈빛에 별안간 불이 켜졌다. 나는 그게 좋았다. 내가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게. 그 애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 자체가 거짓은 아니었지만 나를 결코 저버리지 않을 누군가가 생겼다는 사실에 더욱 고양감을 느꼈다.
그 애의 죽음을 예감하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눈물이 떨어질까 봐 태화처럼 천장을올려다보았다. 태화 말대로 작은 거미가 거미줄을 타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마음의 반은 슬픔이, 나머지 반은 분노가 차지했다. 거미는 성실히 집을 짓고 있거나, 그물에 먹이가 걸려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겠지만 나는 가느다랗고 얇은 줄에 의지해 그것이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다.



















